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 기자]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은 미국 야구선수 베이브 루스와 닮았다.”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가 18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마틴 교수는 40년 이상 경영학을 연구하며 글로벌 기업의 자문을 제공해왔다. 디자인 씽킹과 통합적 사고 이론의 권위자로 알려졌으며 2009년 더타임스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의 경영사상가 50인’에 뽑혔다. 2017년 경영학계의 오스틴상인 ‘씽커스 50’의 세계 1위에도 올랐다.
마틴 교수는 이날 미국 메이저리그 홈런왕을 차지했던 베이브 루스를 언급했다. 담장을 넘기겠다고 예고한 뒤 실제 홈런을 쳤던 일화를 들려주며 이를 이 회장의 리더십과 연결 지었다. 그는 “이건희 회장은 삼성이 잘하지 못한 분야를 발전시키는 걸 넘어 초일류가 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며 “말뿐이었다면 비현실적인 사람으로 평가되겠지만 (이건희 회장은) 실제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목표 달성에 대한 강한 집념이 이 회장만의 차별화된 리더십이라면, 전략적 이론가이자 통합적 사상가의 면모는 이 회장과 글로벌 리더들에서 공통되게 발견된 점이다.
마틴 교수는 전략적 이론가를 미래에 무엇이 진실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이를 토대로 전략을 세우는 리더로 정의했다. 전략적 이론가의 모습을 이 회장의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드웨어 못지않게 소프트웨어를 중시하고 △기술 격차가 줄고 불량률이 낮아진 이후 우월한 디자인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례를 들었다.
통합적 사상가는 대립하는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하지 않고 두 요소를 모두 포괄하며 더 나은 해답을 찾는 리더다. 마틴 교수는 △창의성을 강조하면서도 과거와의 연결을 중시하고 △글로벌 사고를 갖춘 인재 양성을 도모하면서도 지역 전문가들을 키운 사례를 들며 통합적 사상가로서 이 회장의 리더십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마틴 교수는 삼성의 미래를 위한 제언도 내놓았다. 그는 양적 성장을 이룬 삼성이 구성원의 몰입과 행복에 신경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커지고 표준화·구획화·종속화가 발생하며 구성원의 업무 몰입도는 낮아진다. 이를 해결하려면 커뮤니티와 타인, 그리고 스스로의 가치 인정을 통해 구성원이 ‘행복의 삼위일체’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고 마틴 교수는 조언했다.
마틴 교수는 구성원의 몰입감과 행복을 높이려는 삼성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많은 기업이 규모 키우기에만 집중하고 인재 육성에 적은 시간을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데 삼성 인재원 중 한 곳을 돌아보며 삼성이 인재에 얼마나 헌신적인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마틴 교수는 “기업이 커지고 자원이 많아질수록 할 수 있는 많은 것 중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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