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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 속도조절에도…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입학 꿈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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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의과대학 건물의 표지 앞에 한 학생이 서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영철·정목희·안효정 기자] 정부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직장인들까지 의대 입학을 다시 노리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대폭’늘리겠다고 강조한 만큼, 의대 입학이 이전보다 수월해질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19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의대 정원 확대가 적용되는 현 고등학교 2학년을 비롯해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에선 대비반에 입학하려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상위권 성적 유지하는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동요하는 분위기가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직장인들 가운데 안정적인 직업에 매력을 느껴 의대 진학이라는 ‘인생 제2막’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폭’이라는 표현을 쓰며 의료역량의 핵심인 우수인력 확보를 위해 필수의료 분야 교수 정원을 확대하 겠다고 밝혔다. 다만 복지부는 의대 인력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의료계의 반발과 학원가의 동요가 커지면서, 의대 증원 속도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수험생과 학원가는 의대 증원에 기대를 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전모(17) 양은 “학교에서 의대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내신 경쟁에 밀려 단념하는 이들이 많았다. 의대에 진학하려면 내신 성적이 1등급 내에서도 최상위권에 나와야하기 때문”이라면서도 “(하지만)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그만큼 대학별로 모집 인원도 많아지기에, 이미 학교에서 상위권에 드는 학생들이 앞으로 성적을 조금만 더 끌어올리면 (의대 지원이) 가능하겠다고 기대하는 이들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헤럴드DB]

의대 정원 확대에 영향을 받는 고등학교 1·2학년 재학생 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들까지도 일찍이 의대 진학을 목표하는 경우도 있었다. 2028년도 대입 개편안에 따라 내신 등급이 향후 5등급으로 완화됨면서 학생에 대한 정성 평가가 의대 합격을 좌우할 거라는 판단에서다. 지난 10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에 따르면 고교 내신 평가 방식은 현행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완화된다. 1등급 10%, 2등급 24%, 3등급 32%, 4등급 24%, 5등급 10% 순이다.

서울 한 학원에서 ‘초등 의대 준비반’을 운영하는 A씨는 “내신이 5등급으로 완화되면 1등급 구간이 확대돼 내신 경쟁이 무의미해진다”며 “대학별로 자체적인 평가 방식을 통해 학생을 선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초등학생 때부터 일찍 의대 면접 등 개인 역량을 키워야 합격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대 진학반 등록 기준 하향도 검토”…의대 준비반 늘리는 학원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 앞에 교육 과정과 관련한 광고 문구가 적혀 있다. 학원가에 따르면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계획에 ‘의대 준비반’ 입학 문의가 늘었다. [연합]

학원가에서도 ‘의대 준비반’ 증설을 검토하는 등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강남과 목동 학원가에선 의대 준비반을 추가 개설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부 학원은 현재 의대반의 등록 기준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고등학생은 물론 이른 나이부터 의대를 준비하려는 학생들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남의 A학원 관계자는 “학원 시험이나 의대 준비반과 관련한 학부모 문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의대 준비반을 늘려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학원 시험의 변별력을 유지해서 지금처럼 소수의 고득점자 학생만 의대 준비반에 넣을지, 고득점의 기준을 살짝 낮춰 의대 준비반을 늘릴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B학원의 경우 주 3회 4시간씩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의대 준비반을 운영해 이들이 초등학교를 마치기 전에 중학교 수학을, 중학교를 마치기 전에 고등학교 수학을 끝낼 수 있도록 학습 진도를 끌고 가고 있다. 해당 학원 관계자는 “의대는 최상위권 학생 중에서도 소수만 갈 수 있기 때문에 초등학생 때부터 탄탄한 기초를 쌓을수록 유리하다”며 “중학교 3학년 땐 고등학교 수학을 갖고 노는 정도가 돼야 최상위권 진입에 수월하다”고 했다.

직업 그만둔 이들부터 아이 셋 딸린 학원 원장까지…직장인도 의대 준비 ‘가세’
[헤럴드경제DB]

의대를 준비하려는 직장인들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직업안정성과 고수익이 보장된 의사의 등용문이 넓어지는 만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 강북에서 국어 학원을 운영하며 스스로 의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김모(39) 씨는 “이미 의대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마당에 의대 정원 확대라는 희소식이 현실화되면 직장인들에겐 의대 진학에 도전하는 유인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학원 강사를 그만두고 올해 6월부터 의대를 준비하는 최모(30·대구 거주) 씨에게도 의대 증원 소식은 희소식이다. 최씨는 “의대 정원이 더 확대되면 ‘기회가 왔을 때 일단 들어가고 보자’는 마음으로 진입하려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라며 “안정적이면서도 수익 높은 직업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그동안 모아둔 돈과 주식으로 의대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이공계열 학생 유치 위한 전폭 지원 필요…성공 사례 보여줘야”
지난 15일 오후 서울의 한 의과대학. [연합]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의대 정원 확대 수가 이번 발표에서 공개되지 않았어도 의대 진학으로 인해 반수와 재수를 감행하는 학생들이 최상위권부터 하위권까지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모집 정원 수에 따라서 내년도부터 SKY 합격생 중에서 반수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나타나고, 이에 따른 중도 이탈율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상위권 대학에서도 최상위권 일반 대학을 진학하려는 집단과, 하위권에서도 중상위 대학을 노리는 등 연쇄적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이미 학생 선발에 어려움을 겪는 하위권 대학들은 이탈 현상까지 이중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한 나타날 ‘의대 블랙홀 확대현상’, 즉 의대 쏠림 가중화에 대해 취업 보장이나 장학금 확대 등 우수 이공계열 학생들의 이탈을 막을 지원이 확대 돼야한다고 제언도 나왔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의대 쏠림 현상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앞으로 이공계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선 장학금 확대 등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지방대 반도체 학과의 경우 현재 정원이 미달되는 경우도 있어 경쟁률이 떨어지고 있다. 해당 학과 졸업생들이 관련 기업에 취업을 연결하는 등 공백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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