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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시대를 혁신하다] 로저 마틴 “이 회장은 전략 이론가이자 통합적 사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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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은 과거에 묶이지 않고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통찰력을 보유한 전략적 이론가였으며, 통합적 사고에 기반해 창의적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춘 통합적 사상가였습니다.”

18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진행된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전경. [사진=삼성전자]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는 18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한국경영학회 주최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故 이건희 선대회장을 이같이 평가했다. 마틴 교수는 2017년 씽커스50(Thinkers50) 선정 글로벌 사상가 1위로 선정된 인물이다. 글로벌 경영환경 트렌드와 산업 판도 변화에 뛰어난 안목을 지닌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기조강연에 나선 마틴 교수는 “신경영 선언 당시 이 선대회장의 어록을 분석해 보면 그는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통찰력을 보유한 ‘전략 이론가’로서의 면모를 지녔다”고 평했다. 이어 “경영의 전통적 접근 방식은 정답 지향, 합의 추구, 상충하는 대안 중 하나를 버리고 다른 하나를 선택하는 것인데 이 선대회장은 ‘혹은(OR)의 사고방식’을 벗어나 통합적 사고를 통해 해결책을 찾는다는 점에서 ‘통합적 사상가’의 면모가 발견된다”고 분석했다. 마틴 교수는 할리우드 영화 ‘더 레고 무비’의 이야기를 통해 양자택일 상황에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는 의사결정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브랜드를 지킬지 또는 흥미로운 스토리에 집중할지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레고 경영진은 할리우드 제작팀에게 감독과 연출 권한을 주되, 레고 애호가들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단서 조건을 달았다”며 “이를 통해 제작팀은 레고 애호가라면 알 수 있는 행동, 발언들을 영화에 담았고, 이런 장면들이 결과적으로 스토리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흥행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마틴 교수는 “이건희 선대회장도 미래 창조성을 강조하되 과거와는 끊어지지 않도록 역할을 했다”며 “이런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은 오늘날 삼성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30년 전과 비교해 기업 규모와 인력이 늘어난 만큼 직원들의 몰입도를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삼성과 같이 고속 성장한 기업들은 대규모 조직의 관리를 위해 표준화, 구획화, 종속화 등을 이용한다”며 “이는 직원이 커다란 기업 조직에서 작은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어 몰입도 하락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직원의 몰입도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직원들이 회사를 내에서 존중받고 ‘내가 회사를 위해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자부심’ 등이 필요하다”며 “삼성이 초일류 기업을 유지하려면 직원의 몰입 수준을 한층 끌어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마틴 교수는 “삼성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보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할 수 있다고 해서 여러 산업에 너무 많이 진출하기 보다 규모가 커지고 자원이 많아질수록 기업이 무엇에 초점에 맞춰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같은 우려를 아마존에 대해서도 갖고 있는데, 크고 훌륭한 기업이지만 더 여러 분야로 들어가면 잘하는 분야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점에 삼성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가 18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진행된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권용삼 기자]

강연뒤 인터뷰에서 마틴 교수는 이 선대회장의 리더십에 대해 “다른 이에게 상당히 영감을 주는 분”이라며 “강한 결의로 목표를 무조건 달성하고 실패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리더십 스타일을 갖고 있었다’며 “이는 기업 성공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리더십 덕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이 선대회장을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 베이브 루스에 비유했다. 마틴 교수는 “이 선대회장은 삼성이 잘하지 못했던 분야를 선정해 단순히 이를 더 발전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최고가 되고 초일류가 되겠다고 목표를 설정했다”며 “말뿐이고 달성하지 않았다면 단순히 비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이야기했겠지만, 이 선대회장은 베이브 루스처럼 실제로 달성했기 때문에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5일 이 선대회장의 3주기를 앞두고 열린 이날 행사에는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국내외 석학과 삼성 관계사 임직원 등 총 3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경영·경제·인문·인권 분야의 세계 최고의 석학들이 연사로 참여했다. 이들은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을 △기술 △전략 △인재 △상생 △미래세대 △신흥국에 주는 함의 등 6가지 관점에서 분석하고, ‘신경영’이 갖고 있는 현재적 의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18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김재구 명지대 교수, 김상근 연세대 교수교수, 리타 맥그래스 컬럼비아대 교수,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 로저 마틴 토론토대 명예교수, 스콧 스턴 MIT 교수, 패트릭 라이트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 차문중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김보경 연세대 교수, 이승윤 홍익대 교수, 부탄투안 베트남 풀브라이트대 교수, 김태환 카네기멜론대 교수,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 김효선 중앙대 교수, 김광현 고려대 교수. [사진=삼성전자]

김황식 이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이건희 선대회장은 글로벌 일류 기업과는 거리가 멀었던 기업의 구성원들에게 글로벌 초일류기업에 도전하자는 담대한 목표를 제시했다”며 “신경영의 과거와 현재를 점검해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기업들의 미래 대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삼성어린이집 사업 △의료원 사업 △미술관 등 문화 사업 △시각장애인 안내견 무상 지원 사업 등을 열거하면서 “이건희 회장은 기업이 가진 인재와 기술을 중심으로 국가 사회가 처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다”며 “그 철학은 현재까지 이어져 오늘날 삼성 사회공헌활동의 근간을 이뤘다”고 덧붙였다.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이 18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진행된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권용삼 기자]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백건우 피아니스트가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를 추모하는 공연을 했다. 이 선대회장은 생전 백건우 피아니스트의 해외 연주 활동을 후원했다. 백 씨는 2000년 삼성호암상 예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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