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장기화 예고로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5%를 돌파하는 등 채권 가격이 급락(=채권 금리 상승)하면서 월가의 분산투자 정석으로 꼽혀 온 ’60대 40(주식 60%·채권 40%)’ 투자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투자회사 로이트홀트 그룹의 분석 결과 60대 40 포트폴리오는 지난해 마이너스(-) 17%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37년 이후 86년 만에 가장 낮은 성과다.
60대 40 투자전략은 포트폴리오상 투자금의 60%를 주식, 40%를 채권에 담는 방식이다. 증시가 호황일 때는 보유한 주식이 자산 증식으로 이어지고, 증시가 부진할 때는 안전자산인 채권 가격이 뛰며 보유주식의 손실을 일부 만회해준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에는 60대 40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주식 100% 포트폴리오 대비 23%포인트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Fed가 금리를 인하하면서 채권 가격이 치솟은 영향이다.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1917년, 대공황 당시인 1930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두자릿수까지 치솟은 1974년에도 60대 40 투자 전략은 유효했다.
문제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Fed의 전례없는 고강도 긴축으로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주식과 채권 가격에 모두 부담을 주고 이제는 채권이 더 이상 보유주식의 손실을 헤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여전히 강력한 고용과 탄탄한 소비·지출, 견조한 성장률 등 미 경제가 호조를 이어가면서 채권 금리는 계속 오르는 상황이다.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9일 장중 한 때 5%를 넘어섰다. 5% 돌파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WSJ는 시황 변화에 따라 주식과 채권 외에도 부동산, 원자재 등 다양한 투자처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권하는 전문가들도 있다고 전했다.
로저 알리아가디아즈 뱅가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60대 40 투자전략은 연간 6%의 수익을 내는 경향이 있고, 경기침체시 특히 효과적”이라며 “문제는 단순한 고금리를 넘어 지난해처럼 금리가 급속도로 상승할 때”라고 분석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