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예래동 앞바다에서 군 주도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3차 시험발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우리 군이 4일 100㎏급의 소형위성을 탑재한 고체추진 발사체를 발사했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보유한 고체 추진기관 설계 제작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한 발사체를 이용했는데 지난해 두 차례 시험비행체 발사에 이어 세 번째 시험발사다.
이틀 전인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쏘아올린 800㎏급의 우리 군사정찰위성 1호는 액체 추진 발사체인 스페이스X의 팰콘9을 이용했다.
어떤 차이가 있어서 이틀사이 두 위성을 각기 다른 발사체로 쏘아올렸을까?
군 관계자는 두 발사체의 차이를 대중교통에 비유했다.
그는 “액체추진은 무거운 위성을 실어서 멀리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고속버스라면 고체추진은 가벼운 위성을 가까운 거리에 빨리 내려줄 수 있는 택시”라고 표현했다.
우선 액체 발사체는 다수의 복잡한 구성품으로 이뤄져 취급이 어렵고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연료 효율이 좋아 무거운 탑재체를 높은 우주궤도에 올리거나 우주탐사선 등을 발사할 때 사용된다.
반면 고체 발사체는 구조가 단순하고 저장과 취급이 쉬우며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다. 때문에 가벼운 중량의 위성을 저궤도에 진입시키기에 적합하다.
고체추진 발사체의 이런 특성은 군사적으로 이용할 때 더 빛을 발한다. 추진기관을 먼저 만들어놓고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긴급한 정보감시정찰이 필요할 때 미리 만들어 놓은 발사체를 이용해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다.
발사 준비시간도 상대적으로 짧고 지원시설의 규모도 작다. 4일 쏜 위성의 경우도 제주의 해상에서 바지선을 이용해서 쏠 수 있을 만큼 액체추진 발사체에 비하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단순한 추진구조로 설계돼 부품의 신뢰도도 우수하다는 장점도 있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적다는 얘기다.
액체추진과 고체추진 발사체 차이[국방부 제공] |
이번 시험발사를 끝으로 연습은 끝났다. 이제 정부는 1~3단의 고체 추진과 4단 액체연료 로켓을 결합해 소형위성을 우주궤도에 진입시키겠다는 계획을 실행할 단계다. 발사 예정 시점은 2025년께로 잡았다.
정부 관계자는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개발이 완료되면 우리 군은 안보수요나 긴급상황에 대응해 관측과 정찰을 위한 소형위성을 적기에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라며 “지구 저궤도에 탑재중량 500~700㎏급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확인한 만큼 향후 탑재중량을 늘리기 위해 대형화 기술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주 개발의 패러다임이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전환되고 있다”며 “국방분야의 성숙된 발사체 기술을 바탕으로 민간 기업들이 우주 서비스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도록 민간에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독자적인 발사서비스 수행이 가능한 민간기업에 발사체 조립과 점검 기술을 포함한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라며 “세부 계획과 범위는 기술이전시 기관간 협의를 통해 결정하고 최종 방위서업청의 검토와 승인을 거쳐 기술이전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2025년 이후 우리나라는 필요에 따라 액체 추진과 고체 추진을 선택해 위성을 우주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나라가 될 전망이다. 즉 버스와 택시를 골라 탈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액체 추진 발사체의 경우 지난해 케로신과 산소 기반 엔진을 이용한 누리호 개발에 성공했고 2030년 차세대발사체 성능검증위성 발사와 2031년 달 연착률 검증선 발사, 2032년 달착륙선 발사를 목표로 엔진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32년까지 총 2조 132억원이 발사체와 발사대 개발, 장비와 시험시설 구축에 투입된다.
우주산업 선진국들도 소형과 대형 탑재체 운용을 위한 고체‧액체 발사체를 동시에 보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미국은 이미 미노타우로스(Minotaur)와 델타(Delta) 등 고체발사체를 이용한 군 위성 서비스를 하고 있고 얼마 전 우리 정찰위성을 탑재했던 팰콘9 등 재사용 액체 발사체를 이용한 활발한 상업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유럽은 고체 발사체 베가-C의 개발을 완료했지만 지난해 발사 실패로 2024년 서비스 재개를 앞두고 있고 액체 추진의 경우 아리안-5 등 발사체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일본은 고체발사체 앱실론(Epsilon)을 이용한 특수 목적용 검증 위성 서비스와 함께 액체 발사체 H-Ⅱ 등 상업성 확보를 위해 대형화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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