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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민심 못 읽은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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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민심 못 읽은 與

서울시 강서구청 청사를 끼고 있는 화곡동에는 초록색 옥상의 빌라들이 촘촘히 늘어서 있다. 벼가 많은 ‘볏골’이라는 이름에서 따온 화곡은 서울 중심가에서 밀려난 서민들과 종잣돈이 없는 청년들이 벼 이삭처럼 빼곡히 모여 사는 곳이다. 서울 변두리에서도 상당히 낙후된 지역으로 손꼽히지만 ‘그래도 이 정도 조건이면’이라는 절박한 심경들이 오랜 세월 터전을 이뤄냈다.

“화곡을 마곡으로, 빌라를 아파트로”

11일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 후보가 내세운 구호가 화곡동에 울려 퍼졌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널찍한 공원들이 즐비한 마곡지구처럼 화곡동도 탈바꿈하겠다는 공약이다. 이 그럴듯한 청사진은 지역민들에게 어떤 울림을 줬을까. 개표 결과는 참담했다. 17.15%포인트 차로 야당의 압승이었다. 자신이 소유한 주택에서 살고 있는 주민 비율이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낮은 수준인 41%에 머문 강서구에서 천지개벽을 외친 결과물이었다. 전월세를 전전하는 이들을 향한 ‘재개발 사업’은 언제 쫓겨날지 모를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지역과 민심에 대한 몰이해가 불러온 선거 전략은 압도적 표차로 이어졌다.

‘민심을 못 읽은’ 여권의 정치 행보는 선거 패배 이후에도 진행형이다. 여당 지도부가 선거 패배의 원인을 냉철히 분석하기도 전에 성급히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라는 요란한 쇄신안부터 내놓은 것이다. 여의도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유권자들에게 ‘지도부 총사퇴’도 아닌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는 공감을 얻기 힘든 난해한 메시지였다. 보선 패배에 대한 ‘통렬한 반성의 결기’를 국민들에게 보여주기에는 부족한 조치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진 후속 인사에서는 ‘돌려 막기 인사’ ‘도로영남당’ 등 논란이 따라붙기도 했다. “총선에서 지면 정계에서 은퇴하겠다”는 당 대표의 공언도 무게감이 없었다.

공감하기 어려운 정치는 감동을 줄 수 없다. 아무리 파격적인 방안을 쏟아내더라도 유권자가 체감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승리 방정식’에 매몰된 정치공학적 접근이 아닌 진정성 있는 이해의 과정이 필요하다. 떠난 민심을 되찾기 위해 보궐선거 참패부터 다시 샅샅이 복기해야 할 때다.

CP-2023-0094@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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