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해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전체 취업자의 20%로 563만명에 이른다. 비중으로 보면 미국의 3.6배, 일본의 2.4배 수준이다.
이렇듯 경제의 중추이며 많은 고용을 담당하는 한국의 중소상공인 대상 금융서비스는 담보대출이나 정책자금지원(보증기관의 보증대출 등)에 집중돼 양과 질에서 모두 부족한 상태다. 정책자금을 제외하고 민간에서 공급되는 자금은 대부분 고금리 대출이며, 이마저도 충분히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금융업권에서 규모가 가장 큰 은행권의 경우 대부분 주택담보대출, 대기업 또는 고신용 직장인들에게 집중돼 있다.
은행권이 중소상공인 신용대출에 소극적인 이유는 중소상공인들이 직장인에 비해 부실가능성이 높아서라기보다, 부실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중소사업자들의 소득을 추정하고 신용을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 이들에 특화된 신용평가모델이 발달하지 못했다. 또한 금융기관 직원이 대면이나 수기로 처리하다 보니 수익 대비 비용이 높았다. 그러나 정보기술(IT)산업 발달로 매출액, 매입액, 반품률, 주변 상권, 단골고객 수 등 실시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이들에게 특화된 신용평가모델을 만들고 비대면으로 대출이 가능한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해외에는 많은 핀테크 기업이 데이터와 IT를 통해 중소상공인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캐비지(Kabbage)는 소상공인의 계좌와 판매정보를 연동해 실시간으로 AI모델이 현금흐름을 예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출 신청시 승인여부와 한도를 7분 이내에 알려준다. 스퀘어(Square)도 다양한 실시간 비금융데이터를 활용, 소상공인들에게 빠르고 간편한 대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중소상공인 대상 금융서비스가 태동하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소상공인 대상 간편장부서비스인 캐시노트를 이용하는 소상공인들의 데이터를 활용,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에 진출했다. 윙크스톤파트너스는 동대문 의류사입, 온라인셀러 주문수집, 미들마일 물류, 자동차부품 플랫폼들과 데이터 연동을 통해 다양한 중소상공인 카테고리에 특화된 신용평가모델을 만들어 직접 대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셀러들의 판매 데이터를 활용한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통해 비대면 신용대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은 중요한 생산 요소인 ‘돈’이 필요한 곳으로 흐르게 하여 경제활동을 유지하도록 도와주고 활성화하는 사회적 인프라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한 중소상공인 대상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입법부의 정책 방향과 의지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중소상공인 대상 금융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한 논의는 정책자금 공급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공론화 되었던 특화은행인 챌린저 뱅크 도입이 미뤄진 것이나 해외 사례를 비춰볼 때 소상공인 금융서비스 확대에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이 여전히 강력한 규제로 인해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중소상공인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이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데 필수적이다. 코로나19에 이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중소상공인들이 공정한 금융서비스를 통해 희망을 얻고 도약하는 데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한 핀테크 산업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권오형 윙크스톤파트너스 대표 ohkwon@winkst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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