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평사 피치 연례 세미나
“2금융권은 부동산PF ‘뇌관'”
경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우리나라 은행권 신용도의 발목을 잡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제2금융권 일부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내년까지도 지속되며 신용도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연례 세미나 중 ‘국내 금융기관의 신용등급 전망 패널토의’에서 이같은 관측을 내놨다. 패널로는 피치의 조나단 코니쉬 아시아·태평양 은행신용등급 담당 이사와 장혜규 상무, 강철구 한국기업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이 참여했다.
이날 피치는 국내 은행 신용도에 악영향을 줄 가장 큰 요인으로 가계부채를 지목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4조9000억원 늘어난 1079조8000억원으로 잔액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장 상무는 “은행의 자체 신용도를 평가할 때 제일 먼저 은행업의 영업 환경이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를 살펴본다”며 “신용도 측면에서는 가계부채를 큰 문제로 보고 있다”고 봤다.
이어 “요즘 시기에 관찰되는 게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급여에서 이자를 많이 지출하게 돼 소비 여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은행이 가계대출뿐 아니라 기업대출 등도 취급하고 있는 만큼 전반적인 영업 환경에서 가장 큰 취약점으로 작용하는 게 가계부채이고, 앞으로도 그럴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2금융권에서는 부동산 PF가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꼽혔다. 이중에서도 증권·저축은행·캐피탈 등 세 개 업종이 가장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지목됐다.
강철구 본부장은 “제2금융권 신용등급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부동산 PF 이슈”라면서 “업권별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상 자기자본 규모와 PF 대출의 질을 감안하면 은행과 보험은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증권·캐피탈·저축은행은 PF 질적인 측면과 자본 완충력 부분에서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부동산 PF 관련해서는 저축은행이 가장 위험하다고 보고 있고, 그 다음으로 증권과 캐피탈 순”이라며 “증권업은 상대적으로 부동산 PF 익스포저에 대한 자본 대응력이 높지만, 대부분 우발채무로 구성돼 있어 유동성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캐피탈과 증권의 위험 수준이 비슷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기평은 올해 초 증권·캐피탈·저축은행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부여했다. 실제 이달까지 등급 전망 조정을 보면 ▲증권 23개사 중 2개사 ▲캐피탈 27개사 중 2개사 ▲저축은행 11개사 중 5개사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세 업종의 공통점은 국내 PF 대출의 부실화다. 부동산 PF 이슈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내년에도 해당 업종의 등급 전망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 본부장은 내다봤다.
그는 “시공사가 디폴트(채무불이행) 등의 이유로 완공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면 저축은행이 가장 큰 리스크가 발생한다”며 “분양률이 낮아서 발생하는 리스크는 캐피탈사가, 지역의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발생하는 리스크는 세 업종 모두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2금융권을 둘러싼 부동산 PF 리스크는 내년까지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는 정부가 각종 PF 지원책을 통해 부실화를 막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채권시장이 경색되자 부동산 PF 관련 유동성 공급책을 쏟아냈고, 이에 차환이 원활히 진행됐다. 현재까지도 대주단 협약 등을 통해 PF 사업에 대한 지원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PF 대출 보증 확대, 정상화 펀드 등 21조원 규모의 자금 지원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다만 정부의 지원책으로 부실을 막고 있는 게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강 본부장은 “브릿지론에서 본PF로 넘어가는 게 1.5~2년”이라며 “그런데 캐피탈·증권·저축은행 브릿지론의 최초 대출일 대비 경과를 보면 올해 말 정도에 2년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말이 2년이 되니까 본PF로 전환되지 못하면 사업성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여기서 대출 연장을 해주면 차환 시 금리 수준이 전부 10%를 넘어서고 있어 사업성은 계속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정부 지원을 통해 연장해 줄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고있다”며 “올해보다 내년에 PF 부실화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