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에서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오늘을 그리고 지금을 행복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lightsurfer입니다. 공부만 하던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삶의 기쁨이 되어준 순간은 아름답고 예쁜 것, 일상에 즐거운 영감이 되는 것들을 보고 듣고 만지는 시간이었어요.
특히 전 삶이 팍팍할 때마다 꿈꾸던 것들이 있었는데요. 언젠가 이 지겨운 공부가 끝나고 나면, 대단치는 않아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우리의 취향을 담은 멋진 공간에서 편히 잠들고 또 일어나는 삶을 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동시에 저는 지금의 남편과 20살 때 만나 지금까지 오랜 연애를 이어오고 있어요. 청춘을 함께 쌓은 동반자이자, 누구보다 가장 저답게 살 수 있게 만들어주는 남편과,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하면서, 저와 그만의 취향이 담긴 공간을 현실로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실행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럼 미리 보기로 집 한번 보시겠어요?
인테리어를 하기까지
우리 집을 구한다는 것, 대체 어디에? 얼마에? 일단 느낌이 와?
사실 남편과 저의 직장은 거의 끝과 끝에 위치해 있는데요. 덕분에 그 중간 지점에서 가격까지 합리적인 보금자리를 구하는데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집이 마음에 들면, 예산을 초과하고, 예산이 맞으면 집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정말 몇 개월을 추위 속에서 집만 보러 다녔는지 모르겠어요.
어느 날 공인중개사분이 오늘 저녁 괜찮은 매물이 나왔다고 했다며, 퇴근하고 얼른 눈으로만 보고 오겠다던 남편이 말했습니다. ‘여기야. 이거면 되겠다. 난 이거 좋아.’라고요. 신중하고, 꼼꼼한 남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데다, 사진으로 보면서도 제가 생각했던 조건 대부분이 구현될 수 있을 것 같아 덜컥, 보지도 가보지도 않고 계약을 해 버렸습니다.
방을 구하면서 가장 큰 조건으로 걸었던 것은 다음과 같아요.
1. 거실이 확장된 집일 것
2. 이중 새시 공사가 되어 있을 것
3. 바람이 잘 통할 것
4. 해가 잘 들것
5. 거실 풍경에 답답한 아파트가 가려져 있지 않을 것
다행히 이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아파트를 찾았고,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위치와 창밖에서 나는 아이들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후회는 없어요. 자 이제, 어떻게 집을 고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 볼게요.
도면
| 아파트 25평
| 턴키 업체 시공
| 빈티지, 모던 스타일
운명의 턴키 업체 만나기
제가 업체 ‘앨리스’에 보낸 스케치는 위와 같았어요. 이렇게 부엌의 모습과, 밖에서 보이는 아일랜드까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다 말씀드렸죠. 스케치를 보낸 이후, 시간 여건이 안 되는 제가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동안, 앨리스 팀장님이 저보다 더 열정적으로 인테리어의 디테일에 대한 질문을 하셨어요.
심지어 제가 좋아하는 건축가, 디자이너 및 브랜드들을 먼저 질문하시며 제 인테리어 스케치를 좀 더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죠. 마치 머릿속에서만 걸어 다니던 생각의 파편들이, 땅에 온전히 발을 디딜 수 있도록 해주셨다고나 할까요?
저와 남편이 인테리어 상담 전에 세운 철칙은 ‘스스로의 취향을 타협하면 안 된다’였어요. 보통은 본인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업체에서 안된다고 하면 포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저희 부부가 몇 년이 될지도 모르는 시간 동안 삶의 터전으로 삼을 곳을 가꾸기 위해 상담하는 거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저는 취향을 십분 이해해 주는 업체를 만나게 되었고,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리모델링을 진행할 수 있었어요.
물론 이를 위해서는, 집 전체 공간에 대한 숙지와 이해가 꼭 필요했는데요. 일하다 말고 화장실 갈 때마다 집의 도면을 보고 또 봤을 정도랍니다. 같이 일하는 친구 중 인테리어에 조예가 깊은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를 붙잡고 하루에도 몇 번을 집에 대한 조언을 얻었는지 몰라요. 그 시간 동안, 저의 일상은 업무가 아니면 오로지 ‘집’이었어요.
<공사 세부내역>
1. 평수: 24평
2. 공사 내용: 올 리모델링(욕실 공사, 주방 공사, 거실 천장 공사, 침실 및 거실 도배 포함)
3. 소요 기간 : 총 3주(공사 일정 15일)
4. 소요비용: 3,100만 원(시공비 + 집기 + 인건비 + 부자재 포함)
5. 턴키 업체: a.b.land(앨리스 인 빌더랜드)
주인공은 주방으로
#BEFORE
전에 사시던 분의 이삿짐이 모두 빠지고 난 이후의 집 모습이에요. 이삿날 바로 시공을 시작했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살던 모습은 그 사람만의 것이기에 거의 찍어두질 않아서, 비포 사진은 이 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네요.
#시공 중
처음 리모델링을 생각하며, 고치려고 했던 부분은 주방이 전부였어요. 나머지 부분은 원래부터 깨끗하고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더 고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도 하지만, 예산을 확보해서 원하는 가구와 조명에 투자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하나 둘 그림을 그려가면서, 사실상 마루를 제외한 전체 리모델링으로 변모하게 되었는데요. 제가 생각했던 집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주방에서 싱크대만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어요. 무엇보다 집 내부에서도 각 부분이 조화롭지 못하다면, 한 부분을 지나치게 튀게 고쳐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결국 공사 기간과 비용이 모두 늘어났고 심지어는 직장 생활을 위해 친구들 집에 읍소하여 머무르며 기생충이 되는 시간을 가져야 했습니다.
저는 집을 고쳐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도, 주방만큼은 타협 없이 꾸미겠노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덕분에 모든 생각과 아이디어의 시작과 끝도 주방이었죠.
좁은 집일수록, 거실 한편에 소파를 두고 맞은편에 TV를 두고, TV나 소파의 우측에 주방을 둔 구조로 지내게 되잖아요. 하지만 저는 그런 전형적인 구조가 저희의 생활방식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누워 잘 시간도 많이 없는데’하고 말이에요. TV가 집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뒤로는 누가 이 집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까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주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죠.
주방 둘러보기
선택과 집중의 주방
주방을 디자인하면서, 저는 또다시 ‘우리가 주방 어느 부분을 주로 보고 사는가?’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주방이 아무리 예뻐도 주방의 일부분만 주로 보면서 살게 되니까요. 그러다가 평소 저희 부부가 냉장고장과 싱크대 개수대 부분, 그리고 아일랜드 테이블의 바깥 면만을 본다는 사실에 주목했어요.
딱 이런 모습이요. 이 부분이 조화롭게 다가오지 못한다면, 아무리 개별 디테일이 살아 있다고 하더라도 늘 마음 한 편이 찝찝한 상태로 살 것 같았거든요. 그렇다면 언제나 한 면 전체를 마주하게 되는 아일랜드 테이블이 가장 예뻐야만 하는 것은 당연하겠죠? 저는 그렇게 아일랜드 테이블 냉장고장, 수도가 있는 싱크대 부분, 가려진 싱크대 부분의 순서대로 주방을 디자인했어요.
아일랜드 테이블의 영감이 된 것은 좋아하는 가구 디자이너의 빈티지 사이드 보드였어요. 위와 아래는 나무 테두리가 감싸는 형태지만, 각 서랍장 전체는 나무 테두리가 없는 형태였죠. 여기에 스테인리스 상판으로 마무리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았어요.
또 아일랜드 테이블의 손잡이 또한 이 사이드보드에서 영감을 받았는데요. 인테리어에 조예가 깊은 동료가 ‘판에 박힌 손잡이가 싫다면, 네가 좋아하는 것에서 손잡이를 가져와 봐’라고 말한 게 뇌리에 맴돌더라고요. 덕분에 제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말하고, 디자이너 실장님의 구현으로 지금의 테이블이 완성되었어요. 그림은 대충 손으로 그려본 도면이랍니다.
제가 머릿속을 떠다니던 파편들을 땅에 내딛는 작업을 했다고 말씀드렸죠?
어느 정도는 구현된 것 같은데, 여러분의 소감은 어떠신가요?
냉장고장, 아일랜드 테이블, 아일랜드 상판을 조화롭게 짠 이후에는 싱크대 상부장의 부분 철거를 결정했어요. 주방이 넓지 않은데 디자인 디테일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어서, 상부장까지 꽉 채워져 있으면 거실에서 바라본 주방이 너무 답답해 보일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과감히 상부장을 포기하고, 남는 부분을 모두 젤리지 타일로 채워달라고 부탁드렸어요. 해가 직접 들어올 때와 커튼을 쳤을 때의 빛이 하나부터 열까지 달리 보이는 아름다운 젤리지 타일로요!
근데 또, 다른 문제가 있었어요. ‘그릇을 어디에다가 놓을 건데?’였죠. 아무리 상부장을 없애기로 했다지만, 그릇을 사용한 후 놓을 곳은 있어야 하니까요. 매번 그릇을 다 닦고 수납장 안으로 넣어야 한다면 부엌에 쪼그려 앉아 울게 되거나, 그릇들이 싱크대 상판 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질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 과정에서 떠올린 게 바로 이 인디언 랙이에요. 스테인리스 상판, 개수대 윗부분과 통일성도 있으면서도 그릇을 수납할 수 있다니. 심지어 개성 있는 아름다움이라니, 더 바랄 게 없었죠. 하지만 상부장 철거를 결정하기 전부터 달아두려고 봐두었던 기성 제품의 사이즈가 작아 결국 인테리어 업체에서 직접 제작해 주셨답니다.
집꾸미기 여러분, 젤리지 타일 줄눈과 인디언랙이 딱 맞게 달린 것 좀 봐주세요.
뭐라고요? 주접이라고요? 네, 맞습니다.
다들 예상 못 하셨겠지만 인디언랙이 의외로 수납력이 좋더라고요. 저는 집게를 고리에 걸고 행주나 고무장갑을 걸어두곤 하는데요. 일반 수납장보다 물도 빨리 마르고, 보기에도 좋아서, 개인적으론 정말 추천하는 녀석이에요.
아 참, 이 조명의 소개가 늦었어요. 인디언 랙 오른쪽에 위치한 벽 조명은, 주방의 핵심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아르떼미데의 톨로메오 벽 조명이에요. 이 집의 모든 컨셉이 여기서부터 시작됐죠. 막연히 이 벽 조명이 어울리는 주방을 디자인해야지, 하다가 모든 것이 이어지게 되었으니까요.
주방의 가전도 소개해 드릴게요. 저희는 식기세척기와 인덕션을 모두 밀레에서 구매했어요. 빌트인 제품으로 싱크대 하부장을 밀레에서 직접 이어 붙여주시는 모델인데요.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면서도 주방 전체 디자인의 통일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기능도 좋고, 소리도 크지 않고요! 요리 한 번 해보겠다고 이것저것 꺼내 놓으면서도, 속으로는 이 설거지 다 어쩌지 싶은 마음이 드는데 식기세척기가 있으니 고민이 적어지더라고요. 인덕션도 마찬가지예요. 예열이 정말 순식간에 올라와서, 제가 제 프라이팬이 감당이 안 될 정도랍니다.
전자레인지는 자취할 때 쓰던 것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다가, 최근 브레빌의 콤비 웨이브라는 제품을 구매했어요. 싱크대 상판 위에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 오븐을 모두 올려놓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이 모든 기능이 하나로 포함된 제품을 찾다가 결정하게 된 녀석이에요. 호주에서 직구를 하면 약 90만 원 정도에 살 수 있는데, 각 기능이 모두 훌륭해서 그 값이 아깝지 않아요.
사진은 평소 주방의 모습이에요. 싱크대 위에 아무것도 올려두고 싶지 않지만, 그러긴 어렵더라고요. 그냥 삽니다. ‘될 대로 돼라’라고 생각하면서요.
지금부터 저희 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을 보여드릴게요. 바로 오픈형 레드 수납장입니다.
바로 이곳인데요.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공간에 생기를 부여하고 싶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포인트입니다. 위의 사진은 밤에 술을 먹고 돌아와 플래시를 켜서 촬영한 사진이 맞습니다.
오픈형 레드 서랍장의 영감이 된 것은 ‘앙드레 소르네 수납장’이었어요. 보자마자 일시에 반했거든요. 이 역시 당초 인테리어 미팅을 진행할 당시, 협의를 통해 생각하게 된 것이었는데요. 흰 몸통에 나무 테두리, 진한 빨강 오픈 수납장이 실현되면서 제가 생각한 주방 느낌의 대부분을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근데, 양주가 저 자리에 원래 당연히 있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저의 착각인가요?
결국 주방이는 저희 집의 주인공이 되었고,
이렇게 밥과 꽃과 여가가 흐르는 공간이 완성되었습니다.
거실 둘러보기
나무늘보처럼 누워 있기만 하는 장소, 거실
아까 저희 집 거실에는 TV가 없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보통 거실을 떠올리면 어떤 가구가 떠오르시나요? TV와 소파를 빼면요. 저에게는 정말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요. 거실에 꼭 있어야 할 것만 같은 가구를 거실의 중앙에 배치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보니, 거실의 중심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를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거실 중앙에 탁자를 놓는다’였습니다.
이것도 이유가 있어요. 기존에 혼자 살던 집에서는 거실의 맨 끝부분에 탁자를 두고, 중앙에는 TV와 소파를 두는 구조로 생활했었는데 생각보다 불편하더라고요. 한 번 큰 사고를 치고 나니 식탁은 주방 주변에 두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어요. 그렇게 나중에 아일랜드 테이블 바로 앞에 식탁을 놓아야겠다던 결심을 이루면서, 결국 거실의 주인공으로 식탁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식탁을 정하는 데 오랜 기간이 걸렸던 기억이 나요. 저희 부부는 가구를 고르려고 2년 동안 온갖 백화점 가구 층은 물론이고, 가구 쇼핑 카테고리에 있는 가구는 취향에 맞는 걸 찾기 위해 족히 몇 백 번은 서치했거든요. 그래도 적당히 작으면서도 적당히 존재감은 있는, 그러면서도 집 전체를 저렴해 보이지는 않도록 할 식탁을 찾기는 정말 어려웠어요. 나중에는 남편도, 우리 이러다가 식탁이랑 소파는 고르지도 못하고 공사하겠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 찰나에 이 아이를 만났습니다. 빈티지 식탁이에요. Hans Olsen의 ‘Dining Set’인데요. 원래부터 유심히 보던 디자인이었는데, 상판이 흰색으로 된 모델은 처음 보게 됐어요. 보통은 연장이 되는 티크 상판 테이블을 주로 만났었는데, 저희가 구매한 것은 연장이 불가능한 흰색 상판이었어요. 특이하다 생각하면서도, 어떻게 할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남편이 선뜻 사자고 하더라고요. 이것보다 마음에 드는 걸 자기는 본 적이 없다고요. 다 때가 있는 모양이구나, 했죠.
이 식탁의 가장 큰 장점은 의자가 상판 밑으로 딱 맞게 들어가는 디자인적 특성 덕분에, 지저분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 같아요. 대신 의자에 다리가 세 개인 점은, 적응하는 데에는 꽤 시간이 필요했지만요.
거실의 메인 조명은 flos의 parentesi를 골랐어요. 장력에 기대 말 그대로 공중에 떠 있는 조명인데요. 이제는 흔하게 볼 수 있지만, 과거 제가 이 조명을 봤을 때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어요.’플로어 조명도 아니고, 벽 조명도 아니고, 그렇다고 테이블 조명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자유로워 보이고 아름다울까?’하고요.
심지어 장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추를 건드리거나 추가 땅바닥에 완전히 닿게 만들면 안 되는 친구예요. 생각보다 까다롭죠? 이 역시 리모델링을 하며 인테리어 업체가 도와준 덕분에 천장에 고정할 수 있었어요. 파렌티지 역시 디머블과 스위치 형식이 있는데요. 생각보다 전구가 엄청 커서 너무 밝을 수 있으니 디머블을 추천해요. 전 조도를 낮춰두고 생활한답니다.
아 참, 소파는 어떻게 샀냐고요? 소파를 사는 데에도 정말 고민이 많았어요. 남편은 소파만큼은 편한 것으로 사고 싶다며 못생겼어도 전동 리클라이너 소파를 사자고 했고, 저 역시 이에 동의했었으니까요. 일도 힘든데, 소파에 누워서 편하게 쉬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거든요. 오죽하면 저희 남편은, 제 감각을 믿는다며 너의 실력은 이 소파를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만드는 데에서 발휘될 거라는 말까지 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정말 자신이 없었습니다. 예쁜 리클라이너도 무수히 많은데, 하필 저희가 앉아본 마음에 드는 리클라이너는 정말 드라마에서나 보던, 회장님이 앉을 것 같은 소파였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무수한 고민의 밤을 보낸 것 같아요.
저 못지않게 아름답고 예쁜 것들을 좋아하는 남편도 함께 끙끙 앓다가 내린 결론은, 결국 다시 예쁘고 편하면서 자리를 크게 차지하지는 않는 소파를 사자는 거였어요. 심지어는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면서도, 소파를 사지 못해 방바닥에나 앉아서 쉬자며 자조하던 저희에게 탈로리피라는 브랜드의 ‘스트롤 소파’가 나타났어요.
판교에 쇼룸이 있다는 것을 알고 드디어 앉아보니 얼마나 좋고 푹신하던지, 안 살 수가 없었어요. 눕자마자 ‘이거다!’했는데 심지어 다릿발의 철제 색상까지 예뻤어요. 심지어 쇼룸에는 구매해 둔 플로스의 파렌티지 조명까지 설치되어 있어서, 운명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신중하게 생각하자며 문을 열고 다시 오겠다고 가게 밖을 나섰다가, 30초 만에 돌아가 결제를 하고 돌아오던 그날이 아직도 생각나네요.
저희 집에는 거실등이 없어요. 천장 공사를 하면서, 작은 핀 조명을 넣어 집 전체에 지나치게 튀는 천장등이 없게 만들었거든요. 너무 부피감이 큰 조명이 천장에 붙어 있다는 것 자체를 꺼렸던 것 같아요. 천장을 바라볼 때에도, 크게 이물감이 드는 느낌이 없었으면 좋겠다 싶었죠.
그래서 소파의 동반자로 선택한 친구가 이 작은 벽 조명이에요. 샬롯페리앙이 1960년대에 알프스 리조트를 짓기 위해 제작한 벽 조명이죠. 제가 구매한 것은 혼셀 사 상품입니다.
이 역시 우연한 만남이 있었는데요. 마음에 드는 퀄리티면 가격이 너무 높고, 크랙이 많은데 당장 배송은 가능한 조명이 있어서 그냥 포기하려던 찰나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난 빈티지 딜러를 통해 운명처럼 구매하게 되었어요. @die__ecke라는 딜러였는데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덜컥 구매해도 되나 싶어 망설이긴 했어요. 그래도 자세히 들여다보니 신뢰해도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솔드아웃이라고 표시된 샬롯 페리앙의 벽 조명을 더 구해줄 수는 없겠냐고 요청하게 됐죠. 결과적으로 훌륭한 딜러를 만나 제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상태의 조명을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가격의 60% 정도에 구매하게 됐어요. 하, 너무 행복했어요!
특히 이 조명의 장점은 ‘가볍다’라는 것인데요. 굳이 못을 박지 않아도 꼭꼬핀으로 충분히 걸 수 있어서 저처럼 못을 박기가 곤란한 사람들에게 정말 추천해요.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거실의 포인트는 러그와 커튼이에요. 거실에 가구를 놓고, 주방을 고쳐도 저염 식단을 먹는 듯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인테리어의 빛이자 소금인 커튼과 러그는 신중히 고르려고 마지막까지 비워두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희 집 리넨 커튼, 버티컬 블라인드 그리고 러그는 모두 ‘꼬또네(cotone)’라는 브랜드 제품인데요. 우연히 발견한 후 너무 예쁘다고 생각해서 남편에게 수소문해달라고 반강요한 업체였습니다. 그렇게 청담동에 있는 쇼룸에 직접 방문해서 침구를 만지고, 커튼 원단을 고른 이후에는 실제로도 한눈에 반해버렸죠. 다른 업체는 생각도 안 했어요.
꼬또네는 완제품 침구도 팔고, 커튼이나 블라인드 컨설팅도 해주는 곳이에요. 실장님이 직접 컬러 칩을 한 아름 안고 저희 집까지 찾아오셔서 집으로 들어오는 햇빛, 그 햇빛이 머무는 공간의 모습과 가구의 결, 질감이 조화롭게 이루어지도록 커튼, 러그를 색상, 소재, 사이즈까지 추천해 주시더라고요.
저희는 리넨 커튼으로 선택했고, 가격이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멀리서 보면 얼마나 낭만 있게요? 볕 좋은 날, 리넨 커튼 사이로 바람이 불어올 때, 멍하니 소파에 앉아서 밖을 바라보거나, 푹신한 러그에 누워 멍을 때리다 보면, 이보다 바랄 게 뭐가 더 있나를 생각하게 됩니다.
2편으로 초대해요!
지금까지 보여드린 주방과 거실을 재미있게 보셨을까요? 저희의 추억과 경험을 모두 담은 만큼, 집들이가 생각보다 길어지게 되었는데요. 부족한 지면으로 소개해 드리지 못한 공간은 다음 집들이를 통해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모두 기대의 마음으로 놀러 와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럼 다음 집들이에서 뵐게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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