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한 거리의 상가 건물들이 비어있다. 김광우 기자.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대출 이자를 못갚아 신용불량자가 된 자영업자 수가 급증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됐는데도 민간 소비 회복세에 비해 금리가 더 빨리 오르면서,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등록된 자영업자는 1년 반만에 배 가까이 늘었다. 이와 반대로 개인 신용불량자의 수는 줄었다. 손님이 끊기자 빚으로 버텨온 자영업자의 경제 사정이 유달리 악화됐다는 증거다.
16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나이스신용평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말 기준 90일 이상 대출 원리금을 연체해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등록된 자영업자(기업대출을 보유한 개인)는 총 5만2061명으로 약 1년 반 전인 2021년 말(2만8508명)과 비교해 2만3553명(82%)가량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지난 2005년부터 ‘신용불량자’ 명칭을 대체한 용어로, 금융기관에 대출한 차주들 중 90일 이상 이자를 연체한 이들을 뜻한다. 이들은 금융기관에 의해 채무 불이행자로 등록되며, 금융 거래 중단 등 상당한 불이익을 받는다.
서울 한 거리에 불법 사금융 전단지가 부착돼 있다. 김광우 기자. |
지난 2019년 3만5762명에 달했던 채무 불이행 자영업자는 지난 2020년 4월 시행된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상환유예·만기연장 등 조치 발효 이후 2020년 말 2만8045명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영향이 계속되며, 이듬해인 2022년 말 3만5231명으로 다시금 증가했다. 속도는 올 들어 더 빨라지고 있다. 채무 불이행 자영업자는 올 상반기에만 약 1만6830명가량 불어나며, 지난해 전체 증가폭(6723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소비 침체로 막대한 채무액이 불어났음에도, 아직 상환능력이 복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자영업자의 올 상반기 말 기준 채무액은 723조원으로 지난 2018년 말(432조원)과 비교해 300조원가량 증가했다. 매년 50~80조원가량 꾸준히 늘어난 결과다. 같은 기간 금융권에서 대출한 자영업 전체 차주 수도 194만명에서 334만명으로 급증했다.
서울 마포구 상점가의 한 상가 건물이 비어있다. 김광우 기자. |
주목할 점은 자영업자 외 개인 금융채무 불이행자의 경우 점차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2018년 말 기준 81만명에 달했던 개인 채무 불이행자는 올 상반기 말 기준 58만9000명으로, 매년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2000년대 이후 도입된 신용회복 프로그램, 개인회생·파산제 등 정부의 신용관리 제도가 점차 효력을 보인 데 따라서다.
아울러 개인 채무자의 전체 채무액은 2018년 말 1342조원에서 2021년 말 1553조원까지 늘었지만, 올 상반기 말 기준 1484조원으로 다시금 줄었다. 이는 지난해 고금리 추세가 시작되며 이자 부담이 늘어난 개인들을 중심으로 원금 상환이 서둘러 이뤄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음식저 안내문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
그러나 코로나19 기간 매출 감소에 노출된 자영업자들은 늘어나는 이자 부담에도 불구하고 상환에 나서지 못했다. 되레 사업체 운영을 위해 빚을 불려왔다. 자영업자들의 채무 부실이 유독 두드러진 까닭이다. 2018년 말 기준 전체 금융채무 불이행자의 3.5% 수준에 불과했던 채무 불이행 자영업자는 올 상반기 말 기준 8.8%까지 늘어났다.
채무 불이행 자영업자의 연령대별 분포를 살펴보면, 고령층의 비율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말 12.1%에 불과하던 60대 이상 채무 불이행 자영업자의 비중은 올 상반기 말 18.5%로 6.4%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대 이하 채무 불이행 자영업자의 비중 또한 3.4%에서 4.9%로 늘었다. 이외에 30·40·50대 비중은 되레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