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워싱턴DC 연방준비은행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합] |
미국 국채금리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도달했다고 인식되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이 지속되며 과거 경험과 상이하다 보니 시장참가자조차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 상승은 부채 한도 협상 이전 국채 발행 제한 및 재정적자 누적 등에 따른 일시적인 발행물량 증가와 함께 연준의 양적 긴축과 같은 수급적인 요인이 부각된 탓이다. 또 고용을 비롯해 예상 수준을 상회하는 미국 경제지표가 지속되는 점도 배경이 됐다. 이 같은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언제, 얼마나 큰 폭의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연준이 단기간에 5.25%포인트나 기준금리를 인상했는데도 미국 경제지표가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보인다는 것은 금리 인상폭이 수요를 둔화시키기에 충분하지 못했거나 경제 펀더멘털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대두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의문 해소에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이 미국 중립금리 상향 논쟁이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압력 없이 잠재성장률과 자연실업률을 달성할 수 있는 이론적 금리 수준으로, 특정 수치나 고정값으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이 같은 이상적인 중립금리 수준이 팬데믹기간을 거치며 상향조정되고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폭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연준의 고금리정책 장기화를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는 부분이다.
팬데믹 이전 미국 경제는 고령화·저출산에 기반을 둔 인구구조 변화와 더불어 1인당 생산성 증가 둔화로 잠재성장률이 지속해서 하향조정됐다. 또한 버냉키가 주장한 바와 같이 동아시아 국가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글로벌 연금시장 급팽창에 기반을 둔 잉여자금이 미국에 유입(Global Saving Glut Theory)되며 금리를 하락시켰고, 4차 산업 중심으로의 주도 산업 변화 등으로 유형 자본에 대한 투자 수요가 감소하며 만성적 수요 부족과 투자 감소에 따른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 Theory)가 금리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와 더불어 부의 불균형 심화로 저축 성향이 높은 소득 상위계층을 중심으로 부의 집중도가 강해지며 투자 수요가 증가, 실질 중립금리가 0.5%까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팬데믹을 전후로 이민정책 확대를 통한 노동가능인구 유입을 촉진하고 기술혁신 등으로 잠재성장률 하향세가 정체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미 국채에 주로 투자했던 국가들이 보유액을 축소하고 있고 연준의 양적 긴축에 따른 국채 수요 둔화 등이 나타나며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실물경제 측면에서는 제조업 중심의 리쇼어링 정책과 기후변화 대응 및 국가안보 등 정부 정책 중심의 투자 수요가 확대되며 고정자본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가 국채 발행 증가로 이어지며 중립금리 수준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중장기 중립금리 수준의 변화에 대해서는 연구자 간 상반된 견해가 존재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중립금리 수준이 상향조정됐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존재하지 않으며, 최근 기대인플레이션까지 상승하며 명목 중립금리 수준은 더 큰 폭으로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연준의 통화정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사상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는 등 저출산·고령화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고,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 해외 직접 투자 확대 및 생산성 둔화 등으로 잠재성장률 하향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실질 중립금리 추정 수준도 하향 추세를 지속해 최근에는 0%를 하회하는 수준까지 하락했다는 주장마저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미국과 상이한 흐름을 보이는 중립금리 방향성은 한은의 통화정책 운신폭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폭이 200베이시스포인트(bp)에 달하며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유입이 둔화된 상황에서 한은이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 중립금리 상승으로 향후 연준이 고금리정책을 장기화하거나 금리 인하폭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경우에도 한은은 국내 경제 상황에만 전념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없는 트릴레마(Trilemma)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우리나라 금리만 빠르게 하락해 장기간 급증한 민간부문의 부채 부담이 완화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증가속도를 기록한 가계부채를 비롯해 팬데믹기간을 전후해 급증한 기업 부채와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에 대한 상환 및 리파이낸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민간부문의 부채 문제 완화와 금융권의 신용 중개 기능이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당국과 시장참가자 간 유기적인 협력하에 단기 유동성을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등 시장 불확실성을 완화시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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