서울시, 내년도 TBS 출연금 ‘0원’ 편성…뒤늦게 지원 폐지조례 시행일 6개월 연기 요청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지금 TBS 예산 지원하는 건 적법하지 않아…기한이 지났는데 적절한가”
“시의장 긴급 안건? TBS 건은 긴급한 사례 아냐…1년이 넘은 기간 동안 대책 강구하지 못 해”
“현재로선 민영화하겠다는 말 외엔 계획 없어…직원들의 퇴직금, 추경 예산에 넣는 꼼수나 쓰고 있어”
서울시의회의 서울시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서울시 출연기관인 미디어재단 교통방송(TBS)이 존폐 기로에 섰다. 시의 지원이 내년 1월부터 완전히 끊길 지, 아니면 6개월간 유예기간을 얻을 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시의회 전체 의석의 3분의 2가 넘는 75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의 기류가 워낙 부정적이어서 결국 폐국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원 폐지가 현실화되면 TBS는 윤석열 정부 들어 공영언론이 문을 닫는 첫 사례가 된다.
1일 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부터 오는 14일까지 내년도 서울시와 시교육청 예산안을 심의 의결한다. 시가 내년도 TBS 출연금으로 편성한 예산은 ‘0’원이다.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이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며 당장 내년 초부터 서울시의 예산 지원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고, 실제로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안을 시의회로 넘기면서 TBS출연금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서울시는, 뒤늦게 지난달 6일 TBS의 구조조정과 독립경영을 위한 행정절차 이행 준비 등의 필요성을 들어 지원 폐지조례의 시행일을 내년 1월 1일에서 7월 1일로 6개월 연장하는 조례안을 시의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정작 개정조례안은 제출하지 않았다. 정례회 기간 전 의안 제출기한(10월 16일)을 넘긴 상태에서 고심을 거듭한 끝에 시가 급박하게 요청한 상황이지만, 국민의힘 시의회는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효원 의원(국민의힘)은 “시에서 (내년도 사업계획서 및 예산서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공식적으로 의회에 준 자료는 없다”며 “어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될 것 같으니 고려해달라는 이야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도 시로부터 명확하게 온 게 없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시기상으로 모든 게 너무 늦어버렸다. TBS 예산안을 얼마만큼 요구하는지 시의회도 모르는 상황에서 TBS에서 요구하니 해줘야 된다는 건 의회의 존재 이유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며 “(요구를 들어주면) 시의회가 졸속 의회가 돼 버리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시의회 문광위 김규남 의원(국민의힘)은 “지원 조례가 회기 15일 전에 제출됐어야 처리가 가능한데, 지금 TBS 예산을 지원하는 건 적법하지 않다”며 “의회는 원칙대로 운영이 되는 곳이고 이를 무시할 순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의장이 긴급 안건으로 처리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TBS가 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 기간이 있었다. TBS 건은 긴급한 사례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시의회 문광위 김원중 시의원은 “예결위에서 예산을 편성해 주려면 상임위로 다시 안건이 회부돼 와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해 오늘 내일 정리가 되지 않으면 지원이 물리적으로 힘들 것”이라며 “예산을 지원하려면 법적 근거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1일부터 이미 예결위는 시작됐다”고 전했다.
시의회 문광위 이종배 의원(국민의힘) 역시 “조례 발의 기간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개정안과 출연 동의안을 통과시키고 예산안도 통과시켜야 되는데, 기한이 지난 상황에서 그러는게 과연 적절한가 라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시가 개정조례안을 제출하지 않았는데 느닷없이 지원해달라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TBS에서 시의회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과 근거가 필요한데, 현재로선 민영화하겠다는 말 외엔 구체적인 계획이 아무것도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달 27일 TBS는 박노황 이사장과 정태익 대표이사 명의의’TBS지원 폐지조례 한시적 연기를 위한 긴급 호소문’을 발표하고 “더 늦기 전에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이제 TBS는 민영방송사로 새로 태어나고자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효율적인 조직 재구성 등 민영화 준비를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며”TBS 지원 폐지조례 시행의 한시적 연기를 다시금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의원들께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TBS는 “(지원이 끝나면) 더 이상 서울특별시 출자출연기관이라는 보호막을 가질 수 없다”며 “지금으로서는 희망퇴직이 직원들의 오랜 노고에 대한 마지막 배려가 될 것”이라며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이효원 의원은 “TBS는 퇴직금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퇴직금의 경우 법정의무금이기 때문에 무조건 줘야 된다. 올해 예산 편성을 할 때 무조건 본예산에 넣었어야 했는데, 17억원 추경 예산으로 넣어버렸다.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추경으로 집어넣으면 ‘해주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꼼수를 부린 것인데, 시의회에서 추경도 편성해주지 않았다. TBS는 ‘뒤늦게 지원 해주겠지’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시의회에선 해줘야 할 이유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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