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인력 감축안을 두고 서울교통공사와 팽팽히 맞서던 서울교통공사노조 연합교섭단이 다음달 9일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노조가 ‘안전’을 볼모로 곪을 대로 곪은 공사의 경영정상화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흡한 ‘안전’ 조치로 노조에 공격 구실을 제공하면서 구조개혁의 타이밍을 번번이 놓친 공사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노조와 사측의 ‘적대적 공생’이 서울지하철 운영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 결국 모든 부담을 시민에 떠넘기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교통공사노조(민주노총 산하)와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한국노총 산하)가 참여한 서울교통공사노조 연합교섭단은 18일 “서울시나 정부에서 인력 및 안전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다음 달 9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교통공사가 경영효율화를 목표로 2026년까지 전체 정원의 13.5%인 2211명을 감축하는 방안을 내놨고, 조정에 실패하자 또다시 총파업 군불을 뗀 것이다. 노조는 사측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를 메우려고 인력을 대폭 정리하려 한다며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공공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사 측은 인력 감축은 안전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인력 감축 대상 상당수는 안전과 관계없는 비핵심 직군”이라고 설명했다.
양대 노조가 안전 우려를 언급할 입장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2018년 (비핵심 인력인) 무기직의 정규직화로 인건비가 급등하면서 정작 필요한 핵심 인력 채용이 줄어들었다”며 “그 조치를 주도한 게 양대 노조이기 때문에 그들이 인력 부족에 따른 안전 우려를 제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발표한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 운영현황 감사 결과도 노조 주장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감사에 따르면 노조 간부들이 타임오프제를 빌미로 무단 결근을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바른노조 관계자는 “타임오프제 대상 인력 가운데 상당수가 규칙을 어기고 근무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근무 태만 지적을 받는 당사자들이 인력 부족 탓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의미다.
노조가 툭하면 ‘안전’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지만, 공사 스스로 빌미를 제공한다는 지적 역시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발생 후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꼽힌 2인 1조 대책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또한 인력 감축이 안전과 무관하다면서도 노조 눈치를 보며 경영효율화 정책 추진에서 뒷걸음질치기 일쑤였다. 교통공사는 지난해 6월 임단협에서 ‘근무제 변경’과 ‘업무 효율화’ 등을 통해 2026년까지 1539명을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후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며 강경 대응에 나서자 같은 해 9월 재정위기를 이유로 임금 등의 저하 및 강제적 구조조정이 없도록 한다는 데 합의하면서 물러섰다.
서울지하철 경영효율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지금과 같은 수익 구조로는 계속된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만 9878억 원의 적자를 냈고 누적 적자도 17조6808억 원에 달한다.
구조개혁이 발등에 떨어진 불인 데도 노조는 시민 불편을 볼모로 으름장을 놓으며 경영효율화를 발목 잡고, 사측은 적당한 선에서 봉합하는 방식으로 곪아 터지기 직전인 ‘적자’ 문제를 질질 끌고 있다.
결국 모든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류재영 전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현재 지하철 수익 시스템은 계속 감당할 수 없는 구조”라며 “사측과 노조가 경영효율화 방법을 찾지 못하고 또 이렇게 넘어가면 현재 서울의 높은 지하철 시스템 경쟁력은 무너지고 결국 모든 부담은 시민이 떠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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