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조기해산·비대위 전환 등 거론하며 압박…지도부엔 정치적 리스크
김기현, ‘혁신안 존중’ 메시지 내며 공관위 넘길 가능성도…비대위說엔 배후 의심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차지연 안채원 기자 = 총선을 앞두고 ‘주류 희생’을 둘러싼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와 혁신위원회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혁신위는 4일 최고위원회의 안건 상정이 불발된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인사들의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혁신안을 오는 7일 최고위에 올려달라고 다시 요청할 계획이다.
혁신위는 같은 날 회의를 열고 대응책과 향후 활동 방향도 논의하기로 했다.
혁신위의 향후 행보를 두고는 조기 해산과 당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요구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혁신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혁신위원은 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목요일(7일) 회의에서 조기 해산할지 말지, 지도부에 어떤 입장을 낼지 최종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혁신위원들이 여러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것으로 보여, 어떤 쪽으로 결정이 날지는 아직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혁신위가 조기 해산과 비대위 전환 요구 등의 카드를 실제로 꺼내 들면, 혁신위와 지도부의 대립은 ‘정면충돌’ 양상을 띠게 된다.
이 경우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지도부가 ‘전권을 주겠다’며 출범시킨 혁신위가 핵심 요구 사안들을 관철하지 못한 채 중도 하차한다면 결국 이는 지도부 책임론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혁신위가 내놓은 주류 희생, 청년 비례 50% 할당, 전략공천 배제 등이 개혁안으로서 주목받았던 만큼 혁신위의 파행적 퇴장은 이 안건들의 취지마저 퇴색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지도부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 “혁신위원장이 혁신을 주장하는 톤이 국민들 목소리에 더 가까이에 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지 않나, 이렇게 본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갈등이 어떤 형태로 마무리되느냐가 총선 전 여당의 진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선택의 ‘키’를 쥔 김기현 대표의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혁신위가 희생을 요구한 대상자이기도 한 김 대표는 혁신위와 갈등 상황 정리 방안을 계속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다시 만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구체적인 사전 접촉은 아직 없었다고 한다.
특히 정면충돌을 피하고 갈등을 ‘극적 봉합’하려면, 최고위 의결까지는 어렵더라도 김 대표가 혁신안을 존중하는 취지의 진전된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반면, 혁신위가 총선 스케줄과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희생 요구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는 만큼, 김 대표가 혁신위의 향후 대응과 관계 없이 ‘마이웨이’를 계속 걸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상범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지금 혁신위가 희생을 요구하는 건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며 “현재 정치적인 상황을 감안했을 때 혁신위의 안, 혁신위의 이런 태도는 적절치 않다. 혁신위가 과속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 주변에서는 혁신위의 ‘비대위 요구설’ 등을 두고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불거지는 모습이다.
비대위설에 대해 당 핵심 관계자는 “현재로선 전혀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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