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조 20일 찬반투표에서 잠정합의안 가결시 완성차 5사 모두 타결
“교섭 질질 끌어 얻어낸 게 뭐냐” 집행부 향한 조합원 반발 관건
일시금 지급 지연되며 피로도 높아져 가결표 몰릴 가능성도
기아 노사가 지난 17일 올해 임금협상(임협) 잠정합의안 도출에 성공하면서 타결을 눈앞에 두게 됐다. 오는 20일로 예정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투표자의 과반이 찬성해 가결되면 완성차 5사가 모두 무분규로 교섭을 마무리하게 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전날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경영성과금 300%+800만원, 생산판매목표 달성 격려금 100%, 특별 격려금 250만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 상품권 25만원에 무분규 타결 무상주 34주 지급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임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합의안에는 미래경쟁력 확보 방안도 포함됐다. 현재 진행 중인 신공장의 성공적인 건설 및 양산을 위해 노사간 상호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신사업 및 미래차 핵심부품에 대한 국내 투자 확대, 미래 사업 전환에 따른 국내 물량 확보와 고용안정을 위해서도 공동 노력하겠다는 내용을 합의서에 담았다.
막판 쟁점 사안이었던 ‘고용세습’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단체협약(단협) 상의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채용 조항도 삭제하기로 했다. 대신 청년실업난 해소 및 생산직 근로자들의 작업부담 저감 차원에서 300명의 신규인력 채용에 합의했다.
지난 4개월간 사측과 대립각을 세웠던 노조 집행부였지만, 이젠 사측과 한 배를 타게 됐다. 오는 20일 잠정합의안을 놓고 이뤄지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을 받아내야 하는 공동 목표를 갖게 된 것이다. 연말 지부장 선거를 앞둔 노조 집행부로서는 잠정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기아 노조) 집행부는 18일 내부 소식지 ‘쟁대위소식’을 통해 “다소 부족하지만 노동조합이 고심 끝에 결단한 만큼 조합원을 위한 성과는 성과대로 판단해 달라”면서 “독자적인 교섭으로 현대차를 뛰어 넘은 성과를 거뒀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만큼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는 말로 가결에 힘을 실어줄 것을 조합원들에게 호소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교섭 과정에서 집행부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터라 조합원 절반 이상의 찬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그룹 내 다른 완성차 계열사인 현대차 직원들은 지난달 일찌감치 교섭을 타결해 추석연휴 전 목돈(성과금, 격려금, 임금인상 소급분 등)을 손에 쥐었지만, 기아 직원들은 교섭 지연으로 타결금 지급이 늦어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큰 상태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교섭을 길게 끌면서 추가로 얻어내는 부분이 많다면 모르겠지만 결국은 현대차와 같은 수준을 못 벗어날 텐데, 조합원들에게 손해만 끼쳤다며 집행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교섭에서 평생사원증(퇴직자 복지) 혜택을 축소하며 입지가 불안해진 노조 집행부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하게 교섭을 지연시켰다는 비난도 있었다.
이번 교섭에서 기아 노조 집행부가 ‘현대차를 뛰어 넘은 성과’로 제시한 것은 베테랑(퇴직자 재고용) 1+1(1년 근무 후 1년 연장) 및 임금‧복지 동일적용, 베테랑 고용지원수당 7만원에서 10만원으로 인상, 특별채용자 신입사원 심야보전수당 차별 해소, 주간연속 2교대포인트 인상(50만포인트→100만포인트, 올해부터 적용) 등이다.
정년 연장에 준하는 베테랑 기간 연장과 일부 복지혜택 확대 등 현대차보다 나은 결과물이 있긴 하지만, 임금인상폭과 일시금 지급 조건은 현대차와 동일하다는 점에서 조합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다만, 장기 교섭으로 일시금 지급이 늦어져 피로도가 심화됐다는 점은 가결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부결시 다시 노사가 교섭 테이블에 앉아 2차 잠정합의안 도출을 위해 줄다리기를 하고, 다시 찬반투표까지 하려면 다시 몇 주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이번에 가결표를 던지는 조합원들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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