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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핵심 참모들에게 이념보다 민생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서 교훈을 얻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에 대한 소통 정치를 강화해 민심을 얻어 야당의 반대로 꽉 막힌 국정운영의 돌파구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특히 국민 소통, 현장 소통, 당정 소통 등 ‘3통(通)’ 강화로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민생에 집중해 선거 패배 이후의 각종 잡음을 해소하려는 행보다.
◇“민심은 천심”…3통 정치로 기조 전환=윤 대통령은 18일 오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더 민생 현장에 들어가 챙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가 더 분골쇄신하고 민생을 보다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치에서는 민심은 천심(天心)”이라며 “국민은 왕이라고 늘 새기고 받드는 지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국민통합위원회 만찬에서도 윤 대통령은 민생 관련 키워드를 통해 의지를 밝혔다. 서울경제신문이 17일자로 보도했던 20대 이하 청년 연체율이 4년 연속 증가하고 노년층 연체율이 1.7%포인트 급등하는 등의 내용을 의식한 듯 “많은 서민들, 청년들은 여러 가지 경제와 가계부채 문제로 아주 정말 힘들다”고 강조했다. 마무리 발언에서는 “장애인이나 청년 이주민(문제), 삶의 희망을 그냥 포기하는 자살에 대한 대책이 바로 우리를 헌법 가치로 통합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주민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수원의 한 초등학교에서 만난 이라크 이주민 아이를 언급하며 “우수한 아이들이 부모가 경제적으로 어렵고 사회적으로 소외됐다는 이유로 우리가 가볍게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며 “보석이 널려 있기에 잘 모아서 잘 다듬고 키워나가야 된다”고 말했다.
경찰의날 행사에서도 윤 대통령은 민생 관련 언급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78주년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성폭력·아동학대·가정폭력·스토킹과 같이 약자를 상대로 하는 범죄는 절대 용납해서는 안된다”며 “경찰 조직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치안’을 중심으로 재편하고 현장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흉악범죄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위해 방검장구·저위험권총 등 신형 장구를 신속히 보급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생 정책 당이 주도…종속 이미지 벗을까=윤 대통령의 민생 행보 천명에 더해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당이 주도적으로 민생 정책을 이끌겠다”며 당정 정책의 변화를 예고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윤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당이 주도적으로 민생 관련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챙기고 앞장서서 이끌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이만희 사무총장,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이날 낮 12시 10분부터 2시간가량 용산 대통령실에서 식사하고 용산 어린이공원을 산책하며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이 사무총장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이 참여하는 고위당정협의회는 주 1회 정례화하기로 했다. 이 총장은 “(당 지도부가) 그동안 현안 위주로 비공개적·비정기적으로 열린 고위당정을 주 1회로 정례화하자고 제안했고 대통령실에서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오찬 회동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은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은 올 5월 10일 이후 5개월 만이다. 당 지도부는 전날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만찬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여당 지도부의 요구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여당이 당정 일체론의 기조를 탈피해 대통령실과 수평적 관계에서 국정운영의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김 대표 역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이 끌려다닌다는 지적에 대해 “당과 정부·대통령실과의 관계를 보다 건강하게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인적 쇄신보다 안정…민생 현안 발굴 집중=대통령실과 내각 운영 역시 당분간 민생이 우선순위인 만큼 최대한 안정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김대기 비서실장 체제를 이어가면서 새로운 인물을 찾고 각종 불필요한 논란에 휩쓸릴 시간에 각자 자리에서 민생과 관련된 정책을 만들라는 것이 윤 대통령의 의중으로 풀이된다. 당장 인적 쇄신에 나설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고 국감이 끝나면 11월 예산결산위원회가 열린다. 당장 참신하고 일 잘하는 인물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분간은 대법원장 후보자를 찾는 데만 집중할 것”이라며 “여성가족부 장관도 김현숙 장관 체제로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여야가 모두 찬성하는 의대 정원 확대 등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국정 현안들을 챙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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