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봉쇄한 이스라엘에 구호품 진입 허용을 요청하는 한편 미국 차원에서 직접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급진파 민주당 지지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늦장대응으로 가자지구 내 민간인들의 피해가 확산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을 가진 뒤 가자지구에 1억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인도적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과 이집트 정부와 협의해 이스라엘이 봉쇄하고 있는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실은 트럭 20대를 들여보내기로 했다.
바이든 정부는 가자지구 내 병원 폭발 참사를 계기로 중동 전역에 분노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같은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팔레스타인을 비롯해 레바논과 튀르키예, 요르단 등 중동 전역에서 이스라엘의 무력 행위를 규탄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유색인종과 청년층 중심으로 구성된 급진파 민주당 지지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지원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의 봉쇄로 200만명이 넘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했는데도 바이든 대통령이 늦장을 부려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그간 급진파 민주당 당원들은 미 행정부가 인도적인 측면에서 이번 사태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촉구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의 늦장대응이 자칫 이번 대선에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전반에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습하기 이전인 올해 초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의 49%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지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라고 갤럽은 전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1981년~1997년 출생)일 수록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는 지난해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선전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아랍계 민주당 지지자들도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대처에 실망을 표하며 돌아서고 있다. 미국의 정책연구기관인 아랍 아메리카 연구소를 설립한 제임스 조그비는 “나는 바이든 대통령에 표를 던지겠지만 현 시점에서 (아랍계 미국인들에게) 바이든을 지지해달라는 요청은 할 수 없을 듯하다”고 밝혔다. 조그비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집행위원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는 아랍계 인사로, 아랍권 커뮤니티 내에서 민주당 지지율을 끌어내는 데 큰 활약을 해왔다.
코리 부시 미 하원의원 비서실장이자 민주당 내에서 진보주의적 전략가로 활동해온 압바스 알라위도 “미국인과 무슬림 공동체의 지지가 무한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경고에 나섰다.
아랍계 민주당원들의 표심 이탈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큰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 아랍계 미국인들의 표는 경합주인 미시간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각각 5%와 2%의 비중을 차지한다. 경합주는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지역이기에 한 자릿수의 득표 비율도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급진파 민주당원과 아랍계 미국인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가자지구 위기에 너무 늦게 대처했다고 비난하고 있다”며 “수년에 걸쳐 민주당 다원들이 이스라엘보다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쪽으로 변하는 경향이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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