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자산가격의 벤치마크가 되는 미국 국채금리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연 5%를 돌파했다. 경제 연착륙과 긴축 기조 유지에 대한 기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그보다 신용도가 낮은 국내 시장 금리 역시 쫓아 오를 수 밖에 없다. 이미 한국 국채 금리도 연고점을 넘었다. 연 8%로 올라선 미 주담대 금리 수준이 곧 우리나라에서도 현실이 될 수 있다.
▶미국발 금리쇼크…주담대 8% 공포 현실화= 19일(현지시간) 미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이날 오후 5시 기준(미 동부시간) 연 5.001%를 기록했다. 한국 국채 10년물도 19일 전 거래일 대비 7.5bp(1bp=0.01%포인트) 올라 4.362%를 기록했다. 20일 오전 하락세로 거래를 시작했지만, 미 국채 10년물이 5%를 찍은 만큼 지난해 고점인 4.5%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의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도 덩달아 올랐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AAA) 금리는 8월 말 4.301%에서 지난 18일 4.717%로 0.4%포인트 상승했고 신용대출 금리 산정에 영향을 주는 은행채 6개월물(무보증·AAA) 금리도 같은 기간 3.820%에서 4.034%로 올랐다.
변동금리와 연동된 신규 취급액 기준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도 3개월 만에 반등했다.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82%로 전월(3.66%)보다 0.16%포인트 올랐다. 올해 최고점이었던 1월 수준과 같다.
이에 따라 은행권 주담대 최고금리 또한 미국처럼 연 8%를 넘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내 금융시장이 미국발 금리쇼크 외에도 금리 상승을 가리키고 있다. 은행권이 지난해 채권시장 경색으로 유치했던 고금리 예금 만기가 곧 돌아온다. 다시 재유치를 위한 수신금리 경쟁에 돌입하면 주담대 금리도 밀어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레고랜드 사태 후 발생했던 채권 만기도 도래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를 고려해 열어놓은 은행채 발행도 금리를 자극할 수 있다. 채권 발행이 늘면 가격이 내려가면서 금리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주담대 최고금리 상단 8%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계부채 규모가 1870조원을 넘보는 가운데, 대출 금리 상승은 가계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금리 상승이 본격화되기 1~2년 전 3억원을 연 3% 금리(30년 만기, 원리금균등 조건)로 빌린 경우 월 상환금은 126만4812원이었다. 하지만 대출금리가 연 7%로 오르면 월 상환금액은 199만5907원으로 뛴다. 이자 폭탄이 현실화될 수 있다.
▶美 인플레·전쟁이 만든 채권 과매도…불똥 튄 국내 경기 부담= 미국 국채수익률이 뛴 건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국의 9월 소매판매가 전월대비 0.7% 증가했다. 이는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여기에 지속적인 개선 기대감까지 더해져 장기채를 중심으로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해 1000억달러 규모의 안보 패키지 예산을 의회에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도 채권 시장을 자극했다.
미국과 경제 상황이 다른 우리나라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당장 올해 잠재성장률(2.0%) 아래의 1%대 성장률을 바라보는 한국으로선 인플레이션 우려로 긴축에 나선 미국 통화정책을 따라잡기가 버겁다. 한국은행이 19일 6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에 나섰지만, 하룻밤 새 미국의 금리 상승으로 시장 금리 인상 우려는 더 커진 상황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높아진 금리가 주식 수익률뿐만 아니라 부동산, 한계기업 등에 미칠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불확실한 경제상황으로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가운데 벌어진 한미 금리차도 국내 금융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최우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미 금리 차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도 한계에 다다른 시점에 미 국채 금리가 지금과 같이 치솟을 경우 국내 채권시장도 같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가계부채 문제가 여전하긴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에, 대출금리 변동 또한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은·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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