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행동분석 리포트 개발 박현수 플레이태그 대표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인간의 의사소통에서 말이 차지하는 부분은 30% 정도에 그치고 나머지 70%는 표정이나 동작 같은 비언어적 행동, 즉 몸짓언어(Non-verbal Body Language)로 정보가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언어능력이 미숙한 영유아나 퇴화하는 노인들은 몸짓언어에 대한 의존도가 한층 높아진다고 한다.
몸짓언어가 영유아 발달 단계나 노인의 건강·인지능력을 알 수 있는 단서로 주목받는 이유다.
이런 배경에서 몸짓언어를 다루는 행동 분석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22년 2월 설립된 플레이태그(Playtag)는 컴퓨터비전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영상 속의 행동 분석으로 돌봄 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첫 서비스로 영유아 보육 기관에서 쓸 수 있는 스토리라인(StoryLine)을 선보였다.
AI가 작성하는 자동 알림장인 스토리라인은 CCTV로 수집하는 다각도 영상 정보를 토대로 그룹 내 아이 한 명 한 명의 행동을 분석해 준다.
2차원 영상으로 인식된 동작을 3차원 공간에 재현하는 3차원 복원 기술로 아이들 간의 상호작용(관계)과 행동에 담긴 의미를 분석한다고 한다.
박현수(43) 플레이태그 대표는 지난 13일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신개념 서비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포항공대(포스텍) 기계공학과를 나와 미국 카네기멜런대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박사(기계공학)·박사후(컴퓨터공학) 과정을 차례로 밟은 뒤 미네소타주립대에서 종신 교수직을 얻은 컴퓨터 비전 전문가다.
컴퓨터 비전 관련 학회와 저널에 5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가 교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창업에 도전한 것은 사업화를 통해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미국 학교에 있으면서 사람의 행동 분석에 관한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발달 장애의 일종인 자폐스펙트럼이나 ADHD(주의력결핍 과잉 행동장애) 증상을 조기 발견하기 위한 알고리즘 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는데, 실생활에 적용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느꼈습니다.”
박 대표에 따르면 AI가 전체 산업을 이끄는 시대가 됐지만 AI를 활용한 사람의 행동 분석 중에서도 특히 영유아 분야에선 사업화 관점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아이들의 행동 양태가 어른보다 훨씬 다양한 특성 등으로 인해 기계학습에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 데다가 적절한 서비스 패러다임을 찾지 못해 아직 사업 모델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사례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영유아 교육 현장의 행동 분석 수요가 점점 커질 것이기 때문에 사업 전망이 밝다고 박 대표는 진단한다.
그 배경으로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부모들이 각 아이에게 투자하는 비용이 늘면서 맞춤형 교육 수요가 커지는 ‘골드키즈’ 현상을 들었다.
“영유아 보육 기관이 제한적인 인력과 업무 과중 등으로 부모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에요. 연구 경험을 살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창업했습니다. 행동 분석을 선도하는 기술 회사로서 새 시장을 개척하고 실생활에서 아이들이 AI의 긍정적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플레이태그가 개발한 스토리라인은 디지털 영상 정보를 바탕으로 AI가 각 아이의 일과를 분석해 신체 활동량, 놀이성향, 친구 관계 등에 관한 다양한 데이터를 만들어 부모와 교사에게 제공한다.
박 대표는 스토리라인이 아이의 일과를 부모에게 전하는 알림장 역할을 하지만,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한 행동 분석 리포트라는 점에서 기존 알림장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스토리라인은 교사가 아이들을 관찰하고 사진 찍어 주관적 설명을 붙이는 기존 알림장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행동을 분석한 맞춤형 리포트이고, 마지막 단계의 검수를 제외한 모든 작업을 교사 손 거치지 않고 AI가 자동으로 처리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박 대표는 월별, 학기별, 연도별 리포트까지 생성하는 스토리라인을 활용하면 아이의 발달 단계를 확인하면서 늦지 않게 필요한 대응을 할 수 있다며 보육 기관 입장에선 알림장 작성 관련 업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소재 어린이집 3곳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최근 17곳과 추가 계약을 맺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립 후 1년 남짓한 기간에 총 50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은 플레이태그는 노인 돌봄 기관으로도 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뇌졸중이나 치매 같은 노인성 질환의 전조 증상을 걸음걸이와 보행속도 등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어르신의 정신·육체 건강을 챙기는 데 스토리라인이 도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스토리라인을 앞세운 해외 시장 개척이 숙명적인 과제라고 했다.
그는 사람의 행동은 ‘유니버설 랭귀지'(보편적 언어)라서 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스토리라인을 쉽게 활용할 수 있다며 향후 1~2년간 국내에서 시장 기반을 다진 뒤 미국, 동남아, 유럽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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