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한미 양국군이 한국 동해 해역에서 에이테큼스(ATACMS)와 한국의 현무 2호를 발사하는 모습.[미 육군·로이터]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미국이 우크라이나가 오랜 기간 절실히 요구해온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리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전달한 에이태큼스 미사일이 러시아를 상대로 한 전장에서 실전에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워싱턴DC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며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
당시 정상회담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확전 우려 때문에 그간 지원을 자제해온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를 지원할지에 주목됐다.
우크라이나는 사정거리가 300km에 달하는 에이태큼스를 확보함으로써 대러 반격 과정에서 러시아 지휘소와 탄약고, 보급로 등을 타격할 수 있게 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에 제공되는 에이태큼스가 집속탄 버전이라고 보도했다.
집속탄은 투하된 어미폭탄이 새끼폭탄 수백개를 지상에 흩뿌려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하는 무기다.
당국자들은 이번에 지원한 에이태큼스 미사일의 수가 적다며 어미탄에 들어가는 새끼탄의 수가 950개라고 전했다.
집속탄은 무차별 살상뿐만 아니라 불발탄이 땅속에 남아 전쟁 뒤 민간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비인도적 살상무기로 규정된다.
집속탄금지협약은 집속탄의 생산, 이전, 사용, 비축을 금지한다. 여기에 서명한 국가는 이날 현재까지 124개국이다.
미국은 한반도 내 북한의 위협을 거론하며 여기에 서명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가 집속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것은 지난 7월 155㎜ 포탄(한발에 새끼탄 72발)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미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고려해 민간지역 사용을 피하고 불발 확률이 낮은 것들을 우크라이나에 보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에이태큼스 지원을 고려한다는 보도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그러나 실제 지원은 비밀리에 이뤄졌다.
NYT는 운송 과정에서 러시아에 타격을 받을 우려, 몰래 지원받아 러시아를 기습하겠다는 우크라이나의 요구가 그 이유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뒤늦게 에이태큼스 사용을 인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정례 연설을 통해 “에이태큼스는 매우 정확하게 스스로를 입증하고 있다”고 공급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오늘 미국에 특별한 감사를 표한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우리의 합의가 이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작년부터 에이태큼스 수백기를 요청했지만, 미국은 러시아를 자극함으로써 사태를 악화할 수 있다며 한동안 지원에 난색을 표했었다.
미국이 에이태큼스 지원을 결정한 것은 러시아가 지난달 북러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으로부터 컨테이너 1천개 분량의 탄약 등 무기를 획득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과 무관치 않을 수 있어 보인다.
북한의 지원으로 러시아가 전황의 균형을 깰 가능성이 생긴 것이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에이태큼스 지원을 촉진했을 수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에이태큼스를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강하게 반발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보내는 백악관의 결정은 심각한 실수”라며 “의도적으로 숨겨서 이뤄진 이번 조치의 대가는 본질적으로 가장 심각할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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