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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를 목표로 재수한 것인데…내년부터 늘어난다고 하면 아쉬울 것 같아요. 파격적으로 정원이 늘 경우 (이번 수능을 망치더라도) 3수를 고려하고 있습니다.”(재수생 이 모 씨)
“이 동네 학생들 의대 가려고 기본 재수, 3수를 넘어 5수하는 사람도 종종 하는데 1000명만 늘어도 2~3년 동안 적체된 N수생들의 의대 진학이 쉬워지지 않겠어요?”(대치동 최상위권 학생 대상 과학탐구 학원 교사 A 씨)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최대 3000명까지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서울 주요 학원가가 들썩이고 있다. 이미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상위권 대학에서 매년 수백 명의 학생들이 자퇴하고 의대 입시에 매달리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재수나 반수를 결심하는 이른바 ‘N수생’들이 더욱 쏟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서울 강남과 목동 등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서는 대입은 물론, 고등 및 중등 입시에서부터 ‘의대 준비’에 관심을 갖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늘면서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서울 강남과 목동 학원가는 당장 내년에 치르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입학 정원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학부모 대상 ‘긴급 설명회’를 개최하느라 분주한 분위기였다. 아직 2024학년도 수능을 치르지도 않은 시점에서 벌써 ‘2025학년도 수능 대비 예비 고3 수학 관련 설명회’를 여는가 하면 ‘내신 1등급과 수능 수학 100점을 목표로 하는 대치 자연계 최상위 정규반 입시 전략’ 등의 문구를 내세운 입시 설명회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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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생과 반수생·직장인까지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인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재수생들 사이에서는 이미 “이번 입시를 망치더라도 내년부터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면 한 번 더 도전해볼 만하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대치동의 한 재수 종합 학원에 다니는 재수생 이 모(20) 씨는 “원래부터 의대를 목표로 재수했기 때문에 내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이 파격적으로 증가한다면 3수까지도 고려해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 증원이 확정되면 반수생이 크게 늘 것”이라며 “상위권 대학생들이 반수해서 의대를 가고 상위권 대학 자리는 중위권 대학 학생들이 반수해서 채우는 등 연쇄적인 효과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그렇게 되면 반수생 모집도 빨라질 것”이라며 “현재는 6~7월부터 반수생들을 위한 수업이 개설되고 있는데 3월로 당겨져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재수 종합 학원에서는 반수생을 위한 의대 준비반을 추가 개설하고 현재 의대반의 등록 기준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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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학부모들은 의대 입학 문이 넓어졌다는 기대감에 10대 자녀의 의대 입시를 일찌감치 준비하면서 진학 경쟁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의대반’ 맞춤형 수업을 찾는 초중학생도 많아졌다. 현재는 이공계 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만 ‘의대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수능 선택과목 폐지로 문·이과 계열 구분이 사라지는 2028학년도 대입부터는 인문계 진학을 희망하던 학생들도 의대 진학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이날 초등학교 1학년 자녀의 레벨 테스트를 위해 대치동을 찾은 학부모는 “아직 아이가 어려 이르기는 하지만 의대 입학의 문이 넓어졌다는 생각에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 초중등 의대반 수업을 진행하는 대치동의 한 수학 학원 관계자는 “현재 예비 중1 의대반은 이미 고등 수학 과정을 배우고 있기 때문에 아무나 등록할 수 없고 레벨 테스트를 거쳐 합격한 학생들만 들어올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광풍이 불 조짐이 보이면서 벌써부터 의대 쏠림 현상을 넘어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공계 대학생들까지 의대 준비에 나선다면 이공계 인재 부족 문제는 심화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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