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단절로 수급권 획득 못한 탓…”‘양육 크레딧’으로 전환해야”
크레딧 재원, 국민이 낸 기금에서 일부 충당…”정부가 부담해야”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정부가 여성의 연금 수급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자녀를 출산한 국민에게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크레딧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출산의 주체인 여성은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국민연금 출산크레딧 수급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출산 크레딧 수급자 남성은 4천617명으로 전체(4천716명)의 97.9%를 차지했다. 여성 수급자는 99명으로 2.1%에 불과했다.
출산크레딧은 출산 장려를 위해 2008년 도입됐다. 둘째 자녀 이상을 출산하거나 입양한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자녀 수에 따라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고 있다.
둘째 자녀는 12개월, 셋째 30개월, 넷째 48개월 등 최대 50개월까지 가입 기간을 인정해준다.
공단에 따르면 올해부터 노령연금을 받는 경우 출산크레딧 수급자의 수급액이 월 3만390원에서 12만6천660원까지 늘어난다.
출산크레딧 수급자는 2018년 1천명에서 2022년 4천269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금 지급액 역시 4억814만원에서 16억5천629만원으로 4배 넘게 늘었다.
매년 출산크레딧 수급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로 연급 수급 자격이 발생하는 가입 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해 크레딧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여성들이 많다.
남인순 의원은 “출산크레딧 제도는 출산 자체에 대한 보상이라기보다는 자녀 양육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사회적으로 보상하려는 차원인 만큼, 출산크레딧을 양육 크레딧으로 전환해 더 많은 여성이 연금 수급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크레딧 제도의 재원을 국가가 부담하지 않고 국민들이 낸 국민연금 기금에서 대부분 충당하고 있어 정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출산크레딧 외에도 군 복무와 실업에 대한 크레딧 제도도 운용하고 있다. 군 복무를 한 국민에게는 6개월의 보험료를, 실업으로 구직급여를 받는 수급자에게는 최대 1년간 보험료의 75%를 지원하고 있다.
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출산·실업 크레딧 운용에 들어가는 재원 중 각각 70%와 25%를 국민연금 기금에서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춘숙 의원은 “노후보장이라는 정책 취지에 맞게 국가가 직접 (크레딧을) 지원해 국민연금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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