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수원, 박대성 기자] “못 뛰어서 힘든 것보다 많이 뛰어서 힘든 게 낫다. 지금은 모두 힘든 상황에서 경기를 뛰고 있다. 지난해에도 많은 경기를 소화했는데, 다치지 않으면서 컨디션 관리를 잘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김민재(26, 바이에른 뮌헨)이 체력적인 걱정을 일축했다. 못 뛰어서 힘든 것보다 많이 뛰어 힘든 게 훨씬 낫다며 미소를 지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7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과 ‘하나은행 초청 국가대표 친선경기’에서 6-0으로 이겼다. 지난 9월 유럽 원정길부터 베트남전까지 3연승에 안착하며 11월 월드컵 2차 예선과 내년 1월 아시안컵 본선을 향한 예열을 끝냈다.
킥오프 전 1시간 전에 라인업이 발표됐다. 조규성이 최전방에서 베트남 골망을 노렸다. 허리에선 이재성, 황희찬, 이강인, 손흥민이 스위칭 플레이로 화력 지원을 했고, 박용우가 뒤를 받쳤다. 포백은 김민재, 정승현, 설영우, 이기제였고,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가 꼈다.
베트남은 응우옌 호앙 득, 응우옌 딘 박, 팜 뚜언 하이 스리톱이 나섰다. 중원에선 응우옌 뚜언 아인, 도흥중이 뛰었고, 보민쫑, 쯔엉 띠엔 아인이 윙백에 나섰다. 수비는 딴뚜언따이, 부이호앙바엣아인, 도주이만이었고, 골문은 당반럼이 지켰다.
한국은 전반부터 베트남을 몰아쳤다. 전반 5분 코너킥에서 김민재가 헤더로 골망을 뒤흔들며 선제 득점에 성공했다. 베트남이 만회골을 위해 공격 주도권을 잡으려고 했지만, 피지컬과 기본 볼 터치에서 열세였다.
한국은 볼 점유율을 올리면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이강인, 황희찬 등이 다양한 패턴 플레이와 스위칭으로 베트남 빈틈을 노렸다. 황희찬이 회심의 슈팅을 했는데 수비 벽에 막혀 아쉬움을 샄기기고 했다. 전반 15분경 이강인이 볼을 받아 방향만 돌린 슈팅이 살짝 빗나가 4만 관중이 환호성을 지르게 했다.
베트남이 간헐적인 공격을 했지만 한국에 위협적이지 않았다. 한국은 베트남 공격을 한 차례 막아낸 이후 차분하게 후방부터 공격을 풀어나갔다. 베트남은 전반 23분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깔끔하진 않았지만 한국 수비가 쏠린 틈을 반대로 전환해 슈팅을 가져갔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아 골문을 벗어났다.
한국은 곧바로 맞대응했다. 베트남이 박스 안에서 수비 대형을 지켰지만 유려한 드리블과 패스로 압박을 벗겨냈다. 손흥민이 슈팅으로 이어갔지만 아직 영점이 맞지 않아 볼이 뜨고 말았다. 이후 황희찬이 득점포를 가동했다. 전반 27분, 이재성이 2.5선에서 페널티 박스 쪽으로 전진시킨 볼을 침착하게 받았고 베트남 골대로 밀어 넣었다. 득점 후 기세가 오른 황희찬은 측면에서 과감하게 돌파해 조규성 머리에 크로스를 시도했다.
베트남은 두 골을 실점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전반 30분, 오른쪽 측면으로 파고 들어 기회를 노렸고 슈팅을 했다. 한국은 전반 32분 손흥민의 기점으로 시작, 이강인이 침투하는 조규성에게 반 박자 빠른 패스를 공급했다. 전반 35분 이강인이 박스 앞에서 얻은 프리킥을 튀니지전처럼 날카롭게 쏘아 올려 베트남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한국은 주도권을 이어갔고 베트남은 수비에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주로 황희찬이 왼쪽 측면에서 드리블, 공간을 만들며 한국 공격에 물꼬를 텄다. 손흥민은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한국 화력에 불을 지피고 수비를 몰아줬다. 전반 종료 직전 이재성이 침투 이후 슈팅을 가져갔지만 베트남 골키퍼 품에 안겼다.
한국은 후반전 휘슬이 울리자 또 골 맛을 봤다. 후반 2분 조규성이 손흥민이 원투패스를 주고 받으며 베트남 수비 밸런스를 흔들었다. 손흥민이 골문 근처로 밀어준 볼을 조규성과 보민쫑과 경합을 했고, 보민쫑의 발에 맞아 자책골이 됐다. 베트남은 만회골을 위해 한국 진영에서 볼을 잡았지만 쉽사리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한국은 코너킥에서 손흥민이 낮게 깔아차 다른 패턴 공격을 시도했다. 베트남도 세트피스에서 활로를 찾으려고 했다. 후반 12분, 조규성이 박스 안에서 살짝 올려준 볼을 손흥민이 헤더로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위협적이지 않았다.
한국은 후반 15분 캡틴 손흥민이 골망을 뒤흔들었다. 박스 안에서 볼을 잡은 손흥민이 오른발로 정확하게 밀어 넣으며 포효했다. 득점 이후 수원에 모인 4만 관중 팬들에게 찰칵 세리머니를 하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이후 한국은 추가골을 연달아 터트리며 완벽한 승리를 따냈다.
김민재는 4년 만에 A매치 골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훈련할 때부터 이강인과 잘 맞았다. 또 이강인의 킥이 워낙 좋아서 내가 머리만 대면 들어간다. 사실 골을 잘 넣는 스타일은 아니다. 골대에 머물기보다 세컨볼을 잡으려고 한다. 베트남전에선 세트피스 전술이 나에게 맞춘 거라 더 책임감을 가지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민재는 나폴리 시절부터 엄청난 경기들을 뛰고 있다. 유럽 정상을 노리는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마찬가지다. A매치 기간에 대표팀과 일정을 오가느라 체력적인 부담이 클 법 하다. 하지만 그는 “못 뛰어서 힘든 것보다 많이 뛰어서 힘든 게 낫다. 지금은 모두 힘든 상황에서 경기를 뛰고 있다. 지난해에도 많은 경기를 소화했는데, 다치지 않으면서 컨디션 관리를 잘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남다른 책임감을 보였다.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여론은 여전히 좋지 않다. 재택 근무와 한국에 자주 머물지 않는 태도로 빈축을 사고 있다. 김민재는 “솔직히 여론이 좋았던 감독님은 없었던 것 같다. 결과는 선수들이 만드는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선수들이 잘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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