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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기업 AMD와의 협업 범위를 넓힌다. AMD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플래그십은 물론 보급형 엑시노스 라인까지 확대 적용하면서다. 삼성전자는 AMD의 설계 노하우로 끌어 올린 모바일 그래픽 기술력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차세대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1430와 1480에 AMD의 GPU가 탑재될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성능 측정 사이트 ‘긱벤치’가 공개한 삼성전자의 차세대 스마트폰 ‘갤럭시 A55’의 벤치마크 결과에 AMD의 GPU가 표기되면서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반도체로, 기기 성능을 결정하는 부품이다. 삼성전자는 자체 모바일 AP 브랜드 엑시노스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시리즈 가운데 보급형인 1000번대 라인업은 갤럭시S 시리즈 등 플래그십 제품이 아닌 갤럭시A 시리즈와 같은 중저가 기기에 탑재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부터 영국 반도체 기업 ARM과 GPU IP 공급 관련 장기 계약을 체결하고, 보급형 엑시노스에 ARM이 제작한 GPU ‘말리’를 적용해 왔다. 하지만 차세대 모델부터는 ARM이 아닌 AMD의 제품을 채택한 것이다.
AMD와 협력을 늘린 삼성전자는 중저가 모바일 기기에서도 플래그십 못지않은 그래픽 성능과 데이터 처리 속도를 구현할 전망이다. 당초 적용됐던 ARM의 GPU는 저전력 관련 취약성 때문에 고성능 게임 이용 시 발열 문제가 꾸준히 언급돼 왔다. 업계 관계자는 “엑시노스는 경쟁 업체(퀄컴)에 비해 전력을 버티는 힘이 뒤처졌다”며 “CPU(중앙처리장치) 대비 떨어지는 그래픽 성능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전 라인업에 걸쳐 성능을 대폭 올린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모바일 AP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지난 6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시스템LSI 테크 데이 2023’을 열고, 반도체 업계 관계자 3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신제품 ‘엑시노스 2400’을 공개했다. 해당 칩은 내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모바일 플래그십 갤럭시S24에 탑재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를 위해 AMD와의 동맹도 강화하는 모습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4월 AMD와 차세대 그래픽 설계자산(IP) 파트너십 확대를 발표한 바 있다. 엑시노스 2400 역시 삼성전자와 AMD가 손잡고 만든 결과물로, AMD의 최신 아키텍쳐 RDNA3 기반 엑스클립스 940 GPU가 적용돼 전작 대비 CPU(중앙처리장치) 성능은 1.7배, AI(인공지능) 성능은 14.7배 대폭 향상했다.
한편, 전 세계 AP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존재감은 두드러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 2분기 모바일 AP 시장 출하량에서 미국 퀄컴과 대만 미디어텍 등 주요 업체들의 출하량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반면 삼성전자만 유일하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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