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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e-사람] 지상협 생명푸드셰어링 이사장, “봉사는 헤어날 수 없는 아름다운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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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협 생명푸드셰어링 이사장이 봉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손충남 기자
지상협 생명푸드셰어링 이사장이 봉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손충남 기자]

“솔직히 내가 봉사의 ‘봉’ 자도 모르던 사람입니다. 돌이켜보면 2015년도에 우연히 사하구 모 구의원의 제안으로 후원인으로 행사에 참석하게 된 것이 봉사의 시발점입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지금은 저와 뗄 수 없는 삶의 일부가 됐습니다.”
 
생활 속 나눔이 인생의 한 부분이 되었다는 지상협 생명푸드셰어링 이사장이 봉사를 하게 된 계기이다.
 
지상협 이사장은 “근데 사실 기부만 하고 후원만 했지 실제로 어려운 사람들하고 같이 몸으로 마주친 것은 전혀 없었다”며 “경로당도 가본 적 없고 아동복지센터를 가본 적이 없었는데 막상 봉사를 해보니 ‘실제로 기부만 하는 게 봉사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진정한 봉사는 적재적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돕고, 나누고, 또 서로 몸으로 맞닥뜨리면서 하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봉사를 하면 할수록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 어렸을 때 부모님 속을 많이 썩인 게 마음 속에 너무 걸리더라”며 “그래서 이왕 할 거면 제대로 된 진정한 봉사를 하자고 마음먹고, 사단법인 생명푸드셰어링 이사장을 맡았다”고 말했다.
 
생명푸드셰어링은 길거리 음식 냉장고로 시작됐다. 길거리 냉장고는 현재 사하구 다대 1동, 2동, 장림 1동, 2동, 서구 서대신동 등 총 5대가 운영 중에 있다. 지상협 이사장은 “사용할 수 있는 쓰고 남는 음식물이나 식자재를 그냥 놔두면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게 되는데, 유통기한 이전의 음식물이나, 식자재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필요한 주민들이 있으면 누구든지 가져가는 방식으로 나눔이 이뤄지고 있다”고 나눔 활동을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냉장고에 음식을 넣어두기 바쁘게 없어진다. 가져가야 할 어려운 사람은 많고, 갖다 놓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는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러다 보니까 이 냉장고 사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직접 찾아가는 봉사를 해야겠다 싶어, 아동센터, 장애인, 다문화, 그다음에 복지관, 또 그다음에 독거노인을 방문하는 등 길거리 냉장고와 찾아가는 나눔이라는 투트랙 시스템으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 이사장은 그러면서도 “투트랙으로 하다 보니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은 너무나 많아졌지만 음식, 식재료, 식자재 등 후원 물품을 기부하는 곳은 정해져 있어 나눔이 턱없이 부족해 고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 사단법인 정기 후원금마저 코로나19 이후에 절반 정도로 감소되다 보니 사단법인 사무실 운영비, 전기세 등 소요되는 각종 비용을 지 이사장 사비로 지출하는 경우가 허다해 고충이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명푸드셰어링이지만 물품 부족보다 더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게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라고 한다.
 
초창기 기부 물품이 없어 콩나물 등 다양한 식자재를 직접 구매해서 넣는 것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일부에서 ‘너희는 정부에서 지원받아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것밖에 안 주느냐, 왜 적냐?’라는 둥 푸념하거나 심할 때는 욕설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 참가한 봉사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그래서 활동을 중지한 회원들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지 이사장은 ‘정부의 지원을 받을 생각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지역주민, 기업 등이 자발적으로 다함께 나눔활동에 동참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지 이사장은 “부산 엄궁농산물시장, 베이커리, 어묵 공장 등에서 후원을 받고는 있지만, 우리 단체가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부산 사하구, 서구, 중구, 동구, 연제구, 영도구까지 부산 전역에서 도움을 원하고 있다 보니 후원 물품은 언제나 부족한 형편이다”며 더 많은 후원자와 물품 기부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아울러 “현금 기부를 별로 원하지 않는다. 식자재뿐만 아니라 후원 물품만 나눠 주시면, 꼭 필요한 곳을 찾아 지금보다 더 많이, 더 넓게, 더 깊숙한 곳까지 나눔을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지역 기업, 단체, 시민들의 다양한 관심과 협조와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지 이사장은 “정부의 지원을 받을 생각은 없지만 유통기한 되기 전에 물건을 받을 수 있게 구청이나 주민센터에서 업체를 소개해 주면 좋겠다”며 심정을 밝혔다. “어차피 유통기한 지나면 다 버리게 되는 것을 그 이전에 더 빨리, 소화할 수 있다. 기부영수증도 발급한다. 음식물쓰레기도 줄여 환경도 살릴 수 있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나눔 활동에 대한 동참을 당부했다.
 
봉사활동은 쉽지 않다. 이런 봉사활동에 늘 어려움만 겪게 된다면 더더욱 하기 힘들다. 하지만 봉사자들의 마음을 아는 ‘따뜻한 감사 인사’ 한 마디가 쉽지 않은 봉사활동을 멈출 수 없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그렇기에 힘든 점보다 보람찬 일이 더 많다는 지상협 이사장은 “송년회 파티, 생일 파티 등을 하고 난 후, 어르신들이 ‘자식도 안 챙겨주는 생일을 챙겨줘서 고맙다’고 할 때 부모님 생각도 나면서, 한 편으로는 참 감동적이었다”라고 전했다.
 
또 천마재활원 봉사활동 당시 지적 장애인들과 하나되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지 이사장은 “삼겹살 데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는 그분들이 아무도 접근을 안 하더라. 경계하는 게 보였다. 하지만, 먼저 다가서서, 부침없이 이야기하고, 고기도 나누고, 노래 자랑도 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고,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즈음, 한 여학생이 ‘가지 말라’며 손을 놓지 않았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을 느꼈다는 것이다. 정들자 이별이라고 하더니, 그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도 코끝이 찡하다. 더 자주 와서 함께 정을 나눠야겠구나”라며 다짐을 했다고 한다.
 
적어도 79세까지는 봉사하고 싶다는 지상협 이사장은 남들과는 다른 봉사를 꿈꾸고 있다. “무료 급식소는 내년쯤 시작할 계획이고, 밥차도 지금 계획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 무료 급식소와 다르게 당뇨 환자를 위한 무료 급식을 생각 중에 있다. 당뇨 환자 식단, 일반인 식단을 구분해서 대접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밥차 역시 몸이 불편해서 나오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찾아가는 밥차를 생각 중에 있다”고 밝힌 그는 다문화 장학회도 추진 중에 있다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지상협 이사장은 봉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봉사는 무조건 와서 해야 한다”고 콕 집어 말했다. “봉사해야지 하면서도 막상 오라고 하면 부끄럽고 하니까 잘 안 오시는 분들이 많다”며 “일단 직접 몸으로 느껴봐야 봉사의 참된 의미를 알 수 있다. 봉사는 무조건 후원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겪어봐야 열정도 생기고 재미도 있고 자부심도 생긴다”며 봉사가 지닌 힘과 매력을 설명했다.
 
한편 생명푸드셰어링은 남은 음식 재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단체(기관)에서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중간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음식이 필요한 곳에 음식을 나눠주며 생명을 이어주는 고귀한 일을 함은 물론이거니와 아름다운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지구 환경 살리기 운동을 해 나가고 있는 단체로 봉사자는 현재 약 30명이며, 약 300명 정도가 정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후원회장을 비롯해 약 60명 정도가 실제로 같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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