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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 반대한다, 왜냐면…” 소신 밝힌 현직 의사 유튜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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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현직 의사 유튜버들이 소신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 8월 대구 남구 대명동 영남대학교병원 본관 앞에서 한 의대생이 대책 없는 공공의대 증설 및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뉴스1

113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닥터프렌즈’ 측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에 관한 입장을 17일 공식 발표했다.

해당 채널 운영자 중 1명인 이낙준 안과 전문의는 이날 유튜브 커뮤니티 글을 통해 “재수술로 와병하다 와보니 큰일이 벌어져 있다”며 “영상으로 말씀드리는 것이 예의겠으나, (몸 상태로 인해) 앞으로 몇 달은 촬영이 어려울 것 같아 글로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그는 의료계 반발로 무산된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 추진 당시(2020년) 있었던 일을 언급, “정부는 다시 의대 증원을 발표했다”며 “공공의대나 이번 정책이나 목표는 아마도 ‘필수 의료 회복’과 ‘지방 의료 회복’ 두 가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 수를 늘려 경쟁이 늘어나면 사실상 기피 과(科)가 되어버린 소아청소년과나 외과, 산부인과 등의 필수의료 쪽으로 가는 의사들이 늘어날 거란 기대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는 해당과 그리고 의료계가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또 일관되게 요구해 온 ‘기피 과가 기피 과가 된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해달라’는 의견과 배치된다”고 말했다.

이 전문의는 “특히 이미 필수 의료 신규인원 진입이 제한되는 것을 넘어 소아과, 외과, 산부인과 등 전문의 자격을 딴 인원들마저 해당과 진료를 포기하고 비보험 등 미용 진료로 빠지는 지금, 이는 더더욱 적절한 정책이라 보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것들이 바람이 돼 흩날린 지 오래고 오랫동안 예견했던 대로 필수 의료는 무너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동일한 정책이 나왔으니, 반대는 하겠으나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제 개인적으로 많이 잃어버렸다. 이건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닌 정책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지방 의료 붕괴 원인으로 △서울·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 △교통 발달로 인한 전국 일일생활권화 △군 미필 의대생 감소 등을 꼽은 이 전문의는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사는 탓에 병원 등 인프라가 (서울 등 수도권으로) 편중되고 있다. KTX나 SRT 등 고속철도를 타거나 고속도로, 공항 등 신설로 전국 어디든 하루면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됐다. 지방에 사는 환자들이 서울로 쏠리는 경우도 이 때문에 많아졌다”며 “자연스레 환자가 줄어든 지방 병원들의 폐업이 이어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지방에서 발생한 응급질환의 경우나 환자가 교통약자인 경우엔 서울 병원이 지방의 병원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필수 의료에 한해 현재 수가로는 환자 수가 적어 병원 운영이 어려워 보이는 지방으로 향하는 사람이 의사 수를 늘린다고 얼마나 늘는지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런 문제와 관련) 이를 유지하거나 개선하는데 무턱대고 의사 수를 증원하는 게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하진 않는다”며 “그런데 제 생각 역시 어쩌면 저도 모르게 밥그릇 싸움 혹은 동료 의식의 영향을 받고 있을 수도 있다.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저 포함 모두를 위해 바란다”고 전했다.

‘닥터프렌즈’ 멤버인 우창윤 내과 전문의 역시 비슷한 입장을 내비쳤다. 우 전문의는 추가 댓글을 통해 “저희의 바람은 어쩌면 여러분 모두와 같다”며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계속해서 건강하게 유지됐으면 한다. 저희도 환자가 되고, 제 아이들도 언젠가 나이들고 아플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공공의대 신설 정책 등에 반발해 2020년 8월 전국 의사 총파업이 일어났다. 사진은 한 의과대학 앞을 지나는 의료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뉴스1

이에 앞서 지난 15일에는 산부인과 의사 3명으로 구성된 27만 유튜버 ‘우리동네산부인과, 우리동산'(이하 ‘우리동산’)측이 의대 인원 증원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해당 사안에 관한 입장을 표명해 달라는 여럿의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동산’은 커뮤니티 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건 윤석열 대통령이건 의대 정원 증원 추진하는 것 반대한다. 그런다고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외과 같은 과 안 한다. 낙수효과?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각해 보시라. 의사도 사람인데 고의가 아니라도 불가항력적인 일로 수천만 원, 수억 원 보상해 줘야 하고 잘못하면 감옥도 갈 수 있는데 그걸 왜 하냐”며 “요즘 전문의 안 하는 의사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대 들어가서 인턴 할 때도 마음이 계속 바뀌는데 의대 들어가기 전부터 과를 어떻게 정하고 들어가냐”며 “말해봐야 입만 아프고 들어주지도 않을 거고, 알아들을 것 같으면 진작 바뀌었을 거고 이 꼴도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동산’은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전 정부에 반대해서 의대 증원을 반대한 것도 아니고 이번 정부를 좋아해서 입 다물고 있는 게 아니다. 뉴스를 안 봐서 몰랐다. 시종일관 의대 증원은 반대한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참, 여야 할 것 없이 현장 얘기는 들을 생각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지금 의대 정원 늘려봐야 제 밥그릇에는 1도 영향 안 준다. 그들이 전문의 되면 저는 은퇴할 때가 다 된다. 그놈의 밥그릇, 기득권 지겨워 죽겠다”며 “똥인지 된장인지 굳이 찍어 먹어 봐야겠다면 어떻게 되는지 한번 보자. 당장 내년 전공의 모집 현황으로 보일 거라 생각된다. 지금 소아청소년과 1년 차가 전국에 몇 명인지 아시냐. 소아과 안 한다고 의사들 비난할 자격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명감만으로 어떻게 일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씀드린다. 의대 정원 증원 반대한다. 메이저과 수련환경 바꾸고 그 과들 나와서도 진료 잘할 수 있게, 응급의료 전달체계 잘 만들고 이미 만들어져 있는 전문의들 잘 이용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20년 8월 의사 총파업으로 전국 곳곳의 병원에서 의료 지연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당시 한 병원에 붙은 안내문.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뉴스1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정부와 의료계는 2020년 갈등을 겪었다. 당시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리고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궁극적인 목표로 안정적인 보건 의료 서비스 제공을 꼽았다. 그러나 의사들의 총파업과 집단 휴진, 일부 의대생의 국가고시 거부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무산됐다.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윤석열정부. 사진은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윤 대통령의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뉴스1

이후 3년 반 만에 정부는 지난 18년간 연 3058명으로 묶인 전국 의대 입학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단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1000명 더 뽑고, 윤석열 대통령 임기 만료 전에 확정되는 2028학년도까지 이 정원을 유지하거나 추가 확대하는 안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9일 이에 관한 공식적인 정부 발표가 있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의대 정원 확대 등의 문제는 정부와 의협이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한 사안으로, 아직 합의된 바가 없다”며 “현역 의사는 물론이고 의대생과 전공의를 중심으로 반발이 매우 심하다. 지금 분위기만 보면 2020년보다 더 큰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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