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연합] |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여야가 모처럼 의기투합했다. 지난 정부 의사 총파업과 국가고시 거부 등 의사단체들의 초강력 반발에 손발이 묶였던 정치권이 다시 의대 정원 확대 카드를 꺼낸 데에는 더 이상 ‘의료 공백’ 사태를 두고 볼 수 없다는 공감대가 배경에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필수의료 인력 부족, 지방의료체계 붕괴 사태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위기감이 형성된 상황에서다.
18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의사단체가 재차 강력 투쟁을 예고한 상황에서도 정부 방침에 여야가 보조를 맞추기로 하면서 정원 확대가 힘있게 추진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의사단체 반발에 손발이 묶였던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할지도 관건이다.
정부는 당초 오는 19일 의대 정원 확대 폭과 일정 등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발표 일정을 추후로 늦추기로 했다. 의대 정원을 파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지만, 의료계의 강한 반발을 고려해 세부 내용을 더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는 정부가 의대 증원 방침을 일방적으로 발표할 경우 강력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2020년 파업 때보다 더 큰 불행한 사태가 나올 수 있다”고도 경고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의대 정원 확대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소아과·산부인과 등 필수의료인력 부족과 지방의료체계 붕괴 등 의료 공백 사태 외에도 가파른 고령화를 대비하기에 이미 상당 시간을 지체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여권 내부에서도 조심스런 분위기가 감지된 바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의사단체 반발을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지난 정부가 2020년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했다가 의사 총파업으로 결국 좌절된 전례가 있어 쉽사리 이슈를 치고나가지 못한 상황이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중보건 위기가 닥치면서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 의료 인프라 강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가 10년간 4000명 의사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안을 내놓자 전공으를 포함한 의사들이 총파업과 집단 휴진을 벌였고, 일부 의대생은 국가고시를 거부하기도 했다. 의료체계에 비상이 걸리자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카드를 두 달 만에 철회해야 했다.
다만 당시 코로나 국면에서의 의료계 총파업이 국민적 지지를 폭넓게 얻지 못한 것은 이번 재추진에 일부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은 또 야당이 주도한 간호법 제정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무산 과정에서 의료단체 간 전면전이 있었던 만큼, 의대 정원 확대 추진 시기를 면밀히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모두 의사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사단체는 ‘정원 확대가 아닌 의사 배치의 문제’와 의료수가 개선 등을 주장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정부 여당이 의료수가 개선,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근무 여건 개선 등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대 정원 확대 규모와 지방 및 공공의료 지원 방안을 놓고 여야 온도차는 감지된다. 민주당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를 환영하는 가운데 공공의대 및 지역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 등도 함께 이뤄져야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관련 법안 처리를 민주당이 주도할 경우 여야 씨름이 이어질 수도 있다. 아울러 민주당 전남권 의원들은 현재 의과대학이 없는 전남에 의대 신설이 추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향후 의대 설치 지역을 둔 갈등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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