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상승과 고용 시장 불안정성 등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되며 저연령층을 중심으로 어른이 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른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0명 중 3명(28.4%)만이 경험과 지식과는 관계없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된다고 여기고 있었으며 특정 나이를 어른을 정의하는 기준으로 삼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응답자 2명 중 1명(53.3%)은 스스로가 아직 어른이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으며, 스스로를 어른이(어른+어린이)로 생각한다는 응답도 절반 이상인 51.6%가 동의했다. 특히 저연령층에서 동의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 ▲20대(65.6%) ▲30대(63.6%) ▲40대(45.2%) ▲50대(32.0%)로, 법적 성인이라 하더라도 스스로를 어른으로 생각하지 않고 어른의 기준이 나이가 아니라는 태도가 뚜렷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였다.
또한 어른의 기준을 대체로 나이보다는 자녀를 양육하거나(59.6%)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47.2%)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을 어른(44.7%)으로 인식하는 비율도 낮지 않았다.
기존 인식처럼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닌, 생애주기 상의 여러 모습을 통해 어른이 된다고 여기는 것으로 인식이 변화했고, 인생에서의 경험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적 성공·부(富) 이룬 이 아닌 지적·조언해주는 사람이 ‘진짜 어른’
‘어른’의 정의와 관련해서는 ‘이타심과 배려심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는 연령과 관계없이 모두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15.4%),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10.7%)을 어른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드물었고,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상황에 필요한 역할을 잘 찾아가고(73.1%) 주변 사람들의 장점을 드러내 줄 수 있는(68.9%) 사람을 어른으로 여기는 경향이 뚜렷했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7명(65.7%)은 “어른이란 자신의 이해관계를 떠나 공공의 이익으로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어, 어른으로서 ‘이타심’과 ‘배려심’ 있는 사람을 진짜 어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도 살펴볼 수 있었다.
또한 전체 응답자 중 72.9%는 어른이란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공감하며, 진심 어린 조언을 전달하는 소통 능력 또한 어른의 기준으로 평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른이 되는 것에 큰 부담감 느끼는 2030…”존경할 만한 어른 없다”
‘나는 어른이 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는 질문에는 ▲20대(40.0%) ▲30대(36.4%) ▲40대(25.6%) ▲50대(17.6%)가 ‘그렇다’고 답했다. ‘진정한 어른’에 대한 기대감과는 달리 저연령층을 중심으로 어른이 되는 것에 부담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청년세대의 자립이 쉽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경제적, 사회적 독립이 이루어지지 않아 나타난 결과이다. 실제 저연령층의 경우 부모와 경제적으로 독립된 생활을 하는 이는 20대 40.0%에 그쳤고,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한 경우도 45.6%로 저조했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존경할 만한 어른이 있다’는 질문에는 ▲20대(38.4%) ▲30대(40.0%) ▲40대(40.0%) ▲50대(44.8%)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해당 질문은 모든 연령에서 과반수의 긍정적 동의를 얻지 못했다.
저연령층이 어른이 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며 ‘키덜트’와 같은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키덜트(Kidult)는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아이와 같은 감성과 취향을 가진 어른을 뜻한다.
키덜트는 커지는 미래 불안감과 힘든 현실로 인해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고 어렸을 적 행복했던 추억에 젖으며 위안을 얻고자 하는 심리가 적용된 것이다. 저출산 심화로 시장환경이 악화된 완구 업체가 본격적으로 키덜트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하며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엠브레인은 “청년 세대에게는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진솔한 ‘조언’을 건네줄 ‘좋은 어른’에 대한 부재감이 크게 느껴지고 있다”라며 “좋은 어른의 모습을 보지 못한 청년 세대가 또다시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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