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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에 맞서다] ㉚전문가 제언 “더 절박한 자세로…이민자 확대해야”(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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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주도의 이민 확대 필요…일자리 결합한 ‘복합타운’으로 젊은층 유도”

“지방소멸, 국가 인구소멸 초래…위기지역에 ‘복수 주소제’ ‘1가구 2주택'”

지방소멸 (PG)
지방소멸 (PG)

[양온하 제작] 일러스트

(전국종합=연합뉴스) 한국 사회의 지방소멸 위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4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최대 현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은 출산율 제고 정책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주요 선진국의 이민자 수용 확대 정책 벤치마킹 등 특단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아울러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필요한 경우 미래세대를 위해 현세대가 기득권을 내려놓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동진 순천향대 교수
임동진 순천향대 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임동진 순천향대 행정학과 교수

현재 한국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저출산이다.

저출산이 지역적으로는 지방소멸, 지방대학 붕괴와 연결된다. 특히 농촌에서는 지방소멸 위기와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국내 인구를 늘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인데 출산율을 높이거나 이민자를 늘리는 것이다. 이 중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이민자를 더 많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출산율 제고 정책의 경우 우리 정부가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7년간 무려 320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2006년의 1.13명에서 지난해 0.78명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권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이민자 유입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를 통해 전체 인구를 증가시키고 생산인구를 확보하며 고령인구 비율을 감소시키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 있다.

우리도 이민자 확대 정책을 추진하되 선진국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도시로 이민자가 집중되면 인구과밀, 주택 부족, 환경오염, 인프라 부족, 내국인과의 일자리 경쟁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호주가 1996년 도입한 ‘지역비자'(Regional Visas) 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호주는 이를 통해 전체 이민자의 30%를 지방에 분산시켜 이민자의 대도시 집중과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캐나다는 연방정부가 주정부에 일정 규모 이민자 수를 배분하고 주정부가 필요에 따라 선호하는 이민자의 직종, 선발 기준, 자격 요건 등을 정해 자체적으로 선발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런 지방정부 주도 방식은 이민자의 특성과 요구, 지역 인력수요를 모두 만족시키는 이점이 있다.

한국도 호주·캐나다처럼 지방 주도의 이민정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우선 지방소멸에 대응해 국내에 필요한 외국인노동자·유학생·방문취업자 등 임시이민자의 규모를 늘려야 한다. 이들 중 우리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이주민, 특히 지방 정착 이주민에게 우선적으로 영주권을 주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최용환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최용환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 최용환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최근 국내 사회·경제적 여건으로 볼 때 합계출산율이 반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앞으로 출산율이 올라갈 가능성은 희박하고 오히려 출생아 수가 빠르게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 된다. 이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난제이다. 앞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그 속도가 가속화해 지방소멸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 격차는 2010년 1.2%포인트에서 2021년 5.6%포인트로 확대됐다. 2021년 기준 취업자의 50.5%가 수도권에 집중됐으며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50.5% 또한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비수도권의 청년층 인구가 수도권으로 지속해서 유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에도 지역 간 격차는 더 벌어지고 지역소멸의 위기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비수도권 지자체도 생활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을 추진하지만, 현재 수도권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를 해소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 같은 사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인식과 태도에는 ‘절박함’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 격차를 줄이기 위한 비수도권의 일자리·교육·의료·문화 정책을 보다 과감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한층 적극적이고 절박한 자세로 관련 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출생아 수 회복은 거의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점점 빨라지는 인구소멸을 늦추는 것조차도 어렵다.

지역이 보유한 자원과 정책적 역량을 활용해 인구소멸 지역을 중심으로 주거와 돌봄, 일자리가 결합된 ‘복합타운’을 조성해 젊은이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청년층 유입이 증가하면 결혼과 출생아 수가 많아져 결과적으로 인구구조를 젊게 만들게 될 것이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지방이 직면한 인구 위기의 본질은 그동안 청년 인구 순유출이 누적된 결과이다. 현재 국내 전체 청년의 55%가량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데 30년 후 청년인구는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30년 뒤에는 지방의 청년 모두를 수도권으로 모아도 현재의 청년 규모를 채울 수 없고 지방은 극단적인 ‘청년인구 소멸’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인구의 구조적 변화는 지역 단위의 미시적 노력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고군분투해 외부인 유입에 성공한 일부 사례들이 과연 우리가 당면한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을지 냉철하게 생각해야 한다.

때문에 이런 불가피한 현실을 인정하면서 대안을 마련하되 미시적·거시적 차원의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지역 차원에서 인구 위기에 대응하면서 청년 유출을 막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노력은 당연히 계속되어야 한다.

현재 매년 1조원 규모의 막대한 자원이 투여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해 주민·지자체·외부전문가·기업이 지역화한 전략을 펼 수 있도록 기금 운영을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재정 투입에 대한 관리도 강화해 지역의 기존 세대나 토호세력이 아닌 청년과 미래세대를 위한 방향으로 사업들을 재구성하고 주민과 전문가 아이디어가 실현되도록 재정 운영 규제를 혁신해야 한다.

거시적 차원에서는 지역소멸 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고 지역의 합의를 이끌어낼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행정구역 체계 개편과 청년 인구에 앵커 역할을 할 거점도시 설계를 위한 청사진 마련도 시급하다.

기존 229개 지지체 체제는 앞으로 다가올 축소사회에서 유지되기 어렵다. 미래세대를 위해 현재 세대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김현호 고양시정연구원장
김현호 고양시정연구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김현호 고양시정연구원장

우리 사회가 처한 인구의 절대적 감소도 문제이지만, 지역 불균형이 더 큰 문제이다.

서울처럼 인구가 과밀한 지역이 있는가 하면 인구가 유출돼 소멸이 우려되는 지역이 공존하는데 결국 저출산과 지방소멸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소멸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소멸 지역을 떠난 청장년층이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로 몰려들어 인구밀도를 높이고 주거와 일자리 사정을 악화시킨다.

그 과정에서 생활환경이 나빠짐에 따라 결혼을 기피하게 되고 결혼을 해도 출산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난다.

이렇게 유발된 거대인구 지역의 초저출산율은 국가 전체 인구를 감소시키고 지방소멸이 결국 국가 인구소멸을 초래하는 것이다.

지방소멸은 삶에 필요한 일자리·교육·의료·문화 등 지역의 매력(魅力) 부족에 기인한다.

지방소멸의 대응책으로 소멸위기 지역에 한해 ‘복수주소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전체 국민의 24%가 복수의 주소를 갖고 있으며 이는 지자체 인구 증가와 재정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소멸 위기지역에 한해 ‘1가구 2주택’을 허용하고 취득세 등 세제를 지원할 필요도 있다. 경북 울릉과 영양 등 빈사 상태의 소멸위기 지역에 1가구 2주택을 허용함으로써 도시와 소멸지역 두 곳에 걸친 생활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소멸위기 지역에 대한 과감한 규제 혁파도 시급하다.

현재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기회발전특구’를 소멸위기 지역에 할당해 더 많은 규제 완화와 지원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소멸위기 지역에 대한 처방이 특정 부처의 사무에 한정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행안부·복지부·산업부·문화부 등 범정부 차원의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향후에는 이를 전담할 ‘지방소멸대응청’ 설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신민재 유의주 이상학 김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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