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 앞에 교육 과정과 관련한 광고 문구가 적혀 있다. 학원가에 따르면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계획에 ‘의대 준비반’ 입학 문의가 늘었다. 정부는 오는 19일 2025년도부터 적용할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 |
[헤럴드경제=안효정·김영철 기자]“의대 진학반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입니다.” (강남의 A 학원 관계자)
“의대를 목표로 하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맞춤형 프로그램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지자 학원가에선 ‘의대 준비반’ 증설을 검토하는 등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18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내놓자 의대를 준비하는 학생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강남과 목동 학원가를 중심으로 의대 준비반을 추가 개설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부 학원은 현재 의대반의 등록 기준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강남의 A학원 관계자는 “학원 시험이나 의대 준비반과 관련한 학부모 문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계속 이런 식이면 의대 준비반을 늘려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강남에서 상위 클라스에 속하는 학원들은 학생들을 무조건 다 받지 않는다. 학원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의대 준비반은 고득점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며 “학원 시험의 변별력을 유지해서 지금처럼 소수의 고득점자 학생만 의대 준비반에 넣을지 고득점의 기준을 살짝 낮춰 의대 준비반을 늘릴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목동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한 대표도 “의대 정원 확대 소식에 ‘우리 아이도 좀 더 공부하면 의대로 진학할 수 있겠다’고 기대하는 학부모가 많아진 것 같다”며 “아직은 정확한 확대 폭이 나오지 않아서 지켜보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발표 내용에 따라 (의대 준비반을) 얼마나 늘릴지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으로 고등학생은 물론 이른 나이부터 의대를 준비하려는 학생들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B학원 관계자는 “의대는 최상위권 학생 중에서도 소수만 갈 수 있기 때문에 초등학생 때부터 탄탄한 기초를 쌓을수록 유리하다”며 “중학교 3학년 땐 고등학교 수학을 갖고 놀 수 있는 정도가 돼야 최상위권 진입에 수월하다”고 했다. B학원은 주3회 4시간씩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의대 준비반을 운영해 이들이 초등학교를 마치기 전에 중학교 수학을, 중학교를 마치기 전에 고등학교 수학을 끝낼 수 있도록 학습진도를 끌고 가고 있다.
의대진학을 목표로 한 학생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학원들은 맞춤형 프로그램도 앞다퉈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재학생 중심의 학원에선 내신 준비반이, 수능 대비 학원과 재수 종합학원에선 이과 중심반이 증설될 수 있다”며 “최상위 대학의 입학생이나 이공계 대학 합격생들 중 1학기를 마치기도 전인 3월부터 의대를 준비하러 입시에 뛰어드는 경우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목동의 C학원 대표도 “정부의 방침이 명확해져 특히 의대 정시 모집 인원이 늘어나면 직장인들도 의대 입시에 도전해 ‘N수’가 아니고 ‘무한대 수’가 나올 것 같다”며 “추후 발표되는 입시안을 들여다봐야겠지만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만큼 의대 입시를 위해 학원들이 민첩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대 정원을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이 치르게 되는 2025년도 대학입시부터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확대 폭을 놓고선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줄었던 351명(10%)만큼 다시 늘리는 방안과 정원이 적은 국립대를 중심으로 521명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됐지만, 1000명을 넘는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전년 대비 확대 폭을 순차적으로 늘려 이번 정부 내 3000명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 의대 정원 확대를 반영하기 위해 연말까지는 의료계와 협의를 마치고 정원 확대 규모와 방안 등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의사가 늘면 양질의 의료 인력이 많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대 증원은 사회적으로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임에 공감한다”면서도 “사교육 현장을 통해 볼 수 있듯 의대 쏠림 현상이 가속화돼 학생의 진로가 편중되는 것은 더 세심한 정책으로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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