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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행 취소’ 바이든 시작부터 어긋난 이스라엘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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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방문을 위해 17일(현지시간)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대통령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 문제로 이집트, 요르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회담할 예정이었으나 방문 직전 가자지구 병원이 폭격당했다는 소식이 나와 취소됐다. [AFP]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인도주의 참사와 확전을 막기 위해 중동 순방에 나섰지만, 아랍권 지도자들과 예정됐던 요르단 방문이 막판 취소됐다. 순방 직전 팔레스타인 가지지구 병원이 폭격으로 최소 5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중동 국가들의 분노를 사면서다.

이번 사건이 보편적 지탄 대상인 전쟁범죄 정황인 까닭에 이스라엘의 가자 지상전은 물론이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분쟁 해소 노력에 중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력 역시 또다른 시험대에 서게 됐다.

가지자구 보건당국은 이스라엘이 17일 피란민과 환자로 가득 찬 가자지구 내 아흘리 아랍 병원을 공습했다고 주장했다. 폭발로 병원이 심하게 파괴되면서 여성과 어린이, 피란민을 포함한 최소 5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해진 사진과 영상에는 출혈이 심한 시신, 검게 그을린 시신이 병원 경내에 흩어져 있는 참상이 목격된다. 이스라엘은 이번 병원 폭발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오발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의료시설에 반인륜 행위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난 7일 이스라엘 기습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은 중대 갈림길에 서게 될 전망이다. 전쟁 중에 전투와 관계없는 이들을 살상하거나 병원 같은 민간인 보호시설을 파괴하는 행위는 국제법정에서 처벌되는 전쟁범죄다.

이슬람권뿐만 아니라 서방국 지도자들의 입에서도 “명백한 전쟁범죄”라는 즉각적인 규탄이 쏟아지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일단 하마스를 직접 지지하지는 않고 일정 거리를 유지해온 아랍권에서도 감정이 격앙되면서 확전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당장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요르단 방문 계획은 아랍권의 반발 속에 요르단의 요청으로 취소됐다. 주요국 정상의 방문과 다자 회담이 이같이 직전에 취소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요르단의 취소 통보를 백악관도 받아들였다.

당초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한 뒤 곧바로 요르단을 찾아 압둘라 2세 국왕, 압델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4자 회동을 할 계획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폭격 주체를 언급하지 않은 채 “나는 가자지구 알아흘리 병원 폭발과 그것이 초래한 최악의 인명 피해에 분노하고,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 소식을 듣고는 즉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소통했다”며 “국가안보팀에 정확하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정보 수집을 계속하라고 지시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분쟁 기간 민간인 생명 보호를 명확히 옹호한다”며 “우리는 부상자, 의료진, 그리고 이 비극으로 죽거나 다친 무고한 사람들을 애도한다”고 밝혔다.

이번 병원 참사는 아랍권 국가가 크게 실망해 물러섰다는 점에서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 사이에서 나름의 ‘균형 외교’를 취하려던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형악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비영리기구 국제위기그룹(ICG)의 분쟁 전문가 리처드 고원은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상황이 불확실하긴 하지만 끔찍한 사건 때문에 외교가 더 힘들어지고 긴장이 격화할 위험이 커진다”고 진단했다.

고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목적은 미국이 이 상황에 통제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며 “전쟁을 통제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이 같은 비극적 사건에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요르단 방문 무산으로 아랍권과의 공식적 교감에는 실패했으나 이스라엘은 그대로 방문한다.

김우영 기자

CP-2023-0083@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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