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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지고 있다. 인터넷 방송, 게임, SNS 등 다양한 형태로 일상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18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 검거 건수는 올 8월까지 2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건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한 학교폭력, 금품갈취 등의 2차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고등학생 A군은 불법 스포츠 토토 사이트에 가입해 6000만원 상당의 도박을 했다. A군은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를 협박했고, 결국 소년법원에 송치됐다. 또 다른 고등학생 B군은 온라인 내기게임 ‘달팽이’에 참여했다가 2000만원을 잃은 뒤,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들에게까지 도박 사이트를 홍보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처럼 고등학생들의 도박 사건이 잇따르면서 서울지역 1407개교 및 학부모 78만명을 대상으로 ‘긴급스쿨벨 4호’를 발령했다. 스쿨벨은 서울경찰청과 서울시교육청이 2021년 구축한 시스템으로 신종 학교폭력 등 새로운 유형의 청소년 범죄가 발생하면 학생·교사·학부모에게 온오프라인을 통해 이를 알리는 시스템이다.
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지는 사례가 늘면서 중독 환자와 상담 건수도 크게 증가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도박 중독 치료 환자 수는 2017년 39명에서 올 8월 기준 111명으로 약 3배 증가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제출한 ‘청소년 대상 도박문제 관련 상담 현황’에 따르면 청소년 상담자 수는 2015년 51명에서 2023년 8월 기준 1406명으로 약 28배 증가했다.
청소년 도박이 날로 심각해지자 대통령도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청소년을 상대로 한 불법도박 개장은 국가의 미래를 좀먹는 악질 범죄”라며 “경찰은 불법도박 및 연계 범죄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단속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범부처 총력 대응을 지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도박을 하는 원인으로 성인과 달리 상대적으로 돈을 벌 기회가 적어 쉽게 유혹에 흔들리는 점을 꼽고 있다. 특히 사이버 도박의 경우, 성인보다 청소년들이 훨씬 익숙해 거부감이 덜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은 경제 관념이 부족하고 현실 감각도 성인보다 떨어진다. 성인들이 일을 해서 월급을 받아 한 달 생활하는 것에 익숙한 반면, 청소년들은 그런 개념이 부족하다”며 “도박을 하면 돈을 쉽게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또래집단과 어울리기 위해 도박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소년이 도박에 빠지면 진짜 중요한 것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악화된다.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나쁜짓까지 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며 “한 번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을 원래의 모습으로 바꾸는 건 쉽지 않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장기적인 교육과 홍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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