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5사가 올해 임단협을 나란히 무분규로 마무리했다. 코로나19 이후 판매량이 회복되면서 성과급을 앞세운 노조와의 갈등에 긴 진통이 예상됐지만, 무분규로 마무리하면서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이날 2023년 임금협상(임협) 잠정합의안에 대해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률 71.5%를 기록해 합의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마지막 주자인 기아까지 노사 합의를 이뤄내면서 올해 완성차 5사는 모두 임단협을 무분규로 마무리하게 됐다. 완성차 5사가 일제히 임단협을 무분규로 마무리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다.
반도체 수급난 해소로 르노코리아를 제외한 4사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만큼 이에 대한 노조의 요구안도 예년보다 거셌으나, 급변하는 미래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노사간 상생이 필수적이라는 공감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역대급 호실적 행진으로 노사간 이견이 컸던 현대차·기아는 ‘역대급 성과급’을 제시하며 고비를 겨우 넘겼다. 올해 교섭에서 현대차 노조는 정년 연장을, 기아 노조는 고용 세습을 전면에 내세우며 파업 위기감이 높아진 바 있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과 성과금 300%+800만원, 격려금 100%+250만원, 전통시장상품권 25만원, 주식 15주 지급 등에 합의하면서 5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다.
또한 기술직(생산직) 800명 신규 추가 채용, 출산·육아 지원 확대, 완성차 알루미늄 보디 확대 적용, 소품종 고급 차량 생산공장 건설 추진 등에도 합의했다.
기아 역시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합의했던 관례에 따라 역대급 성과급으로 노조의 불만을 잠재웠다. 기아 노사의 합의안에는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경영성과금 300%+800만원, 생산판매목표 달성 격려금 100%, 특별 격려금 250만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 상품권 25만원에 무분규 타결 무상주 34주 지급 등이 담겼다.
아울러 고용 세습으로 여론의 비판을 샀던 기아 노조 단체협약 27조1항은 사회적 여론과 정부의 시정 명령에 따라 개정하기로 했다. 해당 조항에서 장기근속자, 정년퇴직자 문구가 삭제되고 ‘재직 중 질병’ 문구는 ‘업무상 질병’으로 수정됐다.
현대차·기아가 호실적에 따른 노조의 요구안으로 난항을 겪었다면, 중견3사(르노코리아·KG모빌리티·한국GM)는 경영 회복과 미래 준비에 노사간 합의를 비교적 빠르게 마무리 지었다.
KG모빌리티 노사는 올해 8월 가장 먼저 임단협을 마무리하며 쌍용차 시절 ‘강성 노조’로 얼룩졌던 과거를 완전히 지워냈음을 증명했다. KG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은 이후 7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만큼 노사 협력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자는 공감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KG모빌리티 노사는 올해 기본급 5만원 인상, 본인 회갑 1일 특별 휴가 신설 등에 합의하며 14년 연속 무분규 협상을 마쳤다.
올해 3월 출시한 신차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성공으로 성과 보상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던 한국GM도 가까스로 추석 전 노사 합의를 이뤄냈다.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며 파업 위기가 높아졌으나, 2차 잠정 합의안은 57.3%의 찬성률로 가결되면서다.
한국GM 노사의 올해 합의안에는 기본급 인상 8만원 인상, 타결 일시금 550만원, 2022년 경영성과에 대한 성과급 250만원, 제조 및 운영 경쟁력 향상 격려금 250만원 지급 등이 담겼다.
르노코리아 역시 5월 상견례 이후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됐지만, 2차에서극적으로 타결을 이뤄냈다. 내년 하반기 신차 출시 이전까지 국내 판매량 확대를 위한 고민이 필요한 만큼 노조 역시 빠른 교섭에 합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르노코리아 노사는 올해 기본급 10만원 인상, 타결 일시금 270만원, 변동 PI(생산성 격려금 노사 합의분 50%) 약 100만원, 노사화합 비즈포인트 약 31만원 지급 등에 합의했다.
올해 완성차 5사가 2년 연속 일제히 무분규 타결을 이뤄낸 이면에는 전동화 전환에 따른 미래 준비에 대한 위기감이 자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 투자와 신차 출시, SW 개발 등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노사간 합의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짙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산업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미래차를 둘러싼 글로벌 업체간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미래 발전과 고용안정이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업계 전반에 확산된 게 완성차 5사 무분규 타결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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