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公기업, 시중금리比 주택자금 대출
부채 규모 느는데 혜택 축소는 안 해
지난해 이후 신규 대출자도 혜택 적용
최근 고금리 등 이자 부담 증가로 가계 근심은 커지는 가운데 공공기관 임직원들은 저금리로 주택자금 대출 등 혜택을 꾸준히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황제대출’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관행은 정부의 여러 차례 시정 조치에도 꿈쩍 않는 모양새다.
18일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2018년 이후 최근까지 임직원에게 정부 공공기관 혁신 지침상 기준보다 낮은 금리로 주택융자금과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제공했다.
현재 정부 지침을 보면 공공기관은 주택자금과 생활안정자금을 각각 7000만원과 2000만원 한도로 대출이 가능하다. 금리는 한국은행이 공표하는 은행 가계자금 대출금리보다 낮아서는 안 된다.
지침상 하한 금리는 올해 1월 기준 5.34%지만 aT의 주택자금 하한 금리는 3.5%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1.6∼1.8% 수준을 유지하다 올해 들어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생활안정자금 금리도 올해 1월 2.5%로 지침상 기준 절반에 미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올해 9월까지 지침 이율보다 낮은 금리로 사내 대출을 받은 aT 임직원은 총 244명으로, 지원액은 88억원 수준이다. 이 중 임직원 51명은 지침에 명시한 대출 한도를 넘어선 금액을 빌리기도 했다.
aT 외에도 많은 공공기관들이 가계대출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주택융자금을 지원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1.5%), 한국부동산원(2.2%), 한국토지주택공사(2.9%) 등을 포함한 20개 기관에서 한국은행 가계대출금리(5.34%)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대출을 지원했다.
특히 주요 공공기관 중 20개 기관은 1754명에 대해 주택융자금 약 1540억원을 한은 가계대출금리 미만 수준으로 제공했다. 지원이 가장 큰 기관은 공교롭게도 매년 부채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한국전력공사(900명, 782억원)이었다.
이러한 혜택이 공공기관 경영 부실이 악화하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 전체 공공기관 부채 규모는 670조원으로 집계됐다.
공공기관 부채는 2018년 500조7000억원, 2019년 524조2000억원, 2020년 540조600억원, 2021년 582조4000억원 등으로 매년 불어나고 있다.
또 공공기관 황제대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공공기관 복리후생 제도 운영 현황을 점검한 결과 주택자금 대출과 생활안정자금 대출 등 사내대출 관련 개선 필요 건수가 전체 개선 필요 항목 중 32.3%를 차지했다.
45개 기관에서 주택자금 대출 미준수 부문에서 125건이 적발됐다. 내용을 보면 시중금리 미적용 33건, 대출한도(7000만원) 초과 25건, 무주택·면적 초과 28건, 주택담보대출 인정비율(LTV) 미적용·근저당권 미설정 39건 등이다.
생활안정자금 대출 역시 34개 기관에서 57건이 확인됐다. 시중금리 미적용 33건, 대출한도(2000만원) 초과 24건이다.
예정처는 “기재부가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운용지침’, ‘공공기관 혁신에 관한 지침’ 등을 바탕으로 공공기관의 복리후생 수준을 관리하고 있지만 주요 공공기관 중 일부는 지난해 이후 신규 대출자에 대해 여전히 지침상 대출 이자율, 대출 한도, 면적 요건 등을 위반해 주택융자금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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