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최근 뒤늦게 내놓은 주택담보대출 정책들로 보험업계에 주담대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당국의 주담대 억제 정책으로 은행권에서는 관련 수요가 추후 줄어들 수 있겠지만 은행권 대비 상대적으로 대출 한도가 높은 보험사로 수요자들이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최근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달부터 보험사 주담대 상품과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등 관련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통상 보험사 주담대는 은행권보다 높은 금리를 산정해왔다. 보험사 주담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50%로 은행권보다 10%포인트 높아 대출 한도도 높다. 이에 대출 문턱을 높여 시장의 적정성을 맞춰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히려 은행권 주담대 금리 상단이 보험권 금리 상단보다 높아지면서 보험사 주담대에 대한 걸림돌이 사실상 제거됐다. 최근 고금리 기조 속에 예·적금과 은행채 금리가 같이 오르면서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도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초까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주담대 변동 금리는 연 4.17~7.14%로 금리 상단이 7%를 상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생명·삼성화재·교보생명·현대해상 등 주담대를 다루는 대형 보험사 금리는 4.09~6.55%로 금리 상단이 6% 중반대에 머물러 있다.
금융권 일각에선 연말 은행권 주담대 금리 상단이 8% 선까지 도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면서 주담대 보험권 쏠림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최근 공시한 지난달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신규 취급액 기준 3.82%를 기록해 전월 대비 0.16%포인트 상승했다. 은행권은 이번 코픽스 상승분이 그대로 주담대 변동형 금리에 반영돼 이달 금리가 추가로 인상된다는 설명이다.
올 초부터 은행권 주담대와 보험사 간 금리 격차가 축소되면서 보험권 주담대 잔액과 연체율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보험사 주담대 대출채권 규모는 51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험사 주담대 연체율도 0.31%로 전년 동기 대비 0.17% 올랐다. 금융권은 대출금리 인상 등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9~10월 보험사 주담대 잔액과 연체율 역시 올해 중순 대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신한라이프 등 주요 보험사들이 은행권과 같은 40년 만기 주담대 시장에 뛰어들면서 자산 불리기에 나선 점도 관련 우려에 힘이 실리는 또 다른 이유다. 보험권 관계자는 “올해부터 보험권에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관련 시장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이에 주담대를 운영 중인 일부 보험사들이 은행권과 같은 장기 주담대 상품을 운영하면서 실수요자를 유인하는 등 자산 불리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이 은행권 주담대 등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설 때마다 대표적으로 보험사 대출 수요가 증가해왔다”며 “당국 정책들이 실효성을 갖기 시작하는 연말부터 관련 흐름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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