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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 막내 딸, 비명소리만…0시11분까지 맥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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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친구가)새벽 1시 넘어서 전화가 왔더라고요. 울면서. 언니 손을 놓쳤는데 찾을 수가 없다고….”

지난해 10월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늦둥이 막내딸 최혜리씨를 잃은 어머니 김영남씨는 당시 상황을 그렇게 기억했다. 어머니는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내딸을 서울 한복판에서 잃게 된 사연에 대해 전했다.

어머니의 집은 강릉이다.

어머니는 지난해 10월30일 새벽, 딸 지인의 연락을 받고 서울로 올라왔다. 딸은 숨진 채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동국대 병원에 누워 있었다. 늦둥이 막내딸을 잃은 어머니는 지금도 일주일에 두 세 번은 강릉에서 서울을 오간다. 딸을 기억하고자, 그날을 기억하고자 서울행 기차를 탄다.

어머니는 딸을 잃기 전날 마지막 통화를 했다.

“(오후) 10시 33분에 (전화가) 왔는데 비명소리인지 아우성 소리 같은 게 들리고 말소리를 못 알아듣겠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 혼선이 됐나 싶은 게 조금 불안한 생각도 들고 애가 싸움 현장 같은 데 지나가나 어떻게 됐나 해서 너무 불안해서 1분 가까이 계속 혜리야 혜리야 불러도 대답이 없더라고요. 비명소리 같은 것만 들리고….”

어머니도 딸도 그 통화가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마지막 연결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어머니는 딸의 생명이 언제 끊어졌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마지막 통화가 있었던 10월29일 오후 10시33분을 한참 지난 다음 날 오전 0시11분까지 살아 있을 가능성을 전하는 스마트워치 기록은 남아 있다.

딸은 그날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었는데, 30일 오전 0시11분까지 맥박이 뛰는 걸로 기록이 돼 있었다.

어머니는 “(어떤 응급조치를 받았는지 확인된 게) 없어서 너무 답답해요. 그리고 우리 애 상태를 보니까 어떤 구조 조치도 안 받은 것 같이 그냥 옷도 그대로 입고 있고 그런 흔적이 없는 것 같았어요”라고 전했다.

딸은 대학 2학년 때부터 복수전공을 선택했다. 사진도 해보고 이것저것 경험해보다 공간 디자인이 적성에 맞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졸업 앞두고 인턴을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정직원으로 됐어요. 그래서 3개월 수습 기간이 끝나고 프로젝트 하나 맡아서 설레고 엄청 기대가 컸었다”고 말했다.

딸은 꿈을 이루지 못했다. 너무 젊은 나이에 삶의 기록이 중단됐다. 딸은 올해 2월이 대학교 졸업식이었다. 어머니는 그곳에 갈 수 없었다. 어머니는 “갈 자신이 없었다”면서 “눈물이 너무 쏟아질 것 같고 분위기도 남들은 다 즐거워야 될 분위기에 너무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 같아서”라고 전했다.

어머니는 추모관에 가서 딸을 만난다. 어머니는 “옆에서 매일 통화하고 영상 통화하고 했던 애가 그 항아리 속에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서 그냥 눈물 흘리고 현실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멍하기도 하고 그냥 잘 있는지 편한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 꿈에 나와 달라고 그런다”라고 전했다. 꿈에서라도 딸과 만나고 싶었던 어머니는 아직 딸과 꿈에서도 상봉하지 못했다.

그렇게 흐른 1년, 다시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 어머니 김영남씨를 비롯해 많은 유가족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그들 중 일부는 아직까지 이태원에서 떠나보낸 가족의 유품을, 방을 정리하지 못한 채 슬픔에 젖어 있다고 한다. 오는 29일 오후 5시 서울시청 앞에서 1주기 추모행사가 열린다. 이태원 참사 현장은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라는 이름의 공간으로 재정비된다.

지난 1년, 이태원 참사 현장에 수많은 이가 다녀갔다. 그곳에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꽃을 전하는 이도 있었다. 이태원에 가지는 못했지만 추모의 마음을 공유한 수많은 시민이 있다. 그들의 메시지는 다르지 않았다. 잊지 않겠다는 다짐, 우리 사회의 그 약속은 지켜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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