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판사가 정말 질이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며 성폭행 가해자를 두둔한 뒤 피해자 가족에게 합의를 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자 KBS 보도에 따르면 2021년 10월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정모(17)군에 대한 결심 재판이 열린 대구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맡은 판사가 “정말 질 나쁜 애는 아닌 것 같다. 피고인이 나이가 어린데 합의해 줄 수 없나”라고 말했다.
정군은 SNS에서 알게 된 지적장애인 피해자를 유인해 공원 화장실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판사는 성폭행 피해를 당한 뒤 수차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해 폐쇄병동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피해자를 대신해 나온 피해자 언니에게 합의를 권유했다.
매체에 따르면 판사는 “피해자 가족도 힘들겠지만 피고인 가족도 힘들다. 그것도 알아야 한다”면서 “피고인 나이가 어린데 합의해 줄 수 없느냐”고 말했다. 피해자 언니가 합의하지 않겠다고 하자 판사는 “돈 받아서 동생이 좋아하는 걸 할 수 있게 해 주면 좋지 않겠냐. 민사 소송을 하려고 합의를 안 하느냐. 소송 비용만 들고 보상 금액이 적은데 지금 합의해 주면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KBS는 보도했다.
충격을 받은 피해자 언니는 재판 후 트라우마 증상을 보여 응급실로 이송됐다. 2개월 뒤 재판부는 해당 사건을 소년부로 송치하라고 결정했다. 검찰이 징역 6년을 구형한 피의자에 대해 형사처벌 대신 소년 보호처분을 받도록 선처한 셈.
피해자 언니는 이듬해인 지난해 7월 판사의 발언으로 인해 2차 피해를 입었다며 대법원에 진정을 넣었다. 대법원은 문제의 발언이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문제의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법원행정처장에게 후속 조치를 권고했다.
KBS에 따르면 인권위는 판사 발언이 재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재판 당사자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고 호속 조치를 취해달라고 법원행정처장에게 요구했다.
법원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대법원에 권고에 대한 입장과 후속 조치를 문의한 결과 “해당 법관이 소속한 법원에 관련 내용을 통보해 처리하도록 했음을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는 짧은 답변이 돌아왔다고 매체는 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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