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행채 발행한도 규제를 폐지하고 내년 6월까지 LCR(유동성 커버리지비율) 규제를 현 수준으로 유지키로 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예치한 100조원 이상의 고금리 예금 만기를 앞두고 금융권 수신경쟁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과도한 외형경쟁 자제를 주문하면서 필요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18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 금융협회 등과 함께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를 개최하고 금융시장 상황과 향후 위험요인, 대응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달 들어 은행권에서 정기예금 재예치를 위해 연 4%대 금리를 주는 상품을 속속 출시한 가운데 저축은행 업계도 이에 대응해 연 4.6% 예금이 8개월여 만에 재등장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을 시작으로 과도한 머니무브가 일어나지 않도록 은행채 발행 유연화, LCR 규제 유연화 연장 및 연말 퇴직연금 시장 모니터링 강화 등의 방안을 내놨다.
지난해 10월말 이후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발행을 최소화했던 은행채를 각 은행의 여건에 따라 유연하게 발행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연말 만기도래 채권 이외의 추가적인 은행채 발행을 제한해 왔다. 하지만 이로 인해 수신을 통한 자금조달에 지나치게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져 한도 규제를 풀기로 한 것이다. 다만 우량채인 은행채로 자금이 쏠리지 않도록 발행규모와 시기를 탄력 조절키로 했다.
아울러 올해 연말까지 95% 비율이 적용되는 은행 LCR 규제는 내년 6월까지 현행 비율이 유지된다. LCR은 30일간 예상되는 순현금 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자산 비율을 뜻한다. 이 비율을 올리면 고유동성 자산 확보를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거나 예금을 더 확보해야 한다. 금융위는 내년 7월 이후 단계적으로 상향하되 최종적인 정상화(100%) 개시 여부는 내년 2분기쯤 결정할 방침이다.
연말 퇴직연금(DB형) 시장 모니터링은 강화한다. 금융당국은 연말 납입 집중현상을 막기 위해 그간 금융권·공공기관·대기업의 부담금 분납과 만기 다변화를 유도해 왔다. 금리공시체계 정비(베끼기 공시 방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퇴직연금 감독규정개정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부위원장은 “시장이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금융시장 안정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이 재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난해 4분기 저축성 예수금 증가 등으로 올해 4분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자금 규모가 예년에 비해 다소 큰 점을 감안해 경각심을 가지고 자금이동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 방지를 위해 추진하는 규제 유연화 조치들이 금융회사의 자산, 외형확대 경쟁의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된다”며 “자금시장을 교란하는 이기적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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