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만 지고 떠나”…관리비와 장례비 남기고 극단 선택한 모녀

/사진=뉴스1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모녀가 마지막 순간에 유서와 함께 아파트 관리비와 장례비를 남겼다.

16일 뉴시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37분쯤 광주 북구 연제동의 한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A씨(52)와 그의 어머니 B씨(81)가 숨진 채 발견됐다.

모녀가 단둘이 살았던 17층 자택에서는 A씨가 남긴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빚이 너무 많아 힘들다. 신세 지고 떠나서 미안하다. 옷장에 돈을 남기고 가니 장례 치르는 데 써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 모녀의 집에 있는 옷장에서는 현금 800만원이 있었다. 아파트 관리비 명목의 40만원이 든 봉투도 발견됐다.

모녀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는 아니었다. 미혼인 A씨는 공기업에 다니고 있었고, 어머니 B씨도 국민연금 등으로 매달 100여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2019년 A씨의 아버지가 숨지면서 3억원가량의 빚이 상속됐고, A씨 모녀는 상속 포기 절차를 뒤늦게 알아 빚을 떠안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속을 포기할 수 있는 기간은 상속 개시일로부터 3개월 이내다. 이 기간 안에 상속 포기 절차를 밟지 않으면 채무를 포함한 모든 상속이 진행된다.

경찰은 모녀의 집 창문이 열려있던 점과 유서가 발견된 점 등을 미뤄 A씨 모녀가 극단적 선택한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유족들을 상대로 이들 모녀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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