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이건희 선대회장이 기증한 예술작품을 보면 투자나 단순한 재산 과시 목적이 아니라 한국미술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해 국민들과 나누고자 했던 의도로 보입니다.”
김상근 연세대 신학과 교수는 18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한국경영학회 주최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이 선대회장이 경영 외적인 분야에서도 전례 없이 큰 유산을 국가에 남겼다고 평가했다.
신학·인문학 분야 권위자인 김 교수는 창조적 도전과 탁월한 영감이 담긴 인문학 저서와 인문학 강연 등으로 정평이 나 있다. 르네상스 전문가로 경영, 역사, 심리 등을 포괄하는 인문학 복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 선대회장이 작품을 기부한 행위는 단순하게 과시나 재산에 관한 것이 아니고, 처음부터 의도를 갖고 국가에 기부했다는 것을 이번에 조사하면서 알게 됐다”며 “부자들은 보통 작품을 살 때 투자 효과를 생각하나 이 선대회장은 이 영역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선대회장은 지식 없이 무작정 작품 수집에만 몰두한 것이 아니라 매일 미술 수업을 듣고 작품을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기부한 문화예술작품이 2만3000여개라는 것은 근본부터 철두철미하게 파고 들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중섭 작품을 한꺼번에 사서 일괄 기부하는 모습은 한국 미술사의 영향력을 국민들과 나누고자 했던 그의 의도를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선대회장의 유족들은 지난 2021년 미술품 2만3000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고, 감염병 및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을 위해 총 1조원을 기부했다. 기증된 미술품에는 ‘인왕제색도’ 등 국보 14점, ‘추성부도’ 등 보물 46점이 포함됐다.
강연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김 교수는 이 선대회장의 작품 선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청자를 선호했던 이병철 창업주와 달리, 이 선대회장은 백자를 좋아했다”며 “이병철 창업주가 청자의 수려한 외모를 좋아했다면, 이 선대회장은 우리 민족이 갖는 아름다움의 레퍼토리는 무엇일까에 대한 관심을 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버지의 영향을 보완하고 확장해 나갔다는 것이 삼성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었던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된 ‘신경영정신’이 창조력을 바탕으로 르네상스 시대를 연 피렌체로 뻗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삼성은 이제 일류 기업을 쫓아가는 곳이 아니라, ‘퍼스트 무버(선도자)’의 입지를 공고히 해야 한다”며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창조력이 들끓었던 피렌체처럼 인간 가치를 존중하고 창조성 넘치는 기업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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