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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일본 독점 깬 로봇 소부장 ‘에스비비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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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칩(blue chip)‘은 주식시장에서 수익성·성장성·안정성을 고루 갖춘 대형 우량주를 뜻합니다. ‘놀라운(marvel)‘ 성장 잠재력으로 블루칩을 꿈꾸는 다양한 기업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원석기업과 기업 성장을 위한 뒷이야기도 함께 다룹니다. ‘블루칩을 향해가는 놀라운 기업들의 이야기’ [블루마블]

지난 1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는 국내외 내로라하는 로봇 관련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간 진행한 ‘2023 로보월드’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행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로봇산업협회,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제어·로봇·시스템학회가 공동 주관했다. 로봇 산업 관련 각종 컨퍼런스를 비롯해 기업별 수출·구매 상담, 신제품 런칭쇼, 스타트업 투자유치 등이 이뤄졌다. 역대 최대 규모인 15개국 240여개 로봇 관련 개발 기업, 연구기관 등이 참여해 로봇산업의 성장과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비즈워치는 행사 첫날인 11일 2023로보월드 전시관 내 세미나실에서 협동로봇 핵심 부품인 ‘하모닉 감속기’를 생산·개발하는 에스비비테크(SBB테크) 류재완 대표를 만났다. 류 대표는 이날 에스비비테크가 보유한 하모닉 감속기 관련 기술력과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고객사, 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설명을 진행했다. 

류재완 에스비비테크 대표가 1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로보월드’ 세미나에서 고객사, 학생, 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에스비비테크 신제품 및 회사의 기술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미리내 기자 pannil@

에스비비테크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로봇 관련 소부장(소재·부품·장비)기업 가운데서도 성장성 높은 협동로봇의 주요 부품 하모닉 감속기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한 기업이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 주식시장에서는 상장 1년을 맞은 새내기지만 2000년 법인전환 전 설립 시기는 1993년.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은 업력높은 기업이기도 하다.  

[블루마블]은 로봇 소부장 국산화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에스비비테크 류재완 대표를 직접 만나 미래 성장성에 대해 들어봤다. 

에스비비테크 기업개요/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일본 50년 독점했던 ‘하모닉 감속기’ 국산화 첫발 

에스비비테크는 볼펜용 볼 베어링 국산화를 시작으로 2008년경 세라믹 볼 베어링을 국내 최초로 국산화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공급해온 반도체 부품 강소기업이다. 베어링은 모든 회전 기계의 마찰 저항을 줄여주는 부품으로 ‘산업의 쌀’로 불리는 부품이다. 

에스비비테크는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감속기 국산화에 나섰다. 2010년 처음 소형 감속기 개발에 성공한데 이어 2013년에는 국내 최초로 ‘하모닉 감속기’ 개발에 성공했다.

감속기는 말 그대로 모터의 속도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속도를 줄이는 대신 모터의 힘(구동력)을 높일 수 있어 로봇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특히 하모닉 감속기는 감속기 중에서도 소형·경량화가 가능하고 정밀한 제어가 가능해 소형 산업용 로봇을 비롯해 협동로봇, 정밀 제어기기에 활용되는 핵심 부품이다. 

반도체 관련 소부장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는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로봇산업의 성장이 이어지면서 에스비비테크는 두 산업 모두에서 수혜를 받는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이런 배경 속에서 지난해 10월 기술성장기업 특례로 코스닥시장 입성에도 성공했다. 

류재완 대표는 “하모닉 감속기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부품으로 미국에서 처음 개발했으나 1964년 일본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스(HDS)가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50년간 시장을 독점해 왔다”면서 “2013년 기본 특허가 만료되며 시장이 열렸고 우리는 선제적인 연구를 통해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실제 하모닉 감속기의 양산 판매는 2017년부터 이뤄졌다. 그 기간동안 에스비비테크는 독자적 치형(톱니바퀴 모형) 설계를 비롯해, 소재·부품의 미세 가공, 열처리 기술 등 종합적 기술력 확보에 나섰다. 다양한 기술력이 요구되는 만큼 추가적인 후발주자들에게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게 류재완 대표의 설명이다.  

류 대표는 “우리는 초박형 베어링 등 오랜시간 베어링 관련 기술력을 쌓아왔고 감속기에는 이러한 베어링이 핵심 부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오랜 기술력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일본 기업이 오랜 시간 시장을 독점해 오면서 아직 국내점유율은 5% 수준이지만 제품, 기술고도화를 통해 3년 내 25%까지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에스비비테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등 방산업체를 비롯해 하이게인안테나와 현대로보틱스 등 국내 로봇회사에 감속기를 납품하고 있다. 일본의 독점 시장을 깨고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시장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특히 일본 하모닉 감속기 대비 60~80% 수준의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점은 지속적인 시장확대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류재완 에스비비테크 대표이사/사진=김미리내 기자 pannil@

가성비로 경쟁력 확보…중국 필두 글로벌 진출 박차 

글로벌 하모닉 감속기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IR협의회에 따르면 2020년 7억달러 수준이던 시장규모는 지난해 9억달러로 성장했다.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11억달러, 12억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베어링 전문기업에서 고정밀 감속기 전문기업으로 탈바꿈 중인 에스비비테크는 현재 40% 수준인 감속기 매출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단기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국내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만큼 감속기 생산가능 규모를 끌어올렸다. 연간 5만2000대 규모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하는 만큼 2025년까지 현재의 4배 수준인 연간 20만대 규모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에스비비테크의 첫 글로벌 공략 상대는 일본에 이어 2위권 수준으로 성장한 중국시장이다. 일본 하모닉드라이브 독점 시장이 깨지면서 현재 중국의 리더드라이브, 일본 니덱이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에스비비테크는 하모닉 감속기 시장에서 가장 핵심 경쟁력인 ‘가성비’와 ‘빠른 납기능력’을 모두 갖춘 만큼 가성비 높은 중국기업과도 견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류재완 대표는 “방산 관련 정밀기계 수요 확대와 글로벌 로봇 시장의 빠른 성장으로 하모닉 감속기 수요는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일본 기업의 경우 대형사들을 위주로 하고 있어 납기가 10~14개월 수준으로 긴데 반해, 에스비비테크는 4주~8주의 매우 빠른 단기납 공급체계를 갖춰 경쟁력이 높아 장기적으로 시장확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이어 “신규 생산공장은 무인화 수준의 신규 스마트공장으로 구축할 예정”이라며 “인건비 감소와 작업 가능시간 확대로 원가경쟁력을 크게 낮출 수 있어 중국과 비교해서도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규공장은 최근 전환사채 발행으로 모회사(KPF)와 그룹사인 송현으로부터 조달받은 300억원 중 250억원 가량을 투입할 예정이며, 각 공정 단계에서의 제품성능 측정 기술을 비롯해 성능예측 기술 개발 등을 통해 공정시간도 단축할 계획이다.  

류재완 대표는 “오랜 업력을 쌓아온 산업용 로봇시장은 아직까지 일본 제품 선호 성향이 높지만 계속해서 신규 로봇 제조사들이 늘어나고 있고 협동로봇과 빠른 납기를 요구하는 방산분야에서는 이러한 성향들이 낮아 시장 기회가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적자 못 벗어나… “내년 흑자 전환 예상”

에스비비테크는 별도 기술연구소를 마련해 현재 총 88명의 임직원 가운데 30% 이상인 28명을 연구·개발(R&D) 인력으로 두고 있다. 중소기업 가운데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인데, 향후 연구개발 인력을 계속해서 늘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생산시설 증대, 연구개발비 증가에 따른 적자 개선 역시 시급한 과제다. 에스비비테크는 지난해 매출액 75억원, 올해 상반기 2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각각 18억원, 2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속적인 기술개발 비용 등으로 인해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 결손금만 216억원을 기록했다.  

에스비비테크 매출 영업이익 추이/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류재완 대표는 “탄탄한 매출이 뒷받침 됐던 베어링 부분을 바탕으로 올해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베어링 전방산업인 반도체산업의 불황으로 올해 매출이 전년대비 감소했다”면서 “하지만 내년 3분기에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의 상황적 요인이 일부 작용했지만 아직까지 수익이 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주주들께 죄송한 마음”이라며 “다만 감속기 매출은 전년 대비 높아지는 상황이며, 독자적 치형을 적용한 2세대 제품 품질이 선도기업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어 내년에는 손익분기점(BEP)을 충분히 넘어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올해 말에는 지속적인 연구개발 성과도 두드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류재완 대표는 “후발주자로서 기존 선두기업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그들을 뛰어넘을 수 없다”면서 “높은 인건비와 연구개발비용은 적자의 원인이지만 R&D 역량강화는 회사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성능예측 기술, 3자접촉 감속기, 초박형, 경량화 등 신제품 개발과 기술고도화에 총력을 기울이며 새로운 무기들을 만들고 있다”면서 “특히 ‘성능예측 시뮬레이션’ 개발 투자는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주요 기술로 올해 말 완성돼 내년부터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성능예측 시뮬레이션은 고객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하모닉 감속기의 개발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비용과 납기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다. 

그는 “우리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매출을 늘려 흑자전환 하는 것이 1차 목표”라며 “베어링 기술과 빠른 납기 등 필수 경쟁력 바탕으로 지속적인 기술 고도화를 통해 글로벌 탑 플레이어로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IR협의회 백종석 연구원은 “협동로봇 시장은 기회의 땅이지만 산업 내 안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 인건비, 연구개발비 등 미래성장을 위한 비용소요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투자자에게 (주가는) 단기적 손익기대감이 낮을 수 있지만 기술력과 원가경쟁력,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인 만큼 신규 경쟁업체 등장에 따른 리스크는 낮다”고 분석했다. 

백 연구원은 이어 “2024년 본격적인 실적개선과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기대된다”면서 “단기적 실적 기대보다는 로봇과 로봇부품 산업의 성장성 수혜, 중장기 손익 개선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류재완 에스비비테크 대표이사 프로필/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인터뷰 관련 내용은 공시 내용과 회사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했으며, 인터뷰의 모든 내용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투자 권유 또는 주식가치 상승이나 하락을 보장하는 의미를 담지 않습니다.

CP-2023-0098@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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