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만찬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국민의힘이 ‘쇄신’에 나선 가운데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역할론이 거론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김 위원장을 통해 국민 통합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김한길 등판설’ 이면에는 김기현 지도부로 ‘이재명의 민주당’을 상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인식이 깔렸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한길 등판설’을 강하게 견제하는 모양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20일 ‘김한길 등판설’에 대해 “전혀 가능성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등판하기 보다 그의 측근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도 그는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여당이 김 위원장의 역할을 두고 묘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 위원장이 등판할 것이라는 뉘앙스를 많이 표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일반 국민에게 ‘혁신’으로 다가올 것 같냐. 여야를 두루 경험했다고 해서 당 쇄신을 잘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김기현 지도부가 연말까지 지지율 반등 등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갈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최근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 또한 등판설을 가속화했다.
지도부는 즉각 반박했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지난 18일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우리한테는 지금 박근혜가 없다”고 말했다. 윤 선임대변인은 “시간이 없기 때문에 재건축을 할 수 없다”며 “김기현 2기 체제가 사실상의 김기현 비대위”라고 했다.
현역 의원들은 김기현 지도부의 변화가 없다면 ‘김한길 등판설’이 지나간 후에도 제2, 제3의 인물이 새로운 비대위원장으로 언급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TK지역 의원은 “TK에서도 김기현 2기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속출한다”며 “비대위설의 본질은 김 대표에 대한 당내 불안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주축으로 총선을 대비할텐데 국민의힘에는 이 대표에게 대적할 사람이 있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수도권 의원도 “김 위원장이 새로운 얼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국민들 사이 인지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김 대표의 여의도 밖 입지가 좁은 것은 맞지 않냐. 우리당이 총선 전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한편 국민의힘의 현재 위기가 김 대표에게는 ‘기회’라는 해석도 있다. 1기 지도부 체제에선 친윤계 핵심이라고 알려진 이철규 전 사무총장,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평가받는 박성민 전 전략기획부총장 등 인물의 존재감 때문에 김 대표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면, 현 지도부 체제에서는 가능하다는 논리다.
지도부 관계자는 “이 전 사무총장, 박 전 부총장이 지도부에서 나간 것을 김 대표는 변곡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것이 이기는 전략”이라며 “당 혁신안을 하루빨리 발표해 그립을 세게 쥐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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