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의 첫 군사정찰위성 1호가 2일 새벽 3시 19분경(현지시간 1일 오전 10시 19분)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발사됐다.
이날 발사된 군사정찰위성 1호는 미국 스페이스X의 팰콘-9 발사체에 실렸다. 팰콘-9은 2단 액체 추진(케로신+액체산소) 로켓이다. 발사체는 발사 2분22초만에 1단 추진체가 분리됐다. 이후 2단 엔진 점화, 페어링(위성보호덮개) 분리, 발사체 2단 엔진 1차 정지 순으로 진행됐다.
발사체는 12분16초가 지나면서 위성이 분리됐고, 위성체가 궤도에 진입했다. 위성체는 1시간여가 흐른 뒤 해외지상국과 최초로 교신에 성공했다. 6시간 뒤에는 국내 지상국과 교신을 시도한다. 세계 유일의 재사용 발사체로 발사 성공률은 99.2%에 달한다. 올해 8월 기준 246회 발사 가운데 244회를 성공했다.
▲킬체인 핵심전력 첫발= 정찰위성 1호기 발사 성공 여부는 쏘아 올려진 지 약 80여분 후 해외 지상국과의 교신에도 성공했다. 위성이 전력화되는 시점은 내년 상반기다. 교신 이후 위성의 구동 상태를 점검하고 영상의 초점을 맞추는 보정 작업을 한 뒤 위성이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판단한다. 이후 4∼6개월간에 운용시험평가를 거쳐 전력화한다.
해외 지상국과 최초 교신 성공
정찰위성 1호기는 고도 400∼600㎞에서 지구를 도는 저궤도 위성이다. 전자광학(EO) 및 적외선(IR) 장비를 탑재하고 있으며 하루 여러 차례 특정 지점을 방문해 감시,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촬영 영상의 해상도는 0.3m급으로 알려졌다. 지상 3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어 3m급으로 알려진 북한 정찰위성에 비하면 월등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야간 촬영이 가능하고 표적에서 나오는 열을 감지해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북한군이 심야에 이동식 발사차량(TEL)을 기동하거나 TEL에서 탄도미사일 발사 준비를 할 때 이를 포착할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특히 1호기의 시스템과 본체, 광학탑재체를 100% 독자 설계하고 주요 구성품 65~70% 국산화를 달성하고, 고속기동 위성체 자세제어 기술과 초고해상도 대구경 광학탑재체 개발 기술 등을 확보했기 때문에 정찰위성 추가 운용 기반은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4기의 정찰위성을 더 쏘아 올려 총 5기를 확보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확보하는 5기의 정찰위성 중 1호기는 EO·IR 장비를 탑재하지만, 2∼5호기(총 4기)는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합성 개구 레이더)를 탑재한다. 5기의 정찰위성이 모두 궤도에 안착하면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킬체인’(Kill Chain) 역량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군의 감시정찰 핵심 전력으로 꼽히는 정찰위성은 우주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징후를 신속히 탐지하고 유사시 발사 전 이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한국군의 ‘눈’ 역할을 하게 된다.
2025년까지 위성 5기 발사… 초소형 위성도 준비
SAR을 탑재한 위성 4기는 전자파를 지상 목표물에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 데이터를 합성해 영상을 만들며, 날씨와 관계없이 북한 지역을 관측할 수 있다. EO·IR 위성은 SAR 위성보다 선명한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지만, 날씨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구름이 많이 낄 경우 감시가 제한될 수 있다. 정찰위성 5기를 모두 확보하면 북한의 특정 지점을 2시간 단위로 감시, 정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무게 100㎏ 미만의 초소형 위성 수십기를 쏘아 재방문 주기를 30분까지로 단축한다면 북한지역에 대한 사진과 영상 촬영 횟수가 더욱 늘어나 세밀한 감시정찰이 가능해지고, 이런 정찰 정보를 토대로 목표물에 대한 정밀 타격 맞춤형 무기를 동원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다 전자광학 위성 감시체계(EOSS) 전력화에 이어 우주작전전대 창설과 우주작전 수행 체계 정립, 위성전력 확보 등을 추진하고 있고, 레이저로 적 위성을 격추하는 레이저무기 체계 개발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 기반 정보감시정찰(ISR) 능력을 확충해 나간다는 의미다.
▲남북 위성 전쟁… 북한 기술은 걸음마 수준= 북한은 최근 발사에 성공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공식 임무 수행 시기를 1일로 못 박았지만, 위성사진은 아직 공개 하지 않고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그동안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3차례나 찾으면서 정찰위성이 평택과 서울 등은 물론 부산항에 정박해 있는 미 해군의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포착했고 미국 하와이 상공을 통과하면서 미 해군·공군기지까지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달 21일 밤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지 세 시간여 만에 성공적인 발사라고 발표하고 위성의 세밀 조종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위성은 궤도에 정상 진입한 것으로는 보이지만, 사진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실제 기지국과 송·수신은 잘 이뤄지는지, 군사적으로 유용한 수준의 해상도를 가졌는지는 판별되지 않고 있다.
정상 임무 한다는 북 위성 사진 공개 안 해
다만, 김 위원장이 정찰위성 활동에 만족했다는 언급으로 미뤄봤을 때 북한은 계획대로 1일부터 첫 정찰위성 공식 임무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군사적 효용가치를 이유로 앞으로도 사진을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월 1차 발사 때 우리 군에 수거된 만리경 1호의 해상도는 3m에 불과해, 군사적 효용 가치가 없다는 판단이 내려지기도 했다. 당시, 북한 정찰위성에 일본제 디지털카메라가 장착됐는데, 분석 결과 군사용으로 쓰기엔 해상도가 떨어졌다. 군 당국은 이번에도 동급의 카메라가 장착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거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만리경 1호를 이용해 우리나라와 미국의 군사시설을 촬영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신빙성이 낮은 선전 전략’”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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