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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전무),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담당(전무).’
직함만 3개다. 그만큼 그룹 내 역할도 커졌다. 첫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둘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비교해 한화가(家) 삼형제 중 존재감이 약했던 ‘막내’ 김동선 본부장은 2021년 다시 본격적으로 경영일선에 나선 이후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래먹거리로 낙점한 프리미엄 식품과 로봇사업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다른 형제들과 달리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며 현장경영도 열심이다. 재계는 방산·에너지는 장남, 금융은 차남, 유통은 삼남으로 역할 분담이 정해졌다는 평가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김동선 본부장이 직접 나서 국내에 들여온 미국 3대 수제버거 중 하나인 ‘파이브가이즈’가 2호점도 성공적으로 오픈하며 국내 시장에 안착했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문을 연 2호점은 오픈 후 3일간 일평균 객수 2000명을 기록하며 서울 강남의 1호점과 맞먹는 흥행을 올렸다. 백화점 내 입점해 운영 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짧은 점을 감안하면 인기가 더한 셈이다.
김 본부장은 1호점뿐 아니라 2호점 오픈식에도 참여하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오픈 식 후에는 직접 버거도 주문하고 관계자들과 함께 식사까지 즐기기도 했다.
‘파이브가이즈’의 성공은 그룹 내에서 신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김 본부장에게 힘을 싣고 있다. 6월 1호점 오픈에 이어 불과 4개월 만에 2호점까지 성공시켜 목표한 5년 내 15개 점포 오픈은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먹거리 사업을 위해 추진한 이베리코 돼지 출시와 비노갤러리아를 통한 와인 수입도 시작하면서 한화갤러리아를 백화점 사업에 한정시키지 않고 유통을 기반해 사업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략부문장으로서도 인정받고 있다. 김 본부장은 올 상반기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유일하게 5억원 이상의 보수를 지급받았다. 급여 2억8900만원에 상여금 2억700만원과 기타 근로소득 1000만원 등으로 총 5억600만원을 수령했다.
지난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흑자전환이 영향을 미쳤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39억원을 올리며 전년 영업손실 440억원에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뤘다. 올 상반기에도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영업손실 45억원을 기록했지만 전년 같은 기간 203억원의 영업손실과 비교하면 선방했다.
여기에 전략부문장으로서 떠오르고 있는 로봇사업 진출을 위해 이달 출범한 한화로보틱스에 210억원을 투자, 한화에 이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2대 주주(32%)로 올렸다. 그러면서 김 본부장은 한화로보틱스 전략기획담당에까지 오르며 로봇사업까지 직접 챙기게 됐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푸드테크를 여러 사업에 접목하기 위해 관련 투자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출범 후 한화로보틱스는 푸드테크 로봇기업인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와 ‘주방 자동화 로봇 시스템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식이 지난 13일었던 관계로 김 본부장은 파이브가이즈 2호점 오픈식 참석 후 바로 협약식 장소로 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형들과 비교해 그룹 내에서 사업 규모가 적은 유통과 호텔 외에도 촉망받는 신사업인 로봇사업을 김동선 본부장에게 맡김으로써 승계균형을 맞추려는 김승연 회장의 배려라는 해석도 나온다.
‘잘 깔린’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라 성과를 내고 있는 김 본부장은 올 3월 한화솔루션에서 인적분할돼 재상장한 한화갤러리아의 지분도 차곡차곡 모으며 책임경영 의지도 드러내고 있다. 지난 4월 12일 5만주부터 시작해 이달 12일까지 모은 주식수는 78만3860주다. 지분율 0.4%로 미미하지만 한화(36.15%)와 한화솔루션(1.37%)에 이은 어엿한 3대 주주다.
재계 관계자는 “올들어 경영성과 면이나 활동 면에서 삼형제 중 김동선 본부장의 활약이 돋보인다”면서 “승계에 있어 지분 못지않게 중요한 경영능력을 빠른 시간 안에 보여줌으로써 한화가의 승계구도는 사실상 굳혔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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