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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오를 향한 궁정 암투가 메인, ‘토탈 워: 파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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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나일강 유역은 인류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긴 역사를 자랑합니다. 기원전 3,000년 이전에 이미 ‘파라오’가 등장해 남북으로 긴 나일강 주변의 지역을 다스렸죠. 게다가 이집트 하면 떠오르는 건축물인 피라미드, 그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파라오 쿠푸의 대피라미드가 기원전 26세기에 지어진 건물입니다.

▲ 기자 대피라미드. 기원전 26세기경에 조성된 건축물입니다 (사진 출처: 영문 위키피디아)
▲ 기자 대피라미드. 기원전 26세기경에 조성된 건축물입니다 (사진 출처: 영문 위키피디아)

고대 이집트 역사를 언급한 이유는 ‘역탈워’라 불리는 크리에이티브 어셈블리의 역사 기반 ‘토탈 워’ 신작의 배경이기 때문인데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토탈 워: 파라오’가 지난 10월 11일, 스팀을 통해 정식 출시됐습니다. 고대 이집트 문명이 최전성기를 찍고나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기원전 13~12세기로 시간여행을 떠난 플레이어는 이집트, 가나안, 히타이트 3가지 세력의 8개 팩션 중 하나를 택해 역사의 흐름을 바꿔야 하죠. 

사실 ‘토탈 워’ 기존작과 비교하면 다소 낯선 시대인데요. 직접 플레이해본 경험을 토대로 간단한 시대적 개요와 함께 이것을 어떻게 게임으로 풀어냈는지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 '토탈 워: 파라오' 대기화면
▲ ‘토탈 워: 파라오’ 대기화면

파라오가 되려는 자,
내우외환을 극복하라

‘토탈 워’ 시리즈는 월드맵 위에서의 대국적 전략, 그리고 대규모 병력이 맞붙는 전투 필드에서의 세밀한 전술 등이 특징인 게임이죠. 궁정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거나, 모시는 신의 권능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선 정적들과의 무력 충돌을 통해 영역을 넓히고, 확복한 영역에서의 자원으로 더 크고 강력한 군대를 만드는 것이 기본입니다.

▲ 기본은 싸워서 땅을 넓히는 게임 
▲ 기본은 싸워서 땅을 넓히는 게임 

그럼 먼저 월드맵 위에서의 대전략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모든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기본은 구조물 건설 및 군대 확충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지요. ‘토탈 워: 파라오’의 자원은 총 5가지로 수급량만큼 소비량도 많은 식량, 건물 건설시 주로 소비되는 석재와 목재, 고급 병력 생산 및 유지에 필수적인 청동, 궁정 활동 및 건설 가속 등이 주 사용처인 금 등이 있습니다.

▲ 다섯 가지 주요 자원은 상단 툴팁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 다섯 가지 주요 자원은 상단 툴팁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정착지마다 특화되어 있는 생산 자원이 다른데, 세력에 따라 체감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청동과 금 수급이 특히나 까다로운 편입니다. 나머지 자원들에 비해 산출지가 제한적인 편이기 때문이죠. 특히, 게임 시작부터 청동 산지를 확보했거나 이른 시기에 확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세력은 이후 게임을 진행하는데 한결 수월한 편입니다. 

▲ 게임 초반 부족한 자원은 교역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 게임 초반 부족한 자원은 교역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부족한 자원이 있다면 외교를 통해 넉넉한 자원과 교환할 수도 있지만, 자원 산지를 직접 지배하는 것보단 못하죠. 군대에 주변에 정착지 공격 명령을 내리면, 행군하는 모습을 보게 될텐데 간혹 빨간색 해골 마크가 뜨면서 지속적인 병력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월드맵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땅 위로 가늘게 홈이 파여져 있는데, 바로 포장도로로 이를 크게 벗어나 행군하는 군대는 앞서 언급한 것 같은 병력 손실이 일어나죠. 

▲ 싸우기도 전에 병력이 줄어드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습니다
▲ 싸우기도 전에 병력이 줄어드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습니다

나일강 유역을 조금만 벗어나도, 인접한 정착지간 포장도로가 없는 경우가 왕왕 있어 유의해야 합니다. 최대한 포장도로 위주로 행군시키거나, 연결된 도로가 없을 경우에는 전초기지의 특정건물에 들러 피해 보호 효과를 둘러야 하죠. 덧붙여 전초기지는 지어진 건물 종류에 따라 엎서 언급한 험지 행군시 피해 예방 외에도 사기 진작, 유지비 감소 등 다른 종류의 효과를 방문한 부대에 부여합니다. 요약하자면 월드맵에서의 부대 이동 및 배치, 그리고 거점 설계 등도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셈입니다.

다음으로 전투 필드를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작품에선 전투 중에도 날씨가 변화합니다. 사막이 많은 건조지대인지라 모래폭풍까지 만날 수 있는데, 모래바람이 화면 전체를 뒤덮는 연출과 함께 양군 공통 사거리, 속도, 돌격 속도 감소, 장전 시간 증가, 시야 감소, 지속적인 병력 피해, 행동에 따른 피로도 증가 등 온갖 디버프를 부여하기에 전투 전개에 큰 변수로 작용합니다. 다행히 이러한 날씨 변화로 승패에 영향을 받았던 경험은 없었지만, 전과 확대를 위한 추격전에서 모래폭풍이 발생해 추격을 중단했던 아쉬운 순간은 있었습니다.

▲ 모래폭풍이 부여하는 어마무시한 디버프
▲ 모래폭풍이 부여하는 어마무시한 디버프

▲ 플레이어조차 시야가 크게 제한됩니다
▲ 플레이어조차 시야가 크게 제한됩니다

한편, ‘토탈 워: 파라오’에선 시대상에 맞게 기병이 없습니다. 전차가 있긴 하지만, 기병에 비해선 기동성이 조금 답답한 편이고 운용상 지형에 따른 제약도 많은 편입니다. 또, 이집트의 경우 대부분 궁수를 태운 궁전차인데 진군간 사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하급 티어 보병을 상대할 때를 제외하곤 적을 짓밟는 쾌감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 섣불리 전차를 움직였다가 무지막지한 참패를 당했죠. 바로 세이브로드 신공...
▲ 섣불리 전차를 움직였다가 무지막지한 참패를 당했죠. 바로 세이브로드 신공…

이러한 요소들을 하나둘씩 경험하면서 이번 작품의 주무대, 이집트/히타이트 지역을 평정했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최후의 난관인 ‘바다민족의 침략’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죠. 이전에도 다양한 바다민족들이 주기적으로 쳐들어 오긴 하지만,  해당 이벤트가 발동하면 지금까지 따로 침략해오던 바다민족들이 한꺼번에 몰려 옵니다. 참고로 바다민족들의 세력은 문명의 성쇠에 따라 달라지는데, 문명의 성쇠는 상단 툴팁 최하단에 위치한 게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바다민족의 침략 이벤트 영상 컷신은 꽤나 장대한 편입니다
▲ 바다민족의 침략 이벤트 영상 컷신은 꽤나 장대한 편입니다

▲ 20부대 한도를 꽉 채운 온갖 바다민족 부대가 나일강 삼각주에 출몰하죠
▲ 20부대 한도를 꽉 채운 온갖 바다민족 부대가 나일강 삼각주에 출몰하죠

“내가 파라오가 될 상인가?”

‘토탈 워: 파라오’는 ‘이집트 제국’을 일군 제 19왕조의 파라오 람세스 2세, 그리고 뒤를 이어 파라오가 된 메르넵타의 치세도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파라오 메르넵타는 게임에 직접 등장하는데요. 캠페인 오프닝 컷신에선 난세의 도래를 예견하며, 그가 노환으로 붕어하는 이벤트는 이집트 내 여러 세력간 파라오 경쟁전의 신호탄 역할을 하죠.

▲ 게임 시작시 파라오에 즉위해 있는 메르넵타. 그의 죽음이 게임의 본격적인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게임 시작시 파라오에 즉위해 있는 메르넵타. 그의 죽음이 게임의 본격적인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토탈 워: 파라오’에서 플레이어가 선택 가능한 팩션은 총 8종입니다. 이집트가 4종으로 가장 많고, 가나안과 히타이트가 각각 2개씩이지요. 팩션을 고르고 게임을 시작한 다음, 일정 턴이 지나면 이집트 파라오/하티 대왕으로 나뉘는 ‘왕실 전통’ 선택지가 발생하죠. 선택 자체는 자유지만, 팩션 영역과 거리상 가까운 지역의 왕실 전통을 선택하는 것이 이후 진행에 유리합니다. 따라서 이집트와 히타이트 중간지대에 위치한 가나안 팩션은 기본적으로 난이도가 높다 할 수 있습니다.

▲ 이집트 팩션을 골라도 히타이트 왕실 전통을 선택할 수 있긴 합니다
▲ 이집트 팩션을 골라도 히타이트 왕실 전통을 선택할 수 있긴 합니다

왕실 전통을 선택하고 나면, 그에 해당하는 궁정, 유산 등이 해금되는데요. 먼저, 유산에 대해 설명하면 선택한 왕실 전통에 해당하는 과거의 지배자 중 자신이 본받고자 하는 인물을 고르고 그에 따른 버프를 받는 것이지요. 이집트의 경우 정복자 투트모세, 교역자 하트셉수트, 이단자 아케나텐, 건설자 쿠푸 등이 있는데요. 별칭에서 드러나듯 각각 전쟁, 경제, 종교, 건설 등 분야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 이단자 아케나텐이 꽤 흥미로운데요. 실제 역사에선 고대 이집트 전통의 다신교를 부정하고 아텐을 유일신으로 숭배했기에 사후 이집트 역사에서 철저히 부정당한 파라오입니다. 아케나텐의 유산을 본받기로 결정할 경우, 2개의 신격을 하나로 합쳐 유일신 아텐을 모시는 신앙을 부활시킬 수 있으며, 버려진 도시 ‘아케타텐’을 점령하고 부흥시킬 수 있죠. 

▲ 이집트 왕실 전통 선택시 고를 수 있는 유산
▲ 이집트 왕실 전통 선택시 고를 수 있는 유산

▲ 이단자 아케나텐의 유산을 선택하면 유일신 아텐 신앙을 부활시킬 수 있죠
▲ 이단자 아케나텐의 유산을 선택하면 유일신 아텐 신앙을 부활시킬 수 있죠

이처럼 이단자 아케나텐의 유산은 실제 역사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타 유산에 비해 ‘IF 전개’로 느껴지는 쾌감이 꽤 큰 편이지요. 다만, 한가지 아쉬운 부분이라면 종교를 통한 버프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선택 정도로 구현되었기에 역사적으로 철저히 지워졌던 이단 신앙을 부활시켰음에도 주변 이집트 세력과의 관계 변화가 거의 없었다는 점입니다.

▲ 버려진 도시 아케타텐을 복구해도 주변 세력이 가만히 있던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
▲ 버려진 도시 아케타텐을 복구해도 주변 세력이 가만히 있던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

다음은 ‘궁정’을 살펴보겠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정치적 권모술수를 십분 활용해 각종 이득을 취하고, 경쟁자를 직접적으로 제거할 수도 있는 콘텐츠입니다. 이집트의 궁정 메뉴를 살펴보면, 파라오를 정점으로 아문의 고위 사제, 재상, 재무관, 대장군, 쿠쉬 총독 등 6개의 직위가 존재하는데요. 플레이어는 각 지위에 있는 이들을 말로 꼬드기거나 뇌물, 협박 등으로 회유할 수 있으며, 해당 직위가 공석일 경우 직접 차지할 수도 있습니다. 

▲ 게임 초반, 파라오 메르넵타 생존시의 궁정
▲ 게임 초반, 파라오 메르넵타 생존시의 궁정

직위들은 일정 수치 이상의 ‘정통성’을 충족시켜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정통성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부터 소속된 왕실 전통의 성지 점령, 각 영지별 전초기지에 기념비 조성, 랜드마크 확보, 특정 건물 건설 등의 활동으로 높일 수 있지요. 특정 직위를 노리는 세력이 복수일 경우 정통성이 높은 이가 유리하기에 정통성 수치 관리에 유의해야 합니다.

파라오 쟁탈전은 앞서 언급한 파라오 메르넵타의 붕어 이벤트 이후로 본격화되는데요. 파라오 자리가 공석일 경우는 물론, 보유 정통성이 파라오로 등극한 이의 4분 3 이상인 세력이라면 ‘참칭자’로 파라오 직위에 도전할 수 있죠. 참칭자가 등장하면 정해진 턴 동안 내전 국면으로 돌입하고, 내전 종료시 가장 높은 정통성을 보유한 이가 파라오가 됩니다. 

▲ 참칭자가 되면 팩션 지도자는 왕관을 착용할 수 있습니다
▲ 참칭자가 되면 팩션 지도자는 왕관을 착용할 수 있습니다

▲ 파라오가 되면 강력한 왕의 권능까지 휘두를 수 있죠
▲ 파라오가 되면 강력한 왕의 권능까지 휘두를 수 있죠

파라오로 즉위하면 일단 기분이 좋습니다. 아울러 ‘왕의 권능’을 휘두를 수 있는데, 쿨타임이 존재하긴 하지만 궁정의 요직에 직속 부하를 임명하거나 약소 세력의 강제 병합, 건물 건설 및 수리 가속 등 매우 강력한 효과들로 구성되어 있죠. 

깊이 있는 정략과 인상적인 이벤트, 
진입장벽은 다소 높다

‘토탈 워: 파라오’를 플레이하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요소를 고른다면 ‘궁정’입니다. 파라오가 되기까지의 정략이 꽤 흥미롭게 구현됐고, 그리고 파라오 등극 후 맛볼 수 있는 권력의 맛이 꽤나 달았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은 월드맵에서의 대전략 파트로 자원 관리와 병력 이동 등에 신경 쓸 부분이 많아 스트레스도 적지 않지만, 그만큼 머리 굴리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전투의 경우 발전된 면모가 있긴 하지만, 이전 작품들에 비해 시인성이 다소 떨어지는 느낌인데다, 시대상에 따른 부분이긴 하지만 기병의 부재가 다소 아쉬웠죠.

▲ 전투의 시인성이 전작들에 비해 다소 아쉬웠죠
▲ 전투의 시인성이 전작들에 비해 다소 아쉬웠죠

이러한 장단점과 별개로 게임의 진입장벽은 전반적으로 높아진 듯 했습니다. 아무래도 인지도가 낮은 시대다 보니 고유 용어도 낯설었고, 각종 지명도 생소해 특정 지역을 찾기 위해선 월드맵을 한참동안 뒤적여야 했습니다. 그리고 내정이 깊이를 더하고, 월드맵에서의 군대 운용이나 전투에서의 지휘 등에 신경써야 할 부분이 늘어나다 보니 이전작보다 어렵게 느껴졌죠. 그렇기에 재밌게 플레이하긴 했지만, 적극 추천하기에는 다소 망설여지는 작품이었습니다.

▲ 보편적인 맛은 아닌 것 같은 게임인 '토탈 워: 파라오' 
▲ 보편적인 맛은 아닌 것 같은 게임인 ‘토탈 워: 파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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