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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기업에서 받아야 할 구상금 20억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가해 기업에 대한 투자는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가습기 살균제 관련 구상 현황 자료’를 보면 공단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피해자 및 유족에게 지급한 유족·장애연금과 관련해 10곳의 가해 기업으로부터 23억500만원(연대 책임에 따른 중복 금액 기준)의 구상금을 받지 못했다.
기업별 구상금액은 옥시레킷벤키저가 15억4600만원(64%), 애경산업이 4억800만원(17%) 등이었다.
제3자의 행위로 지급되는 장애·유족연금의 경우 공단은 연금을 우선 지급하고 추후 손해배상을 통해 가해자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기업의 구상금 납부 시점은 올해 6월이었으나 납부 실적은 저조했다. 지금까지 납부된 금액은 구상 고지액의 5.1% 수준인 1억2500만원 정도다.
전체 10개 기업 중 한 번이라도 구상금을 납부한 곳은 옥시레킷벤키저(1억1200만원), 홈플러스(1300만원) 등 2곳뿐이었다.
국민연금공단은 2021년부터 구상금을 받기 위해 옥시레킷벤키저 본사를 포함해 3건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 2016년 시작한 세퓨와의 소송은 2018년 전부승소로 결정됐다.
김태현 이사장은 이날 “옥시 등 대기업들이 구상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는데 왜 4건밖에 소송을 내지 않았냐”는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그동안 그렇게 절박함을 느끼지 못한 것 같다”라고 답했다.
공단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옥시레킨벤키저에 3000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밝혀져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 대한 기금투자 배제를 요구받은 적 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공단은 여전히 옥시레킷벤키저에 약 7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공단은 “최근 ‘시정·처리 결과와 향후 추진 계획’을 국회에 보고하면서 올 6월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벤치마크(BM·기준수익률) 이하로 제한해 투자액을 대폭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알려지고 12년이 지났는데도 가해 기업들은 여전히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고 있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연금은 가해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가해 기업에 대한 전면적인 투자 제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도 700억원 넘게 옥시레킷벤키저에 투자한 사실을 비판하면서 공단이 ‘죄악주’라 불리는 술·담배·도박 업종에도 국내 1조4078억원, 해외 33억6381만달러 규모를 투자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의원은 “지난해 1월 중대재해 처벌법이 시작된 후 국내 최다 중대재해 사고 발생 기업인 DL이앤씨의 5번째 사망사고 발생일(올해 7월 4일) 직후에도 두 차례 이 회사의 보통주를 사들였다”며 “수익을 위해 도덕성을 버렸는데 투자한 것을 손해봤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DL이앤씨 공사 현장에서는 지난해 4차례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사망했고, 올해도 3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김태현 공단 이사장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 “ESG(환경·사회·투명 경영)와 관련해 수탁자 책임 활동과 투자를 어떻게 할지는 저희에게 숙제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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