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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과도한 수신 유치 경쟁을 막기 위해 현행 95%로 적용되는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를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은행채 발행 한도도 폐지해 은행권의 안정적인 자금 확보에 숨통을 트여주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18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 금융협회 등과 함께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금융권 자금이동 리스크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지난해 10월부터 금융권에서 자금 확보를 위해 발생한 경쟁적인 예금 금리 인상이 금융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당시 가입한 고금리 예금 등의 만기가 연말까지 도래하는 만큼 올해는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지난 9월부터 10여 차례에 걸쳐 금융권과 회의를 갖고 4분기 급격한 자금이동 발생 가능성과 대응방안을 논의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에 비해서는 자금확보 경쟁 우려가 많이 완화됐지만 과도한 수신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기로 했다.
김 부위원장은 “시장이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금융시장 안정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이 재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해 4분기 저축성 예수금 증가 등으로 올해 4분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자금 규모가 예년에 비해 다소 큰 점을 감안해 경각심을 갖고 자금이동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금융당국은 올해 말까지 95% 비율이 적용되고 있는 LCR 규제에 대해 2024년 6월까지 현행 비율을 계속 적용하고 2024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정상화하지만 최종적인 정상화 개시 여부는 2024년 2분기 중 시장 상황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LCR은 30일간 예상되는 순 현금 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자산 비율을 말한다다. 금융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LCR을 기존 100%에서 85%로 낮췄고 이후 단계적으로 비율을 높여 적용하고 있다.
이는 당초 계획대로 올해 말에 규제 비율을 상향할 경우 은행들이 규제 비율을 맞추기 위해 은행채를 과도하게 발행하거나 고금리 정기예금을 유치하는 등의 수신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당초 금융당국은 12월까지 현행 비율을 유지하고 올해 말 단계적 정상화의 속도와 폭을 결정한다는 방침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말 이후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내렸던 은행채 발행 자제 조치를 풀고 은행이 각자의 여건에 따라 보다 유연하게 발행할 수 있게 허용했다.
은행들이 필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예·적금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은행권의 은행채 발행이 지나치게 증가해 회사채 발행에 악영향을 주는 등 채권시장 부담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시장 상황에 따라 발행규모와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절토록 했다.
퇴직연금(DB형)에 대해서도 연말 납입 집중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권, 공공기관, 대기업의 부담금 분납과 만기 다변화를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공정경쟁을 위한 ‘베끼기 공시 방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퇴직연금 감독규정 개정도 조속히 마무리할 계획이다.
퇴직연금 시장의 급격한 머니무브(대규모 자금 이동) 우려는 지난해에 비해 많이 줄어든 상황이지만 지나친 고금리 상품 등 경쟁 질서를 왜곡하는 행위로 인해 시장 교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집중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적정수준의 금리경쟁은 필요하고 자금 확보를 위한 노력들이 개별 금융회사 차원에서는 합리적 결정일 수도 있지만 시장 전체적으로 이런 행위가 지나치게 확산될 경우 자금 불균형에 따른 유동성 문제 심화 등 부정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부위원장은 “과도한 자금 확보 경쟁 방지를 위해 추진하는 규제 유연화 조치들이 금융회사의 자산 및 외형확대 경쟁의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면서 “자금시장을 교란하는 이기적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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