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 15 시리즈 출시 후 연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신제품을 공개한 지난 달 부터 티타늄 변색, 취약한 내구성, 발열 현상 등 여러 문제가 언급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번인(Burn-in)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 지난 10월 11일(현지시간),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애플 전문매체 맥루머스 포럼, X(옛 트위터)에는 아이폰 사용 2주도 채 되지 않아 번인 현상이 나타났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함께 업로드한 사진을 보면, 아이폰 앱 모양이나 시계 위젯, 키보드 잔상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OLED에서 주로 발생하는 ‘번인 현상’, 원인은?
번인이란 화면에 잔상(얼룩)이 영구적으로 남는 기술적 결함을 말한다. 이는 장시간 같은 화면을 오래 켜놓을 때 발생하며, 한 번 남은 잔상은 제거하기 어렵다.
번인은 과거 LCD에서 나타났었지만, 현재는 기술적으로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쓰이기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OLED에서는 여전히 번인이 생긴다. 이번 아이폰 15 시리즈에는 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고 있다.
OLED 디스플레이가 번인에 취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OLED ‘발광 소재’에 있다. OLED는 ‘Organic Light Emitting Diode’의 약자로, 유기발광다이오드를 뜻한다. 즉, 유기물을 사용해 빛을 내는 반도체 소자를 의미한다. OLED 디스플레이는 산소나 탄소, 수소 등을 결합한 유기화합물을 발광 소재로 삼는다.
그런데, 유기물은 열을 가하면 손상된다. 이를 사용한 OLED 소자도 마찬가지다. OLED 발광층에서 전기 에너지로 빛을 만들 때 발생하는 열로 인해 소자 수명이 단축될 수밖에 없다. OLED에서 번인 현상을 완전히 막을 수 없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아이폰 15 시리즈가 처음은 아냐
아이폰에서의 번인 현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이폰 14 시리즈에서도 출시 한 달 만에 같은 문제가 보고된 바 있다.
지난 2022년 11월, 국내 여러 IT 커뮤니티에는 번인 현상이 나타난 아이폰 사진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이 올린 아이폰 14 프로 사진을 보면 반원 모양의 밝은 선이 그려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해외 유저들 사이에서도 나타났다. 애플 지원 커뮤니티, 레딧, X와 같은 커뮤니티에서 아이폰 14 프로 모델의 번인 문제가 보고됐다.
당시 원인은 AOD(Always-On-Display, 화면 항상 켜짐)와 다이내믹 아일랜드로 추측됐다. 화면을 계속 켜 놓는 AOD와 노치 대신 떠 있는 다이내믹 아일랜드가 번인 현상을 일으켰다는 분석이었다. AOD와 다이내믹 아일랜드는 공개 당시부터 번인을 쉽게 일으킬 거라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아이폰 14 시리즈의 번인은 그 형태가 조금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반적인 번인은 주로 누리끼리한 색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유는 OLED 블루 소자의 수명이 유독 짧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는 색상을 표현하기 위해 RGB(Red-Green-Blue) 3원색을 사용하는데, 그 중 블루 소자의 수명이 특히 짧다. 그래서 번인이 나타나면 청색 대비 적색과 녹색의 비율이 높아 누렇게 잔상이 남는 것이다.
번인 잔상이 유독 밝게 나타났다는 점도 이상했다. 번인으로 인한 잔상은 밝은 화면에서 어둡게 남는 게 일반적인데, 아이폰 14 시리즈는 어두운 화면에서 밝은 잔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진짜 원인은 소프트웨어 문제로 드러났고, iOS16.2로 업데이트하고 나니 번인 증상으로 보였던 화면이 정상화됐다. 아이폰 X에서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이후 문제가 해결됐던 것을 고려하면, 소프트웨어의 일부 결함이 번인처럼 보이기도 하는 듯하다.
◾ 너무 일찍 나타난 번인, 해결 방법은?
하지만 아이폰 15 시리즈에서는 전형적인 번인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키보드, 앱, 각종 위젯 잔상 모두 밝은 화면에 어둡게 남은 상태다. IT 전문 매체 폰아레나(PhoneArena)를 포함한 여러 외신에서는 일시적 버그가 아닌 디스플레이 자체 결함으로 분석했다.
추측이 맞다면, 제품 출시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번인 문제가 발생한 것. 주로 제품을 1년 이상 사용해야 번인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너무 이르다는 평가다.
폰아레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이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러 스마트폰 제조사에서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번인 주변부 색을 보정하거나, 화면 표시 영역을 조금씩 변경하고는 한다. 그러나 출시 초반부터 번인이 나타난 만큼 소프트웨어 대신 하드웨어 교체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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