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4일 대규모 개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집권 3년차를 앞두고 분위기를 쇄신해 국정 동력을 확보한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다만 고금리·고물가 여파에 저성장 우려까지 민생고가 극심한 가운데 경제 부처 장차관이 줄줄이 총선 출사표를 던지는 상황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이른바 ‘총선용 개각’을 앞두고 각 부처 내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내년 정책 수립에 매진해야 할 시기에 부처 수장 교체에 따른 청문회 준비와 업무보고 부담까지 더해져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총선 출마는 예견됐던 일.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의 신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취임이 기정사실인 분위기다. 추 부총리는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서 3선 국회의원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추 부총리의 역점 사업이었던 재정준칙 법제화는 최 전 수석이 바통을 이어받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전 수석 역시 기재부 1차관 시절부터 건전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인사다.
최 전 수석의 경우 조직 장악력과 융화력 등에서 추 부총리와 비교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추 부총리는 2016년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뒤 곧바로 20대 국회에 입성해 재선까지 성공하고 윤석열 정부 들어 경제 사령탑에 올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주로 활동해 친정과의 연도 끊기지 않았다.
이에 반해 최 전 수석은 2017년 기재부 1차관을 끝으로 지난해 경제수석을 맡기 전까지 야인 생활을 했다. 기존 기재부 관료들과의 스킨십이 부족할 수 있다.
언론 대응 측면에서도 차이가 드러날 수 있다. 추 부총리는 과장급 실무자 외에 국장은 물론 실장, 차관보 등 1급들에게도 적극적인 언론 대응을 주문할 정도로 ‘소통’을 강조해 왔다. 최 전 수석의 행보는 언론에서 자주 발견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정황근 장관이 개각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이 그동안 야심 차게 추진해 온 가루쌀 관련 정책과 개 식용 금지 논의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가루쌀은 양곡관리법의 대안으로 주목 받았고 개 식용 금지는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사안이라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속도 조절론도 없지는 않다.
정 장관이 실제 출마할 지도 미지수다. 정 장관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농식품부 장관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출마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대통령실과 여당의 권유를 뿌리치기도 힘들다. 출마를 선택한다면 고향인 충남 천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번 대규모 개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 장관에는 우태희 전 산업부 2차관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에선 경기도 수원 출신인 방문규 산업부 장관에게 지역구 출마를 권유 중인 상황이다. 후임 장관 하마평에 오른 우 전 차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 통상교섭실 실장과 통상 차관보를 역임해 전문성 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그러나 방 장관 취임 후 불과 3개월 만에 교체설이 나오면서 산업부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개각이 이뤄진다면 즉시 인사청문회와 업무보고 준비에 돌입해야 한다. 가뜩이나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으로 업무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챙겨야 할 일이 더 늘어나는 셈이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불과 석 달 만에 부처 수장이 바뀌는 게 실무자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업무보고 등 일이 추가되는 데다 새로운 장관의 스타일에 적응도 해야 돼 걱정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후속 조치, 중국의 흑연 수출 규제 등 통상 이슈가 쏟아지는 와중에 산업부 수장이 바뀌는 건 적시 대응 체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장관과 차관 동반 교체설이 나돈다. 후임 장관에는 송상근 전 해수부 차관, 후임 차관에는 김윤일 대통령실 미래기획비서관과 송명달 해수부 해양정책실장의 이름이 떠돈다. 다만 장차관 후보자 대부분이 해수부 출신이라 부처 내 혼란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 후임으로 거론되는 송 전 차관은 30년 가까이 해양·수산 분야 요직을 두루 거친 정통 관료로 내부 사정에 정통해 업무 파악도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 한 해수부 관계자는 “정책 추진 동력을 높일 수 있어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해수부 차관 후보군 중 김윤일 미래기획비서관은 부산시에서 근무한 경력은 있지만 부처 경험은 전무하다. 반면 송명달 해양정책실장이 차관으로 낙점되면 내부 승진 인사인 데다 부처 업무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 해수부 측에서는 송 실장의 영전을 기대하는 눈치다.
박춘섭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신임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한은은 신임 금통위원을 새로 임명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 4월부터 7개월여 재임한 박 신임 경제수석은 이임식에서 “주어진 (3년) 임기를 마치지 못해 송구하다”며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슈는 물론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서민 생활 어려움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 결정을 비롯해 통화정책 신용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로 한은 총재와 부총재 등 당연직 위원 2명을 포함해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외부위원 5명은 기재부 장관,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은행연합회장이 각각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박 수석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추천으로 금통위에 합류한 만큼 차기 위원 역시 금융위 몫으로 남게 됐다.
한은 안팎에서는 올해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가 마무리된 데다 차후 기준금리 결정 일정이 한 달 이상(2024년 1월 11일) 남아있어 당장의 공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개각이 예고돼 있어 후임자 인선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차관에 비해 후임 금통위원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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