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가 EBS 다큐멘터리 ‘인구대기획 초저출생’에서 한국의 합계출산율(0.78명)을 듣고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EBS 캡처]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한국 인구 감소가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유럽보다 더 빠른 속도라는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의 분석이 나왔다.
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서트는 2일(현지시간)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최근 발표된 한국의 3분기 출산율 통계를 언급하며 이같이 분석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당 15∼49세 사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3분기 기준 0.7명에 불과하다. 2021년 0.81명, 2022년 0.78명으로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다우서트는 “이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 세대를 구성하는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추가로 한 세대가 더 교체되는 실험을 수행하면 원래 200명이었던 인구는 25명 밑으로 떨어지고, 한 세대가 더 교체되면 스티븐 킹 소설 ‘스탠드’(1978)에서 나오는 가상의 슈퍼독감으로 인한 급속한 인구 붕괴 수준이 된다”고 ‘합계출산율 0.7’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인구감소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4세기 유럽의 흑사병 사망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학계에서는 인구 10명 중 5∼6명이 사망한 지역이 적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당시 유럽 인구를 약 8000만명으로 볼 때 사망자는 500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단순 비교에는 무리가 있지만, 한국의 출산율이 그만큼 극단적으로 낮다는 점을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우서트는 “(자신의 사고 실험만큼) 급격한 하락까지는 아니더라도 2060년대 후반 한국의 인구가 3500만 명 이하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한국 사회는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구 감소의 위기 속 한국은 경제 쇠퇴와 이민자 수용 중 하나를 선택해야할 것”이라며 “한국이 유능한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이 합계출산율이 1.8명 수준인 북한이 언젠가 침략할 수도 있다”고 암울한 전망을 던졌다.
다우서트는 한국 저출산의 원인으로 학생들을 학원으로 몰아넣는 잔인한 입시경쟁 문화가 자주 거론된다고 설명했다. 또 보수적 한국 사회에 대한 페미니스트들의 반란과 그에 반발해 나타난 남성들의 반페미니즘이 남녀 간 극심한 대립을 남겼고, 인터넷 게임 문화 등이 젊은 남성을 이성보다 가상의 존재에 빠져들게 한 게 혼인율 하락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우서트는 다만 “1960~70년대 인구가 계속 불어나 과잉 현상이 올 것이라고 잘못 예측했던 것처럼 지금같은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류의 출산율 극복 능력이 과소평가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설명들이 미국문화와 대조된다기 보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추세를 과장한 것처럼 느껴진다”며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단순히 암울함이나 놀라움을 넘어 우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나 보여주는 경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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